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숲길에 장맛비 반가운데
그리움에 목마른 발길
훠이 훠이 계곡 깊숙히 뿌리를 두르네
생이사 한 번 가면 그만이겠지만
기다림에 겨워
산야 가득 드리워진 내 그리움 어이할 꼬
아쉬움에 상한 폐부
새 살로 메울 수 없다면
차라리 그 그리움 고이 접어
내 혼불 함께 사르리.....
비가 내려 호젓한 계곡에
만 가지 생각만 빗소리 타고
계곡 물살 위로 흘러 가는데
불현듯 우산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행여 님이신가
얼른 고개를 쳐들고 둘러 보니
나뭇잎에 매달린 물방울만
나를 빤히 쳐다 보다
다시 또 떨어지네
물레나물(물레나물과)
초가집 등잔불 아래
침침해진 눈 비벼가며
백날 동안 물레 잣고
베틀에 허리 메어 무명베 짜던
백발의 울 할머니
한 짐이나 되는 그 베를
공깃돌 가지고 놀듯
가볍게 이고 십리 길 시장에 가시더니
해거름도 못되어
나비 처럼 날아 돌아 오셔서
가슴 섶 헤집고 내어 놓으신 뭉칫 돈....
아 ~
그러나 그건
앞 뒷장만 돈이고
가운데는 신문지 조각인 것을.....
물레야
베틀아
너는 들었겠지
아들 딸 먼저 저 세상 보내 놓고
그 아들의 핏덩이들
그리고 그 딸의 피붙이들
눈망울이 시려워
목숨 걸고
한 뜸 한 뜸 베를 짜던 백발 할머니의 흐느낌을 ....
장맛비가 내리던 날
나의 숲길에도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나의 가슴 속으로도
그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가
내 영혼 까지 점령하여
나를 바다로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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