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계곡.숲속길의 명상

풀잎위에 눈은 내리고...

 

눈이 내렸어요.

 

예년의 1/3 수준에 머무른 강우량 탓에

산에만 오르면

바짓가랭이에 하얗게 옮겨 붙은 먼지가 귀찮게만 여겨졌었는데

비록 5cm라는 적은 적설량 이지만

이렇게 하얀 손님이 되어 내려 오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28800

 

 

 

 

 

 

 

몸져 누운 풀잎위에 눈은 쌓이고

휜 허리를 양손 짚어 지탱하며

속으로만 칭얼대는 한숨이

이제는 파아란 멍울꽃으로

마음 한켠에 시리도록 맑게도 피었네.

 

그래

철부지 광풍은

한 때 치기를

빛잃은 풀잎들 위에 풀어 놓고 가겠지

 

그래도 멍울꽃 씨앗 움트는 날에는

아주 오지 않을 것 처럼 떠났던 봄날도

따스한 손 내밀며

웃으면서 내 곁으로 돌아 올거야 ......

 

 

 

<집으로 가는 길>

 

 야트막한 언덕이 되어

집으로 흐르는 마음

 

차마 빈손은 부끄러워

핏기 없는 풀잎끼리

나누고 또 나누다 남긴

작은 선물 보따리 하나

달랑 쥐고

 

집으로 달려 가는

쥐불놀이날 밤의 들쥐....

 

 

 

 

중등교사 임용고사 2차 시험에 합격한 딸애가

며칠 후에 3차 최종시험을 치룬다네요.

 

2차 시험 합격 통보를 받자

엉엉 흐느껴 울더라는 지어멈의 전언.... 

 

그래 울으렴

 

네 가슴의 파도가

활화산이 될 때 까지라도 울려므나

 

너처럼 울고 있는 사람이

어디 너 하나 뿐이겠니

 

넌 지금 하얀 눈아래서

옹알이를 하고 있는 새싹이니

 

봄날의 기운이 돌아 오면

웃을 날도 있을거야

 

그때, 우리

서로 마주 보고 활짝 웃어 보자.......

 

 

 

 

 

 

 

 

 

'계곡.숲속길의 명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숲길에 내리는 장마비  (0) 2009.07.10
홍길동과 미네르바  (0) 2009.01.20
새해에는....  (0) 2009.01.03
오색으로 물든 가을 아침 숲길에서  (0) 2008.11.12
가을이 깊었어요...  (0) 2008.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