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비폭탄을 맞아
서울과 경기도 일원이 큰 피해로 얼룩진 유래없는 명절 분위기였다
추석 전에도 계속되는 태풍과 비로 인해서
마치 가을 장마를 연상시키더니
급기야 한가위 3~4일 전부터 시작된 비가
추석 전날에는 서울과 인천을 위시한 경기 북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이 내려
평균 200mm를 넘는 강수량을 보였고, 많은 곳은 300mm에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비가 많이 내린 양천구등의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이나
지하실에 창고나 매장을 차린 업체들의 비피해가 너무나 커서
추석을 반납하고 복구작업에 몰두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지만
없는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그 한 숨 소리가 내 가슴으로 파고 드는 듯하다
그 눅눅한 지하방이 이젠 침수 피해까지 입었으니
그들의 고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키 어렵다.
내 딸아이가 애기였을 때 서울로 처음 이사 와서
거의 1년 가까이 살았던 그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던 지하방을 생각하면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아무튼 비피해를 당한 많은 이들이 하루 빨리 정상을 되찾아
요즘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전선에서
용기를 가지고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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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부터 딸아이는 지어멈을 따라서 성당에 나간다
그런 탓에 지난 설날 부터 차례나 제사를 모실 때
우리집에서는 나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행사가 치러졌다
이번 추석날 아침,
상차림이 끝나서 조상에 대한 예를 표하려는데
아내와 딸이 자기들도 천주교식의 *연도*를 같이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기에
그럼 그렇게 하라고 이르고 잠시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아내와 딸의 천주교식 의례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어딘지 어색해져서 한켠으로 물러나서 그들의 의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가만히 그들이 행하는 의례를 지켜보는 내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나의 부모님과, 그 부모님의 부모님과 나의 조상님을 위한 자리인데
난데없이 먼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이름이 튀어나오고
그 이름을 한 사람이 연호하면 다른 한 사람은 그 연호된 사람을 향해서 뭔가를 간구하고.....
그래서 그들의 의식이 치러지는 동안 함께 절하고 기원하고 할 마음이 싹 사라지고
그들이 먼저 의식을 끝내면 그 후에 내가 차례를 지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한동안을 그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방 한 귀퉁이를 서성거리며
많은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다음 부터는 연도를 하려면
집에서는 하지 말고 별도로 성당에서나 하라고 해야 할까보다
그렇게 되면 집에 음식도 다 차려 놓고 이중으로 돈이 들어갈 것이 아니냐고
분명히 아내는 동의를 하지 않고 다툼이 일어날 것이다
일전 한 푼이라도 허비하지 않는 아내와의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를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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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검단산에 올랐다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검단산과 이어진 용마산을 지나
남한산성행 버스를 탈 수 있는 광지원리 까지 걸었다
용마산까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지나 다녔으나
용마산을 지나서 부터는 갑자기 등산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아서
아주 적요한 산행길이 되었지만
조용히 걷는 트레킹 코스로는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광지원리에 다다라서는 허기가 몰려왔다
오늘 먹은 것이라고는
검단산 오를 때의 연양갱 한 개와 식혜 하나
그리고 달걀 3개로 5시간 가까이 산행을 하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몇해 전, 한 고객이 식사대접을 할테니 무조건 차에 타라며
자기 봉고차에 밀어 넣듯 나를 데리고 왔던 식당이 생각났다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길과 마주하고 앉은 *남원추어탕*집이다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인 듯한 한 중노인이 나를 반가히 맞는다
만면에 한가위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그는,한잔 거나하게 걸친 탓이던가
호쾌한 어조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묻고
조금 떨어진 주방을 향해서 큰소리로 내가 주문한 추어탕 한 그릇을 외친다
내가 왜 남원추어탕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냐고 묻자
그는 고향이 바로 남원이랜다.
그래서 나는 전주라고 했더니 자기도 전주에서도 살았다며
같은 고향 손님이라고 방가워하며 정다운 고향 얘기로 흐믓한 한 때를 보냈다
그곳의 반찬은 싱싱한 배추 겉절이와 내가 특히 좋아하는 부추 겉절이,
그리고 삭힌 갓김치와 갈치속젓이 전부였는데,
나는 그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비웠다
배도 고팠지만 맛도 있고 깔끔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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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 산행으로서는 처음 와 보았고 비교적 긴 코스의 산행동안
모르는 길을 물었을 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신 많은 이웃들에게도 감사드리며
내 태어남과 삶의 길에 말없이 서 있지만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생명의 자양분을 쉼없이 공급해 주는
거기, 한그루의 나무, 돌, 졸졸 흐르는 물줄기,
그리고 꽃들과 바람과 구름과 태양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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