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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남한산성의 하루

 

장마가 잠시 뜸하다

 

태풍과 겹친 장마는 얼마나 아픈 눈총을

감내해야 했던가?

 

그리고 우리 인간은

장마 ..너를 탓하고

또 사실 너로 인하여도

많은 고통을 받기도 했었지 ~

 

그러나 아무튼

너는 고마운 녀석이야 ~

 

 

 

남한산성 서문

 

송파구 마천동과 거여동 쪽에서 올라 가면

이곳을 통과하여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성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

 

 

 

성벽에 기대어

탄저병으로 썩어 들어가는 몸뚱이를 내려다 보며

그래도 붉은 정열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 뚝뚝 피를 한방울씩 떨어 뜨릴 것 같은

봉선화 !

 

 

 

 

쑥부정이와 잡초들 사이에서

억센 생명력으로 자리를 틀고 앉은

 

가냘픈 나팔꽃 ~

 

힘겨워도 이겨내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겠죠?

 

 

 

 

어릴적 삼베 옷에 치자 물감을 들였던가?

 

그리고 적을 붙여 먹을 때도

노란 치자 물감으로 미각을 돋구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

 

앙증맞고 옴팡지고

순수 그 자체인양 청순한

 

치자 꽃잎이여 ~

 

 

 

 

 

이 나비들은

내가 디카폰을 가까이 들이 대는데도

전혀 무섭지 않은 듯

제법 포즈 까지 잡아 준다

 

나비는 이 아릿다운 자태를

우화 후 20일 정도 밖에 우리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가여운 한해 살이 생명들이여 ~

그러나 그대들의 생명은 내년에도 또 그 후년에도

지속 되리니 서러워 말지어다.

 

인간도 역시 너희와 같거니 ~

 

~ ~ ~ ~

 

 

 

 

지금 한창 고소한 향기로

계곡을 휘어잡는 이 꽃들의 향연이

당당하다

 

인생도 꽃들도

이렇게 한창 무렵에는

세상에 두려울 게 없는 것을 ~

 

 

 

 

 

 

서문으로 오르는 깔딱 고개 능선 아래

헬기장을 에워싸고 피어 있는

 

우리나라 꽃 !

 

무궁화 ~

 

산성암에 홀로 기거하던

2년 전에 작고하신 한 할아버지께서

이곳 계곡과 헬기장 주변에

벗꽃과 무궁화,단풍나무등을 심었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너의 세상이 되리라 ~

태양의 상징 ~

해바라기 ~

 

오랜 기다림의 보람이 있어

너의 세상은

깊은 열정으로 타올라

대지의 생명체들을 익혀서

감미를 채워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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