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을 하산하여
미황사경내를 통과한 e목요산악회원들을 태운 버스는
어둠속을 달려서
땅끝마을로 향했다
땅끝마을의 숙소와 식당을 겸한 한 모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밤의 전망대를 향하여 길을 나섰다
멋들어진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푸른 바다가 엿보였을 해변길은
칙칙한 어둠의 저편에서 우리의 야행(夜行)을 지켜보고만 있다
이제사 우리는 길을 나서고
임삼철고문님과 장문규대장님은 벌써 어딘가로
밤바람을 쐬고 들어 오고 있다.
가로등불이 잘 밝혀지지 않은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서
우리는 몇번인가 길을 잘못들어서
다시 또 다른 길로 접어들기도 했지만
결국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도 모르게 들어 선 길......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안겨질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운 천상의 길이었으니,
왼편으로는 밤바다가 조용한 파도소리로
세레나데를 대신하고 있었고
오른편으로는 전망대가 있는 산기슭의 나뭇가지 사이로
초열흘 상현달빛이 우리의 발길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달빛 소나타...
그리고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는
바로 이런 순간에 태어나는 게 아닐까?
나는 이 순간의 행복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서 앞서 나아갔다
바다에 면한 벼랑에 잇대어 나무계단길을 만들었거나
가까스로 그 벼랑을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소롯길...
그밤의 한없이 부드러운 청량감을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
뒤따라 오는 7~8명의 횐님들의 목소리와 숨소리도
모두 행복감에 들떠서 밤바다 위를 맴돌았다
테스님, 도깨비대장님, 안개꽃님, 주아네님...(왼편 부터)
이처럼 위험한 해안절벽의 둘레길에도
수려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은 자치단체에 깊은 감사의 마음도 가져보고 ....
주아네님과 왕정희님과 함께.
양쪽 방의 룸메이트들 중에서 정석철님만 빠졌넹 ...
아래에서 전망대를 올려다 보면서 찍은 사진인데
어둠에 가려서 잘 잡히지 않았군요 ....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땅끝마을의 모습...
우리가 전망대에 오르자
회장님과 kingtiger님, 그리고 정석철님이 먼저 와 있었다.
그들도 아마 이 밤의 정취를 가슴에 안고 싶어서
우리들 보다 먼저 밤바닷가로 나와
이 전망대에 올랐으리 ....
전망대에서 내려 와서
우리는 선착장이 있는 부둣가로 향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그냥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 땅끝마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자신을 나타내 보이며
몇번인가 낯이 익은 나를 향해
아는 채를 하는 두개의 멋진 바위들 ....
재작년 년말에는 늘푸른 수요산악회원들과 이곳에서
새해 해맞이를 했었으나
오늘 이밤에는 e목요산악회원들과
땅끝마을 이 밤의 포구에 또 다른 흔적을 남긴다
정월 초하루면 여기 두 바위 사이로
아침해가 떠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형태의 등을 만들어
바다위로 띄워 보내거나
해안가에서 촛불을 들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제각각의 소원을 빌었었다.
물론 나도 비록 촛불은 준비하지 않았으나
그들 사이에 서서
떠오르는 정월 초하룻날의 태양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소원을 빌었다.
밤바닷가를 뒤로하고 그냥 떠나자니
그래도 어딘지 서운함이 남아서
맥주라도 한잔 하고 들어가자고 하여 들어선
2층의 한 카페겸 맥주집...
마침 횐님들 중에
주아네님의 직장동료이신 왕정희님의 생일임이 알려져서
우리는 즉석에서 도깨비대장이
성냥으로 축포를 손수 만들고
테스님의 기지로 쵸코파이로 생일케익을 대신하면서
생일 파티를 성대히 치루어 주었다.
그래도 어딘지 모자란 듯하여
내일의 산행을 걱정하는 회장님의 만류도 거역하면서
우리는 다시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왕언니가 자신의 생일을 자축이라도 하듯
거의 독무대를 연출하여
노래방에 간 것이 아주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언니는 청춘에 홀로 되어
자녀들을 모두 다 잘 길러냈다는 주아네님의 말이 생각나서
나는 노래방에 있는 동안에도
그녀가 앞으로는 더 행복해지기를 빌고 있었다...
그렇게 땅끝마을에서의 하루는 가고
우리 룸메이트들 4명(그대로님, 도깨비대장님, 정석철님,그리고 나)은
새벽 1시경에서 4시 또는 5시 까지
잠시동안의 휴면에 들어 갔다.
내일, 완도의 산행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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