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섶에서

요즘에 ~

 

길고 긴 무더위가 끝나는 가 싶더니

서해안을 따라 올라 오는 태풍으로서는

10년만에 가장 위력이 세다는 *곤파스*가

곳곳에 많은 생채기를 남기고 지나갔다.

 

태풍으로 전력공급이 차단되어

새벽 부터 전철이 수 시간 동안 운행을 중지했고

초, 중등학교도 2시간을 늦춰서 등교를 실시했다

농촌의 농작물들과 해안가의 배들의 파손은 물론이고

도시의 가로수와 간판들과 베란다의 창틀들도 날아간 집들이 많았다

 

초속 34m의 강속으로 몰아 닥친 *곤파스* ...

그나마 이번에는 폭우를 동반하지 않아 다행이지

만일 폭우 까지 동반했더라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으리라.

역시 자연 앞에서 우리는 미미한 존재일 뿐이니

그 자연의 속내를 잘 살펴서 우리의 안전을 도모할 일이다

 

 강남3구 중에서 유일하게 뉴타운지역으로 지정된

마천동의 내가 사는 집의 베란다에서 바라 본 주위의 풍광....

 

이미 6년전에 뉴타운 추진을 하면서 건축을 제한하고 있어

주거환경과 지역경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하고 피폐해 있다

 

 낡은 지붕들이 밀집된 사이로

새로 건축되는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내고 ....

 

 수년째 나의 보살핌으로

이젠 나의 친구가 되어버린 사랑초 비슷한 꽃.

분양해   올 때는 그 이름을 알았는데 지금은 잊어 버렸다 ....

 

 사시사철 분홍미소를 띄우며 나를 바라봐 주어서 무지 사랑스럽다

 

 비좁은 기왓장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돌단풍 ...........

 

 인석은 김포의 다래농장에서 시집온 녀석인데,

역쉬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고맙다

 

 이 척박한 참숯의 언저리에 기대어

나와 어언 10여년을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는 풍란나도풍란 ,

 

지인의 정성이 베어 있는지라

나도 성심껏 보살폈더니 아직도 잘 자라주어서 고맙긴한데

내가 한 번 술에 취해서 넘어지는 바람에 녀석이 두동강이 났는데

부러진 곳을 공업용 본드로 잇대어 발라 놓았으니

영낙없는 부상병이다.

 

 남한산성 나의 산책길 입구의 어느 집 울타리에

높다랗게 줄기를 뻗어 오르고 있는 빨간 나팔꽃(메꽃) ...

 

 

 

 

 이제 내 나이에는 근육운동을 많이 하여야 한다는데,

마침 내 등산로변의 초입에

이렇게 운동기구가 많이 마련되어 있는 공간이 있기에

앞으로 가끔 이용해 볼 요량이다

 

 이곳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그냥 open된 장소에 있어서

산을 오르내리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곳이다 ..

 

 나는 처음으로 이곳의 운동기구를 이용해 본다

다양하게 구색을 맞춰 놓았기에

근육운동을 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여겨진다

 

 십수년 만에 평행봉에서 팔꺾기를 했더니

겨우 한번을 했는데도 양쪽 어깨가 찢어질 듯 아프다

 

 오늘 이 등산길에서 처음 마주친 동네 아짐........

 

송파구 여성축구선수인 그녀는 운동의 달인 인듯,

여러가지 기구들에 관심도 많았고 실제로 이용을 많이 해본다.

 하기야 전국대회를 석권한 적도 많이 있는 팀원이니

운동의 달인, 맞겠죠?

 

 

 

 달맞이꽃

 

 간밤의 비에 물봉선들은 더욱 싱그럽고 ...

 

 

 이제 태풍 *곤파스*가

가혹한 흔적을 남기고 떠난 산행길에 접어든다.

 

온 산을 마치 두터운 이불로 덮어 버리듯

그렇게 잔인하게 잘려진 여린 나뭇가지들이 처연하여 가슴 시리다

 

 태풍에 쓰러져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는 너의 신음소리를 

내 어이 남겨두고 떠나야 하느냐

 

많은 세월동안 나의 변함없는 친구였던 나무여!

내 스승이여, 내 존재의 활력소여!

 

 미안하다,

내 길가에 있었기에

약해진 기반으로 인하여

그대가 다른 나무들 보다 먼저 쓰러진 것을 내 아노니....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선

언제나 그대들에게는 크나 큰 손상을 입히게 됨을 ...

 

그러니 미안하다 ...

나무여, 내 오랜 친구여!

부디 안녕!!!!~~~~

 

 3~400미터나 되는 산길에 벚나무를 심어 놓은 산할아버지가

이제는 한 점 흉상으로 남아

폭풍에 쓰러진 자기 분신 같은 벚나무를 안쓰럽게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무서운 폭풍속에서도 살아 남은 물봉선

지난 새벽의 사투와 아픔을 금방 잊어버리고

폭우와 폭풍에 씻긴 아침 햇살을 바라

새로운 희망의 미소를 보낸다

 

 고난과 아픔은 도처에 있고

상처와 영광도 일상적인 것,

 

그러나 그것들을   받아 들이는 마음은 천차만별이니

 항상 조용한 觀照의 자세로 투영하여

결코 일그러진 정신세계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리!~~~  

'길섶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년을 보내며  (0) 2012.01.21
비내리는 봄날 창가에서  (0) 2011.03.01
수레바퀴 아래서  (0) 2010.08.18
남한산성의 瑞雪(1)  (0) 2010.01.10
남한산성의 瑞雪(2)  (0) 201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