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움을 바라보며 꿈을 꾸던 날들도
벌 나비되어 꽃밭을 나르던 날들도
꿈결속에 흘러 가 버리고
이제 낙엽의 길위에
나 홀로 서 있네...
꽃들이 가슴을 열고
꽃술을 흔들면
사랑의 빛에 갇혀
포로가 되어 버리는
슬픈 곤충.......
그러나 꽃이 지고
낙엽만 날리는 이 가을엔
곤충들의 날개는 낡아 나르지 못하고
그 날개짓 따라
우연히 생겨난 사랑의 열매만이
탐스럽게 농익어
뭇 동물들에게 제 몸을
송두리째 선사하고 있네.
다 태워버리고
모두 비워지고
씨앗 몇톨만 남아 맥을 이어도 좋을
그런 한갓진 모습으로...
낙엽 위에
또 한 잎이 눕는다.
그 위에 빨간 열매들도...
하나 씩 ... 둘 씩....
잎들과 열매의 과육은 썩어져서
씨앗의 이불이 되고
거름이 되고...
그 씨앗 한 톨
새싹으로 움을 터서
꿈을 꾸리라...
꽃으로 피어 꽃술을 흔들리라...
나는 한 마리
사랑의 빛에 갇힌
슬픈 곤충..............^^*
남한산성 수어장대 뒷편의 단풍나무
이제는 찾아와 앉아 줄 사람들이 많지 않아
왠지 쓸쓸해 보이는 의자와 원탁
누군가가 앉아서 휴식을 취했을
원탁옆의 나무의자들이
부식되어 밑기둥만 남아 있다.
비 온 뒤이어서 날씨가 맑아
멀리 북한산 모습도 보인다.
산할아버지 길에도
벚나무들이 옷을 벗느라고 한참 부산하다.
누군가가 지나간 이 길 위에
나의 발길이 얹히고
수 억만 번도 더 그랬듯이
또 그 위에 다시 눕는 낙엽들...
또 나의 발길 위에 얹힐 사람들의 발자욱은
어떤 모양새, 어떤 무게일까?
갈바람이 회몰이하고 지나간다.
내 가슴속을 가을 호수가 가득 찾이하고
그 호숫가 벤취위에
행려병자 하나, 나 하나
거울을 보듯 서로 마주 보며
주름살을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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