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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

북한산 도선사, 영봉의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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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가쁘게 달려 온 세월!

 

이제 가을도 깊었으니

허리 한 번 크게 펴고 자연의 성찬속으로

한가로운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재화를 많이 소유한 부자 보다는

시간과의 친교속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나그네야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하고 평등한 자산이며

정신적인 여유야말로 우리의 존재의 이유를

가장 아름답게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빈 손으로, 빈 가슴으로

이렇게 자연의 품을 맘껏 산보하는 

오늘이라는 시간, 그리고 이 자유를 사랑하리

언제 까지건 마음 깊히 느끼며 살아가리 ~

 

                                                                                                                    소풍에 앞서... 도선사 입구의 *도선다원*에서

 

오늘 같은 날엔 힘겹게 산에 오르는 일은 없으리~

 

지나치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턱에 차서

내 가슴 조차도 점령하려 할 지라도

서두를 일은 없으리...

 

나는 오늘 자연의 품속을 유영하며

그의 속내를 느끼고

그와 완전히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니까.

 

 *도선다원*의 창가에 홀로 앉아

창밖으로 밀려드는 차량행렬들과 인파를 내려다 보며...

 

참으로 컴플렉스한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이 가을, 단풍으로 물드는 숲의 표정 처럼

마블링한 조화 그 자체임을 느끼며....

 

 인파는 산을 옮겨다 놓을 정도로 붐볐으나

정작 이 다원 안 창가에는

손님이라고는 오직 나 혼자였으니.....

 

그것은

주문했던 솔잎차와 국화차는 준비도 안되고

뽕잎차로 대신해야 하는 다원의 형편으로 봐서도

각박한 나그네들의 정서의 단면을 읽는 듯 하여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옴을 어쩌리 ~

 

 뽕잎차를 갖다 줄 때

뜨거운 물이 든 물병을 곁에 또 챙겨 놓는다.

다시 한 번 차를 다려 마시라는 배려이니

작은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울 뿐....

 

 지금 시간이 점심 때를 훌쩍 지났건만

이 단풍이 한창인 가을날

이 다원을 찾는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 보기도 힘들다니....

 

 

 예나 지금이나

부처의 힘에 의지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찰을 찾는 사람들과

가을 정취을 느끼려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도선사 경내는 북적이고.....

 

 마치 축제등을 연상시키는 연등은

많은 불자들의 기원을 담고

일년 내내 이 곳을 밝혀주고 있나니...

 

성심으로 부처께 귀의하려는 그들의 행동도

밝음으로 깨어 있어

원하는 복락을 받기를 바래나니.....

 

 

 

 

 

 

바람이 불어 풍경이 울리면

금방이라도 부서저 내릴 것 같은 섬세한 용모로

이 도선사를 내려다 보고 있는

북한산성 주능선이

가을빛에 물들어 가는 풍경에 취해

절로 시름에 겨워하고 있다.

 

                                                                                                                                                         반야굴(般若窟)

만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불법의 참다운 이치를 깨닫는 지혜를 구하고자

오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야굴을 찾아 예불을 올리고 있으려니.....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사연도 갖가지일테고

그 간절함의 깊이도 다를 것이나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통의 분모를 가지고 있으리니

모두가 그 얼굴에는 한결 같은 선한 의지의 결의가 엿보이고.....

 

 

 

 한 불자가 맨바닥에 불경인 듯한 책을 펴놓고

삼매경에 빠져 있다.

 

 도선사 주차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한 좌판에서

막걸리 한 잔에 번데기 한 컵으로 시장끼를 떼우고

혹시나 도중에 배가 고플까 하여

군밤 한 봉지를 사서 껍데기는 까서 버리고 허리쌕에 넣는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야 나는 도선사 경내를 떠나서

이제는 자연관찰 안내소로 바뀐

예전의 인수봉 매표소를 통과하여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말 그대로 *人山人海*

오르는 사람을 위하여도 수시로 길을 비켜 주어야 하니

내려 오는 사람들을 위하여는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지...

산행의 흐름은 지체, 정체의 연속이었으나

오늘의 자유스런 행보는 그리 걸리적 거릴 것이 없었다.

오늘 나는 빨리 올라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 한적해 보이는 장면은

산행인의 초상권을 침해할까 저어되어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는 일부러 피해서

한산한 장면만을 담은 때문이다.

 

                                                                                                                                         하루재에서

하루재에 올라서니

인수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선연한 자태로 앉아 나를 반긴다.

그도 이 가을의 단풍이라는 거함에 실려

어디론가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는 중이다.

 

수십리 떨어진 팔당교 부근에서도

독수리 부리 같은 저 이마에 툭 불거져 나온

날카로운 혹부리의 형상으로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는 기상을 자랑하는

내 맘속의 한 표상!

 

그대는 어느 새 나의 자랑스런 마음의 벗이되어 있었구나!

 

                                                                                                                                                          인수봉

 

 오늘도 어김없이 인수봉 언저리엔

암벽을 즐기는 사람들이 스파이더 맨처럼 달라 붙어 있다.

 

 겨울이 되면 소나무들의 푸른 빛이

온 산에 가득한 것 처럼 보이겠지만

지금은 곱게 물들어 마지막 인사를 하는 단풍들에게 양보하고

잠시 제 빛을 감추고 있다.

참으로 자연의 질서는 엄연하고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오른쪽 가운데 쯤에

도선사 대왕문의 파란 지붕이 쬐고맣게 보인다.

                                                                                                                               가을날 오후의 *산성주능선*

 

 언제건 그냥 지나치고

오직 인수봉만을 향하여 오르던 발길을 돌려

오늘은 이렇게 영봉에 오르니

그 또한 마음의 한 여유스런 모습이며

모든 존재들의 면면을 소상히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영봉은 도봉산 쪽으로 이어지는

우이능선상의 한 작은 봉우리이며

북한산 인수봉을 조망하기에 좋은 위치에 앉아 있다.

 

 

 

 인수봉을 태우고 대자연의 바다위를 유영하는

거함 단풍의 위세가 가히 두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 두려울 정도로 아름답고 도도한 단풍의 물결도

곧 시들고 말리...

 

짧은 순간의 열정임을 알기에

더욱 소중히 간직하고픈 너의 모습이 아니던가!

 

어쩜 모든 아름다움 뒤에는

너에게서 느끼는 나의 감정 처럼

이렇게 *슬픔*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인수봉 자락 사이로 멀리 송추쪽의 동네 모습이 아련하다.

 

 우이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상장능선 건너로 도봉산의 넓은 품이

부챗살 처럼 펼쳐저 있다.

 

 

 가운데 쯤에 송전 철탑이 보이고

상장능선은 이 철탑 왼쪽으로 오르지만

지금은 휴식년제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단다...

 

상장능선은 그 반대편 송추쪽의 솔고개에서 오르기도 한다.

 

                                                                                                                                                       코끼리 바위

 

 

 

 산 아래로 내려 올 수록

아직은 푸른빛이 많이 남아 있는 숲과 시가지 건너로

수락산이 가을 햇살 속에 참선을 하듯이 묵직하다.

 

 년중 가장 고운 빛을 띄고 있는 나뭇잎들 ...

 

 좀작살나무의 열매들이 앙증맞게 미소를 보내오고....

 

 북한산 우이분소 쪽의 선운교로 회귀한다...

 

 가을의 정경들은

화려한 외출복을 입은 무도회의 여인네들 같지만

한 꺼풀을 벗기고 보면

인생의 황혼녘 처럼

고즈넉하면서도 왠지 쓸쓸함을 담고 있다.

 

석양...

가을 ...

12월의 끝 무렵...

우리의 노년...

어쩜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세월속의 존재임을 자인하는

애잔한 우리의 잔영이다.

 

그럼 오늘은

슬픈 노랫가락에 잠겨

잠시 가을을 떠나 보내는 마음을 추스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