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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하나 이슬 하나

장마철의 들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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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장마철도 막바지에 다다랐군요

아직도 그 끝자락이 남해안에 걸쳐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떠나기가 싫은 가 보죠?

 

그러나 올해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어요

장마철엔 너무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비가 많이 그리고 오래 내려야

초목들이 생명수를 충분히 비축해 둘 터인데 ....

 

지난 겨울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려서

올여름엔 아마도 폭우가 많이 내릴 것 같은 예감이었는데......,

그러나 한편으로는 큰 피해를 입히지 않고 떠나 간 장마가

고맙기도 해요 ....

 저의 정원인 *남한산성* 작은 계곡에도

장마철엔 이렇게 계류가 위풍당당히 흐른답니다

 

인석은 제 산보길에 젤 먼저 나와서 인사를 하는 녀석인데

아, 글쎄 이름을 몰라서 부르질 못하고 있네요.

 

아무리 제게 있는 야생화 책을 뒤적거려 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녀석........

어느 분의 게시글에서 *도깨비*뭐래나 라고 부른 것 같았는데,

 

에고 미안하다, 내 첫 눈인사의 친구야!~~~

 

 이제 며느리밥풀도 아침 밥을 다 지어 놓고 나왔군요.

 

 남한산성 둘레길에서 간밤 비에 젖으며

나의 산책길을 지키고 있었구나

*물레나물*아!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릴 때면

너는 그 곱게 물들인 머릿단 같은 꽃술을 주체치 못하고

마냥 부대껴 대고만 있겠거니

그 가이 없는 인고의 속내를 누가 감히 보듬어줄꼬!~~~

 

 

하얀 소복으로 유난히도 깊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어수리(미나리과)

 

 

 

 어느 새 나비나물도 싼타크로스의 장화를 신고

작고 예쁜 선물 보따리 인양

온몸을 햇살속에서 뽑내 보인다

 

 어렷을 적엔 통칭 나팔꽃으로만 불렀던 메꽃(메꽃과)

그도 풀숲의 장막을 헤치고 얼굴을 내밀어

아침 태양과 인사를 나눈다

 

 언제나 피려나! 하고 기다렸던 닭의장풀

이제야 활짝웃으며 나타나서

*오래 기다리셨죠? 얼굴좀 가꾸고 나오느라구요.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게해서!~*

하며 방끗 웃는다

 

 파리풀과 잠자리의 앙상블도 괜찮아 보여요

아마도 멋쟁이 잠자리 같아요

자기의 컨셒에 맞는 상대를 찾아서 이렇게 멋진 포즈를 취하다니요..... ㅎ

 

어렷을 적

신나게 풀밭을 쏘다니며 놀다가 집에 들어 와 보면

어느 새 바짓가랑이며 옷가지의 여기저기에 몰래 붙어 와서

한참을 떼어 내어야만 했던 귀찮았던 존재,

그이름 *도둑놈가시*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얼마나 영리하고 다정한 녀석이던가요

아마도 그때 그녀석은

*미안하지만요, 제 씨앗을 멀리 좀 데려다 옥토에다 놓아 주세요!*라며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을테죠?

 

 파리풀

 

 금계국

 

녀석은 토종은 아닌 듯한데

조원용으로 이렇게 성곽을 따라서 많이 뿌려두었어요

하지만 강렬한 황금빛으로 곱게 웃는 녀석들도 보기 좋군요

 

 

 참으아리

 

으아리는 꽃을 오랫동안 피워내는군요

길을 가다가 유난히 짙은 분향기가 나서 뒤돌아 보면

어김없이 그곳에는 으아리가 있었는데....

 

으아리는 꽃이 피기전의 모습도

아주 단정하고 조신스러워 제가 특히 좋아한답니다

 

 층층이꽃(꿀풀과)

 

 나비들이 이제야 제철을 만난 듯 활동력이 대단하네요.

하늘 하늘 춤추는  나비들의 모습은 너무나 애톳해서

현대적인 시각에선 조금 측은해 보이기도 해요

 

요즘은 조금 당당하고 스피디한 것이 더 어필하는 시대인 것 같은데....

그러나 너를 닮아서인지

나도 역시 너 처럼 느리고 약삭빠르지 못한데 ....

 

 

 뱀무(장미과)

 

뱀무의 열매 역시 파리풀의 그것과 비슷하게

가시처럼 성긴 열매의 끝에 끈적이가 있어서

그 열매를 따서 상대에게 던지면

그 옷에 붙어서 먼 곳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답니다

 

참으로 절묘한 생존과 번식 전략이죠?

 

 

 자주조회풀(미나리아재비과)

 

 고추나물

 

 원추리

 

 짚신나물

 

 광대수염(꿀풀과)

 

 

 

 

 숙은노루오줌(범의귀과)

 

 누리장나무(마편초과)

 

유난히도 고소한 내음에 발길을 멈추게하는  너의 전술에

나는 언제나 한 수 배우게 되지 ....

 

 좁쌀풀

산성의 둘레길에서는

이 처럼 장마동안의 비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리리는 꽃의 무리들로 하여

시끌벅적하다

 

모두가 생명을 지으라는

대지와 하늘의 부름에 응하여 은밀하게 예정되어진

아름다운 교향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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