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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수레바퀴 아래서

 

28915

 

 아침 6시에 남한산성 산책길에 나선다

요즘엔 태풍 *덴무*의 영향으로

쏘나기성 비가 자주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궂은 날씨의 연속에다 기온도 높아서

완죤 찜통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역쉬 새벽길은 상쾌하고

뭔가 차분히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집에서 3분 정도 걸었을까

갑자기 나의 시선을 잡아 끄는 한 장면이 있었다

 

밤새껏 잠도 못자고

저 고물들을 수거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 좁은 곳에서 저리도 깊히 잠들어 있을까?

 

나는 오늘도 남한산성의 내 산보길에 피어 있을

들꽃들을 담기 위해서 지니고 있던 카메라에 묵직하게 손이 간다

 

사람도 하나의 꽃이다

 

저 사람도 나도 어쩜 지금쯤은 열매를 맺혀놓고

그 열매가 잘 익어 가도록 보살피며 기다리는 중이거나

아니면 그 열매는 이미 성장하여 우리의 품을 떠났지만

그도 나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자 일까? 남자 일까?

얼마나 피곤할까?

밥은 먹었을까?

 

나는 자뭇 궁금하여

이 사진 한 장을 몰래 찍은 미안함을 스스로 달래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 가서 그의 행색을 살펴 보았다

 

비좁은 아파트 경계석 위에서 단정히 잠들어 있는 그 남자는

비교적 단정한 옷차림으로

양팔을 얼굴위에 얹어 놓고 깊히 잠들어 있었으나

밖으로 드러난 그의 양팔은 뼈만 앙상하게 말라 있었고

양 팔 틈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도 너무나 초쵀해 보였다

 

나는 순간, 그에게 한 끼 식사라도 대접해 주고 싶었다.

그 나머지는 역시 그의 몫,

이 수레의 고물을 팔아 봤자 어쩜 한 끼 식사 값에도 못미칠지 모른다.

 

나는 그의 주위를 살피다가

마침 그의 윗주머니 자크가 살그머니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단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지폐 두장을 접어 그의 주머니에 살그머니 넣어 주었다

 

다행히 그의 단잠은 방해하지 않았음에 안도의 숨을 내 쉬고

그의 선전을 마음속으로 당부하며

그의 곁을 떠나 왔다

 

최근들어 이 지역이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6년 정도 건축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 때문에 집 주인들은 집이 헐릴 것에 대비해

집이 새거나 기물이 고장이 나도 고쳐주려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곧 헐릴테니 고쳐 주어 봐야

괜히 헛돈만 들어 간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이곳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슬럼화되어

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는 빈민촌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지역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가

요즘의 부동산 침체로 말미암아 약간의 진정국면에 접어 들었지만

지금도 이 지역의 절반 이상의 집들이

땅 투기로 한 몫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의 소유가 되어 있어서

 참으로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의 대부분은 주인이 아닌 가난한 세입자들로서

지역 경제 또한 말이 아니게 침체되어 있다

말 그대로 이곳은 *자영업자들의 무덤*인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만 모여사는 동네가 되다 보니

이곳 골목 골목에는 밤이건 낮이건

저 잠든 사람처럼 손수레를 끌거나

심지어 애기를 태우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고물을 줍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이유중의 하나에는

요즈음에 갑자기 줄어든 복지수급액에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

MB정권 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복지예산이 줄어 들어

예전의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돌아 갔던 혜택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그리고 그 대상도 대폭 감소한데 따른 영향 말이다

 

MB정권은 미래에 더 많은 재앙을 불러 올

4대강과 원자력등의 개발의 속도를 조절하여

말로만 떠드는 친서민정책을 진심으로 시행할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산성을 향해 오르다가 아직 동네가 끝나지 않은 길가에

닭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죽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만져 보니

아직도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녀석은

누군가의 차에 치여서 머리가 깨어져서 즉사한 것이다

 

나는 녀석이 또 다른 차에 치여서 더 처참한 모습이 될까봐

녀석을 아마도 그녀석을 기르던 집이었을

길 옆집의 마당에 놓아 두고 자리를 뜬다

 

존재들!~~~~

생명들!~~~~

 

나는 모든 질주하는 괴물들의 소리를 듣는다

 

그 괴물들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포식자들일 수도 있고

또 현대에는 사람들에 의해서 운용되는 모든 이기(利器)들일 수도 있다

 

현대에는 이러한 괴물들이 넘쳐나게 득실거린다

이 닭을 치어 죽이고 질주해 버린 자동차  바퀴는

그 운전자의 심장을 달고 지금도 어디론가 달리고 있을 것이다

 

뉴타운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배고픔에 묶어 두고

4대강 개발만을 고집하는 사람들과

뉴타운으로 떼돈을 벌려고 애타게 벼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그 자동차의 운전자 처럼

그들 나름데로의 괴물의 심장을 달고 어디론가 달리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 어디로 떠나 가고

이미 괴물이 되어 있거나

아니면 그 괴물들과 한 패가 되어야만 살아 남을 수 밖에 없슴에

어쩔 수 없이 그 괴물들이 입혀주는 색상의 옷을 입고

그들의 뒤를 말없이 따라 가야만 하는 군상들!~~~

 

참으로 존재의 이유가 모호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

 

한 편은 지나친 욕망으로 무장된 괴물들과

또 한 편은 그 욕망을 이루려는 괴물에 동조하거나 모호하게 대응하는 괴물들과

그리고 그 사이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끝없이 부대끼다가 사라질

수레바퀴 밑의 힘없고 나약하고 짓이겨진

저 닭과 같은 처지의 미물들이 있을 뿐이다

 

 일장천 약수터에서 남한산성 수어장대를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 발밑에 수 많은 푸른 나무 끝가지들이 널부러져 있다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수북하게 말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 나뭇가지를 살펴 본다

하나 같이 예리하고 작은 쇠톱으로 잘려나간 것 같은 흔적이 남아있다

모두 다 참나무만 골라서 날카로운 이빨로 연한 끝가지를 자르는

벌레에 의한 희생양들인 것이다

 

그들은 모두가 하나 같이

아직 채 여물지 못한 상수리나 도토리를 붙안고

간밤에 내린 비가 뿌려 놓은 흙모래를 뒤집어 쓰고 처참하게 누워 있다

 

그 모진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꽃을 피우고 여름의 장마와 폭우를 견디며

온갖 정성을 다해서 키워 놓은 열매들이

어처구니 없게도 아무런 이해 관계도 없은 침탈자들에 의해서

생명으로서의 역할을 빼앗기고 이렇게 맥없이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다

 

꽃들의 미소는 열매를 잉태하기 위한 간절한 소망이며

그 소망의 결실이 열매라면

그 열매는 열매로서의 모습이 갖춰지는 순간에

이미 생명체로의 의미가 아로새겨진 것이다

 

그런데 그 생명체들이 이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길가에 나딩굴어서 다시 썩어지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열매들이 열려서

자연의 공생관계의 황금비율이 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자연의 묘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이렇게 다 여물지 못한 열매들의 처참한 희생은 가슴 아프다

 

마치 요즘 다반사로 이어지는 청소년들의 사회적 억압이거나

미성년자들에 대한 성적 폭압이거나

결혼을 전제로하지 않는 비꼬인 성문화의 도덕적 불감증이거나

이 모두가 이 내 발길에 짓밟히는 상수리 열매들의 슬픈 표정으로

내 가슴은 난도질 당하고 있다

 

이 모두는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서

때로는 타의에 의해서

또 때로는 자의에 의해서

그리고 더 많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그렇게 생명의 존엄이 짓이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길가에 가지런히 놓인 국화꽃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초봄,

남한산성 하산길에 내 팔안에서 영원히 잠든

그 초로의 남자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은 왠일일까?

 

生과 死는 수시로 도처에 있는 것

내 자신 역시

항상 시시 때때로 생사의 갈림길 선상을 걸어가고 있슴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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