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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궤적

외포리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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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이나 계속된

구정연휴 마지막 날

 

나는 북한산을 가려다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강화도로 향합니다.

 

전철로 김포공항 직전의 송정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외포리 까지 카드로 운임을 냅니다

 

예전엔 넓다란 김포평야의 지평선위를 

간간히 나지막한 농가들이

종종 걸음으로 줄지어 후딱 후딱 지나쳐 갔지만

지금은 평야 가운데 우뚝 우뚝 솟은 아파트들이

지평선 대신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어수선한 간판들은

서부의 개척사를 떠 올리게합니다.

 

이젠 물밀듯이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영토를 빼앗긴 철새들의 슬픈 날개짓만이

가끔직이 황색의 허공에 박제된 듯 펼쳐저 있는데

그건 이미 자연이 던지는

체념의 눈동자여서 인지 가슴이 아려와요

 

버스는 고촌면을 지나고

숱한 간판과 길안내판 속에서

내 눈동자가 끝없이 방황하다 지쳐버린 탓에

나는 그만 혼미해진 얼간이가 되어

속절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말았으니

 

가을이 깊으면 첫눈을 기다리게 되고

겨울이 깊어갈 즈음이면

봄의 새싹과 꽃들의 미소를 갈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의 행로이니

방황하다 지친 나의 눈동자를 탓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자위하며

스르르 가슴의 눈을 감습니다

 

~~~~~~~~~~~~~~~~~~~~~~~~~~

 

강화 터미널에서 외포리로 출발하려면

20분간을 정차하여야 한다기에

정말 오랫만에 짜장면으로 늦은 점심을 떼우고

약 20분간을 더 달려 도착한 외포리

 

그러나 보문사로 건너가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볼음도쪽으로 이어진 신작로를 따라 걸었어요

 

야트막한 차양막이 된 옹벽 아래로

아무도 걷지 않은 폭신한 눈을 밟으며

금파위의 비단띠로

태양과 내 가슴사이의 황금길을 놓아요

 

바람속의 갈대는 말갈기 처럼 나부끼고

썰물로 드러난 개펄에선

청둥오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네요

 

바람속을 걸어 멀리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석모도로 떠날 손님을 태우는 여객선을 보아요

 

요즈음은 승선하는 차량의 댓수가

걸어서 승선하는 사람의 숫자 보다 훨씬 많네요

확실히 격세지감이군요

 

저는 마치 제가 아주 머언

미개한 나라에서 온 이방인 처럼 느껴져요

 

오늘은 충전기에 끼워둔 카메라 밧데리를

잊어버리고 안가져 왔네요

멋진 해안가의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승합차등을 타고 해안가에 삼삼오오 모여서

즐거운 모습들로 떠날줄을 모르네요

 

겨울바닷가에 홀로 서있던 갈대가

음유시인이 되어 내 가슴으로 옮겨 앉아요

 

그는 노래하네요

시들어 버린 나의 육신위에

사랑의 꽃을 피우라고요

 

갑자기 제 마음속으로

황혼의 바다가 다정히 밀려 들어 와

저는 생명의 개펄을 안고

보문사로 가려던 마음을 돌려

그냥 돌아 오는 버스에 오르고 말았네요

 

이제 바라던 모든 것을 얻었음으로......

 

돌아 오는 길....

황혼이 깊어가는 김포 들녘위로

푸른 숲이 아득히 피어 오르며

그 가장 그윽한 자리에

청다래 나무 한그루가 파아란 서기를 발하며

손을 흔들어요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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