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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황당한 답례

 

 

25031

 

우리는 살아 오면서 가끔

예기치 못한 엉뚱한 반응에 부딪힐 때가 있다.

 

가령 길을 가다가

무거운 짐을 이고 들고 가는 사람에게

힘겨워 보이는 그의 짐을 좀 들어다 주겠다고 하면

고마워하면서 순순히 짐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며

매몰차게 필요없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흔히

- 물에 빠진 사람 살려 놓으면, 내 보따리 내놓아라.- 라고

말하는 식이다.

 

 

아주 남루한 옷차림의 50대 남자가

대로변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텁수룩한 수염과 땟국물로 더럽혀져 있었고

그의 옷 역시 얼마 동안을 빨아 입지 않았는지

보기 흉할 정도로 남루한 겨울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마시다가 만 소주병과

쓰레기통속에나 가 있어야 할 가방이 놓여 있었다.

 

지나는 사람은 간혹 있었지만

모두가 모르는 척,

아니면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지나갔다.

5월의 햇살마져도 무심하게 그의 온 몸을 만지며

세월의 바퀴만 굴리고 있었다.

 

나는 그 곁을 지나치는 순간

경찰을 부르려던 마음을 접고

그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맥박을 살폈다.

 

- 아직 죽지는 않았구나 - 하면서

오늘 따라 먹고 싶어서 방금 과일가게서 사 온

참외 3개중에서 2개와 지폐 몇장을

남루한 그의 가방을 열고 넣어 주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집에 돌아 와서도

나는 다시 그의 더럽혀진 옷가지가 뇌리에 떠올라

선물 받았지만 아직 입지 않은 옷을 몇 가지 가지고 그의 곁에 왔다.

 

아직도 술에 취해서 자고 있는

그의 가방을 다시 열어 옷을 넣어 주고

얼마 취하지 않았으면 밥이라도 사 먹일 양으로

그를 흔들어 보았으나 반응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를 그늘로 옮겨주려고 부추기는 순간

갑자기 그의 양손이 내 멱살을 강하게 움켜쥐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양 발로 허공을 후려차는 모습이

상당히 날렵해 보이기까지 했다.

 

까딱 잘못 했다간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

 

아마 그는 무의식적으로

누군가가 자기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 탓일까?

 

그러나 섭씨 25도를 넘는 날씨에

계속 햇볕에 노출되어 있으면 일사병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되어

나는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를 안전한 가로수 그늘 아래로 옮기고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요즘 갑자기 이러한 유형의 빈곤층이 자주 눈에 띈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품 수집을 하는

허리 굽은 노인들도 늘었고

술에 취해서 길바닥에 앉아 넋두리 하는 사람,

혼잣말로 씨부렁거리며 복권타령하는 사람도 늘었다.

 

빈부 격차가 점점 커져가는

이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맞닥뜨릴 때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 망설여지는 것은

나 역시 가진 것 변변찮고 능력이 부족하여

그들을 어쩌지 못하는 아픈 가슴 탓이리라.

 

아름다운 5월에

모두가 은혜로운 따사로움속에

예쁘게 미소짓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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