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어이!~~
구월(음력)산아
옷을 벗지 마
아까운 내 청춘이 다 져간다
이 골짝 지나면
또 어느 골짜기런가
황혼 비낀 산 허리엔
옷벗는 소리만 가득,
어이, 어이!~~
시월산아
옷을 벗지마
서러운 내 인생이 다 져간다.
백담사 다리위에서...
어느 폭우 아래
이 치솟는 심지(心志)들이 꺾여
흩어져 버렸을 법 한데.....
다시 또 이곳을 찾을 때면
항상 그자리엔
이렇게 꼿꼿한 누군가의 의기가
하늘을 향해,
그리고 지심을 뚫고
그렇게 제자리를 지켜 나가고 있네요.
가뭄에 거의 바닥을 드러낸 계곡이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도 품위를 잃지 않고
불타듯 고운 미소를 보내주는 님의 진정에
머리가 절로 숙여져요.
100개의 담이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던가,
하얀 담(潭)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어 백담사런가?
이 계곡에 붙여진 백개의 담(百潭)이라기 보다는
하얀 담(白潭)들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그대 그리워 찾아 온 나를
이리도 정겹게 반겨 주시나요.
고마운 님이시여!~~
이제 돌아 보아도
백담사는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
잔잔한 푸른 물속에
고운 자태로 어우러진 님들의 모습만
꿈길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해요.
백담사 계곡을 휘돌아
수렴동계곡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조신스럽지만 웅혼한 폭포 하나,
그 이름 황장폭포여!~~
그대 이름을 그 누가
황장우(隅:모퉁이)라 부르던 황장뢰(瀨:여울)라 부르던
나는 그저
지금의 그대 모습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늘상 빛을 따라 잡아
영원을 꿈꿔 보지만,
우린 빛 가운데
한 잎 단풍!
기진한 어느 한 순간에
붉은 한 숨과 함께
불타 오르다
하나의 가랑잎이 되어
빛속으로 스러질 몸....
아름다움의 끝은 과연 어디 까지 일까,
작은탑을 흔들며,
어쩜 지금 쯤은
이 탑신에 자신의 보석 같은 시간들을
새겨 둔 기억 조차 잃어버렸을
허수아비 나그네들에게
이토록 은밀한 사랑을 수혈하여
영혼의 새싹을 틔우려 애쓰나니....
나는 내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많은 이웃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여미어야 할지니....
아름다움의 극치는 없는 것....
다만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만이 실존하는 것...
그러니 신도, 우주도, 사랑도
구도의 순간, 연구의 순간, 사랑하는 순간만이
남는 것 .......
그렇게 구도하다, 연구에 몰두하다, 사랑에 취하다가
모두 그 과정 속에 던져저
용해(鎔解)되어
사라지거나, 남는 것 ........
언제나 이맘 때 쯤 이길을 걸을 때면
지나치는 많은 이들의 가슴엔
자기가 속한 사찰의 표식이 달려 있어요.
특히 이 아침 시간에 내려 오는 인파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불자들이구요..
또 그 불자들의 거의 십중팔구는 여성들이며,
그들 중 대부분은 경상도 분들인 것 같아요.... ㅎ
흑선동계곡 입구
생명체들은 파장으로 속삭여요.
당신은 제 심장의 파장을 읽을 수 있으시나요?
그럼 됐어요.
그럼 저의 모든 마음을 당신께 아낌없이 드릴께요.
당신은 제 마음을 받으실 만한
자격이 있으신 분이시군요.
오늘은 숱한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 갔어요.
그들은 모두
누구, 또는 무엇에겐가
자기 자신의 파장을 알렸고
또 그 누구, 또는 그 무엇의 울림을 들었어요.
그러나 그들간에 진정한 교감을 일으키는 울림이 있었는지,
저는 알 수 없어요.
그리고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죠.
그리고 자기 마음의 파장을 알려 준 상대가 누구이며,
내가 감명을 받은 상대가 누구, 또는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나와 상대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 같아요.
너무 화려한 단풍의 빛깔 속에서
저는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그러나 그 빛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잃어 버린 다 해도
당신을 깊히 사랑했던 추억만은 잃고 싶지 않아요.
제 욕심이 지난친 건가요?
설담당(雪潭堂)부도
십 수년 전에는 이 부도 옆에 안내판이 있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백담사의 승려였던 설담당스님이
이곳에 영시암을 건립했던 터였다구요.
그러나 지금은 이 부도 하나만 덩그마니 이 자리를 지키고
이곳으로 부터 1Km쯤 윗쪽,
봉정암과 오세암의 갈림길 아래에
새로운 영시암이 축조되어
이곳에 있었던 영시암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것 같아요.
그리고 때로는 이 부도 앞에 꽃다발을 헌화하기도 했었고
어느 젊은 스님이
이곳에서 사찰의 비전 무술을 연마하기도 했었는데 ......
(구)영시암터 앞의 담
세월의 무상함이,
계곡물 위에 떠서 흘러가다
잠시 이 못위에서 쉬어가는 낙엽들과 함께
내 가슴속으로 스산하게 밀려 옵니다.
이제 영시암에 다다릅니다.
영시암에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합니다.
오세암과 봉정암의 갈림길,
불과 100여 미터 전방에 이런 암자를 건립한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되네요.
저는 이곳에서 봉정암으로 오릅니다.
수렴동대피소 가는길
약간의 쪽빛을 띈 암반에 하얀 띠 같은 선이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아직 한번도 지나가 보지 못한 가야동계곡
올 가을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 번 만나 보려던 이 계곡이련만
예기치 않은 상처와 병마로
또 한 해를 넘겨야 하는 이 아쉬움!~~~
이 가야동계곡으로 한 번 들어 가 볼까 하는
일말의 시린 파도를 잠재우며
다시 구담(龜潭)을 끼고 수렴동계곡을 따라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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