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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숲속길의 명상

철새 ...그 아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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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겨울 검단산을 찾았다.

정상에서 정상주를 한 잔 하다가

특이한 모습을 보았다.

 

작고 예쁜 새들이 술상 주위에 모이자

텁수룩한 주인이 손바닥에 모이를 놓고 기다리니

부근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날아 와서

손바닥의 모이를 물고 날아가서 먹고

다시 또 날아 와서 물고 가고를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새들과 이 사람과의 믿음의 교감이 형성된 것이다.

인간과 미물과의 이런 아름다운 모습에 흥미를 느끼며

나는 그 모습을 안주 삼아 지켜 보며

막걸리를 두어 잔 이나 마셨었다.

 

 

강원도에 많은 눈이 내려

설화를 보려고 태백산을 찾았다.

 

오르는 도중에 6부 능선 쯤에선가

염불을 외우는 탁발 승려가 있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그 춥고 매서운 바람 속에서...

 

나는 좋은 곳에 쓰이기를 바라며

작은 성의를 표했다.

 

눈이 무릎 정강이 까지 묻히는 태백산에서 하산하던 중에

나는 눈에 묻혀버린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모이를 찾는

한 마리 작은 새를 보았다.

검단산에서 장사하던 그 사람의 손에 날아와서 모이를 물어 가던

꼭 그 새와 같이 예쁘고 배고픈 새를 ..... 

 

그러나 그 새가 먹을 모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하얀 눈만이 야속하게도

나뭇가지와 보이는 모든 것들을 덮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평소에 눈 덮힌 산짐승들을 불쌍히 여기면서도

한 줌의 모이도 챙기지 않고

내 즐거움만 채우려고 이렇게 눈꽃의 환상에 젖다니....

 

그 스님의 탁발함이나

모이를 찾는 작은새의 배고픔이나

모두가 내 이웃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을 ......

 

TV보도가 있었다.

 

철원 평야에 날아오던

두루미, 독수리 그리고 기러기의 개체수가

갑자기 줄어 들었다고....

 

중.러 국경을 이루는 Amur강(흑룡강) 유역에서

부화를 해서 우리나라를 찾는 이들 겨울 철새들이

그곳 환경의 변화와 급격히 줄어 든 수량 때문에

제대로 부화를 못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날아 와서도

일부 사람들이 뿌려 놓은 독극물과

개발등으로 훼손된 환경 때문에

먹을 것을 찾지 못하고 죽어 가는 바람에

작년에 비해 23% 정도의 숫자만 목격된다는 것이다.

 

작년 벌들의 실종 사건에 이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의 앞 날에 어떤 문제를 안겨 줄 것인가?

 

이 모든 이웃들이 죽어 가 버리고 나서도

우리는 과연 행복하게 살아 갈 것인가?

 

 

**돌아 오지 않는 철새**

 

(1)

철새는

돌아 올 수 없네

 

하지만

나는 들을 수 있네

뿌리 없이 흐느끼던

그 노래...

 

그리고 나는 또 볼 수 있다네

그 노래가 흘러 가 잠기는

그 호숫가...

 

내 곁에 머물면서

불러 주던 실향가 속에서

그의 독백의 빛깔들은

흔들리는 섬광으로 꺾여지고

 

어떠한 거룩한 사랑으로도

메워질 수 없는 공허가

화이트홀 처럼 팽창되어

그의 세계는

그림자 조차 찾아 볼 수 없네

 

(2)

철새는 돌아 오지 못하네

 

나는 그걸 알면서도

말할 수 없네

 

마지막 떠나던 그 눈망울을 떠 올리면

내 심장의 고동이 멎어

아무 말 할 수 없네

 

머언 나라들의 향수를 묻혀 와

마주 바라 섞이던 우리들의 영롱한 숨결도 풀어져

 

나는 여기서 빛 잃은 목숨으로 울고

그는 거기 수평선 밖에서

성지 잃은 순례자로 통곡하니

 

그 아무 것도 우리의 울음을

대신 할 수 없네

 

(3)

철새는 이제 돌아 오지 않네

 

하지만 난

아무 할 얘기가 남아 있지 않네

 

그나마 윤기 잃은 목숨이라도 부지하려

창을 버리고

보호구역으로 �겨 가는 원주민이 되어

가슴에서 눈빛으로만

분노의 계절을 녹이네

 

녹여 내리면 내리는 족족

더욱 더 두꺼워지는

분노의 벽을 녹일 뿐이라네

 

(4)

이제

철새는 철새데로 추위에 갇히고

나는 나데로 어둠에 묻혀

우리의 자취를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리니

 

차라리 신음하는 영토를

한 짐 지고 날아 올라

떠돌이 별이 되리라

 

한 세대 간격으로나

기억속의 성지를 찾아 왔다가

망령된 가슴들로 부터 �겨 가는

떠돌이 별로나 남아 있으리라

 

~~~~~~~~~~~~~~~~~~~~~~~~~

이제 개발의 힘에 밀리고

환경과 기후의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철새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그런데도 계속되는 인간의 욕망 앞에 서 있는

가련한 내 이웃들의 생태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모든 것은 자가당착이 될 것이 뻔한데도

멈출 수가 없으니

이것이 또한 더 큰 슬픔이구나.

************************************************* 

 그러나 이런 암울한 환경에서도

작은 몸부림은 감지된다.

멕시코 정부는 철새들을 위하여

철새들이 이동하는 통로에 습지대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100Km마다 먹이와 물의 보충을 위하여 쉬어 가야만 하는 철새들에게

이렇게 좋은 소식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운하를 만들었다가

작금의 우리나라 지방 공항들 처럼 폐쇄 상태로 내 몰리면

어찌하란 말인가?

 

그리고 또 한강과 낙동강을 한가로히 거닐며

여유자적하던 철새와

강 그 자체로 그지없이 아름다운 휴식을 안겨주던

마음의 고향은 어디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정부라는 조직이 국민의 공통 이익과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책들은 

경제 논리와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 봐야 하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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