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22일)는 컴이 고장이 나서
수리점에서 포멧을 시켰다.
단 하루였는데도
몹시 불편했다.
이제 나도 중독이 된 걸까?
아니면 컴이 우리의 일상생활속에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깊숙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반증일까?
아직도 교직생활을 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한 산성에 오르자고....
겨울 답지 않게 따스한 한낮
숲속의 소롯길은 며칠전에 내린 눈으로
길은 미끄러웠고
길 양옆으론 하얀 눈이 쌓인 곳도 있었다.
우린 성안의 관광단지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커피숍에서
미색이 감도는 와인 한잔 씩을 놓고
마주 앉았다.
창가론 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
베꼬니아가 연한 몸통을 프리즘 처럼
빛을 통과시키며 붉게 웃고 있었다.
녀석은 아직 미혼인 딸 하나 아들 하나...
난 무남 독녀...
자연히 자녀의 진로 문제가 주제의 일 부분이었고
그래도 아직은
딸들에겐 교직이 괜찮은 직업이란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땐
교사가 될까 두려워서
아예 교육원리를 수학으로 바꿔버렸던 기억이
새로운데...
하기야 살아오는 동안
너무 힘들었을 때는
*내가 왜 교직을 택하지 않았을까*하고
후회한 적도 몇번 있었지만
아뭏든
이번에도 임용고사에 합격이 안되면
자기 뜻데로 시험 공부를 계속하도록
돌봐 주어야겟다는 생각이다...
동네에 내려와서 칭구와 식사를 하는데
성당에 다니는 다른 친구가 들어 와서
합석을 하게 되었다.
교사 칭구는 그들을 모를 뿐만 아니라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후로
술을 많이 마시면 안되는 터라
좌석을 떠나고....
그 칭구는 반색을 하며
아주 잘 만났다고 ...
그렇잖아도 2년 전 부터
인사시켜주려고 벼르던 친구와 같이 왔는데
인사하고 지내라고...
소개 받은 친구는
같은 대학교 상대 출신으로
동기였다.
얘기중에 그는 우리 법대 동기생인
백목사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이기도 한데
백목사의 사촌 여동생인 우리 법대 홍일점인
백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바꿔 주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나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걸어 바꿔 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아주 친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해서였다.
나는 기혼자인 여자 친구에게
가정적으로 누를 끼칠까 봐서
여지껏 내가 먼저 전화를 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
둘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말 솜씨가 뛰어난 이 사람의 유연한 자세에
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혹여 실수를 한 게 아닌지...
남편이라도 옆에 있어서 누구냐고 캐물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친구야
네가 혹시 난처하게 되었다면
용서해라.
담 부턴 안그럴께...
남한산성 일장천 약수터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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