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아버지 길 따라서 서문까지>
이제 가을이 내 앞 뜨락 ...
남한산성에 가득히 내렸다.
단풍과 낙엽과 함께 내 정겨운 뜨락을 거닐며
만추를 가슴에 포근히 안아 본다.
구원의 모습으로 마음 깊히 음각되어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 ...얼굴 ...얼굴들...
세월의 갈피마다에는
아쉬움 짙은 시린 가슴이 어디 한 둘 뿐이랴...
그러나 오늘 따라
내 눈에 밟히는 그 모습...
저절로 붉어 수줍은 단풍위에 어리는
가을 여인이여 ~
봄에는 벗꽃이 만발하여 싱그럽던
산할아버지 길을 따라서 단풍이 곱다.
고인의 마음이 피어나서 이처럼 고울까?
쌍둥이 약수터에서 사진도 찍고
물도 마시며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 ~
이제 단풍이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면
비워져 갈 산 ...그 길의 적막함을
가슴 깊히 느끼고 계신 것일까?
그 모습이 단아하다.
이제 부쩍 자란 벗나무 사이로
할아버지의 땀이 베어 있을 단풍나무가
온 산을 흔들며 잘 가라고 지는 낙엽들께 붉은 손을 흔든다.
땅바닥에 미리 누워서 흙의 품에 안길 은행잎들이
노란 수의를 입고 대지의 부름을 기다린다.
붉지는 않아도 이처럼 고운 색조를 띌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축복으로 받아 들여야지 ~
나는 이 FANTASTIC한 단풍의 얼굴속에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둥대야만 했다.
헬기장 부근에서는 몇 팀인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행락객들이
저물어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자리를 뜨지 못하고...
헬기장에서 서문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
갈바람이 건듯 불라치면
온산이 활엽수림의 고별인사로 수런거린다.
수년 전만해도 이렇게 까지 패이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인파들이 몰리니
이 능선길도 개울처럼 변했다.
더 패이기 전에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겠지...
서문의 전망대 격인 돌출 부분에서 내려다 본
송파 신도시와 뉴타운 예정지가
가을 정취속에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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