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달랑 하나 있는 딸 아이로 부터
나의 생일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지난 3월 부터
중학교교사가 되어 출강하는 딸 아이가
제게 한턱 쏜답니다
나는 발과 팔이 아파서
맘데로 운동을 못하는 아내가 마실 생수를
남한산성 생수터에서 3병 떠 가지고
문정동 집으로 향합니다
나 외에는 집안에 남자가 없어서 였을까
딸애가 *장군*이라고 명명한
마르티즈, 하얗고 귀연 강아지가
방갑다고 한 바탕 온 거실을 부산하게 내 달리며
일종의 환영식을 마친 뒤
우리는 딸 아이가 미리 예약해 놓은
*VIPS*라는 Restaurant으로 향합니다
요즘 내가 주로 이용하는
같은 송파구이지만 가난한 동네인
뉴타운 추진중인 남한산성 아래 동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고급 음식점입니다
스테이크가 주된 요리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생선요리도 몇가지 첨가되어 있고
야채 샐러드도 곁들여져서
제법 괜찮은 메뉴였습니다
Main 메뉴를 2가지 이상 주문하면
나머지는 맘데로 부페식으로 갖다 먹기 때문에
딸 아이는 좋아라고 몇 차례고 들랑 날랑하며
포식을 합니다
*너 그렇게 먹다간 짜구(배불뚝이의 호남 사투리)나겠다*
라고 핀잔을 해 보지만
딸애는 들은 척 만척 그저 명랑한 표정으로
*아빠, 오랫만에 이런데 오면 많이 먹고 얘기도 오래하다 가는거예요*하는군요
난 그 작은 체구의 딸애가 이렇게 대식가라고는
미쳐 몰랐습니다
집에서는 그저 몇 숫갈 뜨다 마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이런 음식점에 자주 와 보고 싶지만
경제 사정상 자주 못 오게 되니까
오랫만에 오면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한 없이 먹고 싶은 식탐이 생기나 보다 생각하니
한 편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러나 딸은 *우리 친구들도 이런 곳에 오면 저 처럼 많이 먹어요*
하며 나의 말과 느낌을 불식에 붙이고 맙니다
오늘 딸애는 제 딴에는 제법 많은 지출을 했네요
게다가 딸과 저는 와인 한 잔씩 했으니....
암튼 자기가 처음 번 수입으로
이렇게 부모에게 한 턱 쏘니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
시종 싱글벙글합니다
무엇 보다
현재의 직장인 학교생활에 대만족하고 있으니
부모인 저희들로선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죠
그러나 혼자 돌아 오는 길.....
내 일의 진척이 지지부진하고
아직도 부채가 많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들은 아내가
시종 시무룩하고 의기소침해 있어서
역시 내 마음도 밝지 않아요
그러나 오늘 저는 오랫만에
행복이란 별 것이 아니고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딸애가 한 사회인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의 갈길을 가고 있다는
대견스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뿌듯한 생일 선물을 받은
행복했던 생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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