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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숲속길의 명상

가난한 마음

 

 

 

 

21807

꿈길에서 깨어난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꿈속에서

목사인 친구와 야인인 내가 만난 것은

생소한 어느 강가...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고

우리는 또 다른 누구인가를 만나기 위하여

한참을 기다렸다.

 

이윽고 당도한 두 사람...

 

그런데 우리는 각자가 무엇인가를

새로 도착한 사람들께 전하기로 되어 있었나 보다.

 

무언 중에 내가 전한 것은

조잡하고 볼품 없는 작은 바윗덩어리였고

목사인 친구가 또 다른이에게 전한 것은

잘 다듬어 지고 예쁜 바윗덩어리였다.

 

꿈속이지만 나는 질투가 났고

또 부끄러웠다.

그리고 친구가 열심히 마음을 닦아서

이렇게 예쁜 작품을 만들어 놓은 동안에 뭘 했느냐고

자책하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연들과 조화의 열매를 키우고 있다.

그 인연들과 만나서

싹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 가지고 갈 것은

바로 그 열매 하나 뿐이다.

 

그런데 아직 까지 정성스레 가꾸어 왔다고 여겨왔던

나의 그 열매가 이렇게 조악하다니....

 

나는 무엇엔가 얻어 맞은 듯이

정신이 퍼득 들었다.

 

*그래 다시 또 새롭게 나 자신을 리모델링 하는거야...

지금 까지의 그런 지지부진한 모습으로는 안되겠어.

날마다 거듭나지 않고서는 안되겠다구!....*

 

나는 산성을 걷는 내내 자책과 새로운 결의를 다짐해 본다.

 

*그래...부끄러울 정도로 적선을 하고선

대단한 일을 한 것 처럼 자만했던 적이 너무나 많았어.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하면서도 언제나 감정에 치우쳐서

내 위주의 배려에 끝나고 말았지.

 

일정한 이랑을 따라서 움직여야 할 파도인데도

질서를 지키지 않고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그 파도의 흐름에 맞서 풍파를 일으키기도 했지.

 

또 어느 강자 앞에서 내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어서

상대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적은 없었던가?

반대로 약자 앞에서 잘 난 척하고 으시대며

나 자신을 과시했던 적은 없었던가?

 

그래...지나친 겸손은 비굴함이니

그런 모습은 온당치 못하지.

그리고 또 오만에 젖지도 말자.

오만 이야 말로 내가 버려야 할

가장 첫 번째의 적이다.

 

오만한 마음의 호수에는

아름다운 영혼이 투영되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투영되지 않는 마음에는

가장 불쌍한 영혼이 깃들어 있을 뿐이다.

 

언제나 만족한 자로 남아 있으되

일정한 만큼은 항상 비워 두었다가

내 마음의 양식에 꼭 필요한 것이 생기면

언제고 배고픈 사람 처럼 채워 넣어야 하리...

 

그래...

*No one can harm you but yourself....

And No one can tell that he does his best.*

내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은 오직 내 자신에서 연유하는 것이며

나는 아무리 노력을 했어도 최선을 다 했다고는 말 할 수 없지...

 

등산객들이 붐비는 행길가에서

쓰러져 가는 작은 비닐 천막에 의지하여

푸성귀와 번데기를 파는 할머니에게서

달래를 한 양푼 샀다.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주름살 투성이 할머니와

그 할머니의 노모인 듯한 90여세의 할머니가

이 밤의 어둠을 뚫고 미소를 보낸다.

 

또 역시 그 옆에서 시금치를 팔던 할머니는

자꾸만 시금치를 꾸역 꾸역 비닐봉지에 더 담아 넣으며

손해 보는 줄도 모르나 보다.

 

물건은 신선도가 떨어져도

나는 그 할머니들의 마음과 정을 사고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곧 바로 년말 년시의 분위기가 시작 될 것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세밑을 보내자.

 

한햇 동안 아쉬움도 많았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내년에는 그 아쉬움도 다져 넣으면서

맛 있고 보기 좋은 열매를 품었다가 내어 놓아야지...

 

최선을 다 하고 나서

Karma의 날개 아래 이 몸을 맡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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