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마음의 길가에 핀 가을의 꽃들은
조용한 눈빛으로 나를 반긴다.
자신에게 눈맞춤 한 번 하지 않고
매연만 쏟아놓고 무심하게 질주하는 차량들 대신에
오늘은 다정한 내 눈빛과 가슴이
자신들의 얼굴에 머물러주니
저절로 얼굴위에 미소가 번지는 가을 꽃들 ~
꽃들과 벌 나비와 바람이 없다면 열매도 없고
열매가 없으면 우리도 존재하지 못하는 것을...
그런데도 우리의 눈은 들녁의 작은 꽃들에 무심했고
가슴은 그 향기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의 근원지를 찾아 떠나는
또 다른 나에게로 가는 여행...
가을의 묘적사 계곡에도
나를 반기는 가녀린 꽃들의 미소가 싱그럽다.
누구일까?
또 이 길을 거닐면서
낙엽지며 쇠락해지는 풀숲에 외로히 서서
노쇠한 벌 나비를 기다리는
가을 들꽃의 마음을 헤아려 줄 사람은 ~
그러나
아무도 없다해도
계절의 시계는
모든 과정을 모두 보여 주었고
사람들의 마음의 창이 어둠의 커튼에 가려져 있을 뿐이니
달콤한 중독의 기운에서 깨어나기가 어려우리 ~
꽃과 벌 나비와 같은 미물을 돌보지 않고
자신들만의 영화를 꾀한 댓가는
생명의 고리를 끊는 치명적 아픔으로
자신들에게 슬픔의 족쇄를 채우고 말 것이네.
이 작은 계곡에도 폭포가 있고
폭포 옆엔 어김 없이 다정스런 단풍나무 몇낱이
폭포를 끌어 안 듯 어울려 있다.
계절의 변화에 종종 걸음으로 따라나선
야트막한 능선의 숲은
삭풍의 성화에 못이겨 이미 반 남아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옷을 벗기 시작한다.
붉어진 가을 계곡에서
나도 갑자기 붉어진 가슴을 주체키 어렵다.
아 ~
나에게 절실한 목마름이 있다면
그것은 먼저 우리 인간에게 유린당하는
이 자연의 아픔을 치유해 주지 못하는 것이었구나...
자연 발생 유원지라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솔선하여
유원지로서의 품격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엿보이는 곳이다.
입구엔 여승들이 있다는 덕암사가
조촐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길손을 반긴다.
쇠서나물(국화과)
비록 어느 브러그 친구님의 발자취 따라 와 봤지만
아주 소담하고 정감어린 사찰이었다.
사찰 곁에 다정한 연못 이랄지
울퉁불퉁한 원목을 그대로 기둥으로 사용한 점 이랄지
마당과 처마 끝을 따라서 작은 도랑을 만들어
빨래터로 이용하는 감각을 살린 점 등은
이 절을 축조한 분의 취향과 정서가
깊은 예술성과 환경친화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듯 보인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종무소에서 불공에 필요한
공양미며 양초와 향을 구입하여 대웅전에서
향불을 피우고 불공을 드렸다.
이 조그만 절이라도 잘 가꾸고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경비가 필요하리라.
불공이나 기도는 걸어 다니면서
또는 산위에서나 잠자리에 들면서 하거나
아무런 때와 장소를 가릴 것이 없지만
굳이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으니
이런 곳에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추스려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산령각의 지붕위에 가을이 쌓이고...
작은 사찰은 드러나지 않게
아기자기한 조형미를 간직한 채
오늘도 탑을 쌓는 정성으로 불공을 드리는 신도들을
포근히 감싸 줄 자태를 갖추고 있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깊은 울림으로
내 마음의 후원 가득 낙엽을 타고 내릴 것 같은 풍경(風磬)....
그리고 그 풍경소리 ~
백봉산 자락에 있다는 말만 듣고 찾아 나선
묘적사...
무작정 나선 길이라
절 이름이 언뜻 떠 오르지 않는다.
정말 妙한 이름이라 그랬나 보다.
덕소에서 내려
행길가 노점 할아버지께 물어 볼겸
국화빵과 오뎅을 시켜 나눠 먹으면서 여쭤 봤으나
백봉산에 있는 절은 금시초문 이란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면 기사분이 알 것 같아서
택시를 잡아 탔다.
"제가 절 이름을 잘 모르는데 혹시 백봉산 자락에 있는
절을 아시나요. 마당에 연못이 있고 기둥을 원목으로 세웠다는데?"
잠간 생각을 하던 노인 기사분 말씀
"타세요.
제가 마석 고개에서 본 것 같아요"
자신 없이 말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있기에 손님을 타라고 하겠지 하고 올라 탄 택시...
"아저씨 그래도 정확히 모르시면
잘 알만한 분께 전화로 한 번 알아 보시죠?
마석쪽으로 가다 보면 있다는데..."
약간 미심쩍어서 그렇게 여쭤 봤으나
그 아저씨는 어느 정도 자신한다는 투로 대답하고는 그냥 가신다.
그러나 평내를 지나고 마석고개를 올라 설 때 까지도
기도원만 한 군데 보일 뿐 절은 보이지 않는다.
백봉산은 오른쪽에 솟아 있는데...
마침 고갯마루 쯤에서 한 젊은 등산객이 내려오길래 물었다.
그 젊은이는 절 이름을 모르지만 산 반대편에 절이 하나 있긴 하다고 하면서
"저기 등산안내 지도가 있으니 한 번 보시죠."한다.
등산지도를 보니 절 이름이 적혀 있다.
나는 그때야 *묘적사*란 이름이 생각났다.
기사에게 다가가서 절 이름을 말하니
그도 그때서야 아는 체를 한다.
멀리 돌아서 찾아 간 묘적사...
아마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게 되었고
나는 덕분에 드라이브 한 번 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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