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계곡.숲속길의 명상

가을이 깊었어요...

 

 

28443

 

 새움을 바라보며 꿈을 꾸던 날들도

벌 나비되어 꽃밭을 나르던 날들도

 

꿈결속에 흘러 가 버리고

이제 낙엽의 길위에

나 홀로 서 있네...

 

 

 꽃들이 가슴을 열고

꽃술을 흔들면

사랑의 빛에 갇혀

포로가 되어 버리는

슬픈 곤충.......

 

 그러나 꽃이 지고

낙엽만 날리는 이 가을엔

곤충들의 날개는 낡아 나르지 못하고

그 날개짓 따라

우연히 생겨난 사랑의 열매만이

탐스럽게 농익어

뭇 동물들에게 제 몸을

송두리째 선사하고 있네.

 

 다 태워버리고

모두 비워지고

씨앗 몇톨만 남아 맥을 이어도 좋을

그런 한갓진 모습으로...

 

낙엽 위에

또 한 잎이 눕는다.

 

그 위에 빨간 열매들도...

하나 씩 ... 둘 씩....

 

 잎들과 열매의 과육은 썩어져서

씨앗의 이불이 되고

거름이 되고...

 

그 씨앗 한 톨

새싹으로 움을 터서

꿈을 꾸리라...

꽃으로 피어 꽃술을 흔들리라...

 

나는 한 마리

사랑의 빛에 갇힌

슬픈 곤충..............^^*

 

                                                                                                                                   남한산성 수어장대 뒷편의 단풍나무

 

 

 이제는 찾아와 앉아 줄 사람들이 많지 않아

왠지 쓸쓸해 보이는 의자와 원탁

 

 

 누군가가 앉아서 휴식을 취했을

원탁옆의 나무의자들이

부식되어 밑기둥만 남아 있다.

 

 

 비 온 뒤이어서 날씨가 맑아

멀리 북한산 모습도 보인다.

 

 

 

 산할아버지 길에도

벚나무들이 옷을 벗느라고 한참 부산하다.

 

 

누군가가 지나간 이 길 위에

나의 발길이 얹히고

 

수 억만 번도 더 그랬듯이

또 그 위에 다시 눕는 낙엽들...

 

또 나의 발길 위에 얹힐 사람들의 발자욱은

어떤 모양새, 어떤 무게일까?

 

갈바람이 회몰이하고 지나간다.

 

내 가슴속을 가을 호수가 가득 찾이하고

그 호숫가 벤취위에

행려병자 하나, 나 하나

거울을 보듯 서로 마주 보며

주름살을 센다......

 

 

 

 

 

 

'계곡.숲속길의 명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에는....  (0) 2009.01.03
오색으로 물든 가을 아침 숲길에서  (0) 2008.11.12
씨앗 하나만을 남기고....  (0) 2008.09.26
물망초  (0) 2008.07.28
라일락 향기 따라 오신 님~  (0) 200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