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이
물끄러미 나를 응시하며
지난 한 해 무엇을 했느냐며 묻고 있는 듯 하다.
-그래 ...난 할 말이 없단다.
12월만 되면 뭔가를 해야할 것 같은데
괜히 허둥거려지며 일도 손에 잘 안잡히고...그래 .. -
다른 이들도 그럴까?
특별히 이뤄낸 일도 없고
틀에 박힌 일상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다만 했다는 일은
고작 실을 뽑아 번데기로 安住 할 고치를 만드는 누에 처럼
죽음에 대비하는 일에 불과하였다는 자책 뿐...
그래...그렇구나.
다른 이들도 부지런히 또는 천천히 길을 가지만
모두가 은연중에 죽음에 대비한 일에 몰두하고 있는거야.
사람들은 말하지
- 나는 보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하여
또 나는 내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 라고
하지만 그 모든 명제들도
사실은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준비과정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네.
엊그제 나는 학창시절
홍일점 이었던 친구의 저나를 받았지.
그 친구는 지난 여름
자기가 팀원으로 활동하는
*양재천사랑환경지킴이*에 들어 와서
자기의 활동 모습을 한 번 보라고 하여
회원등록을 하고 들어가 보았으나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궁금했었는데...
오늘 저나에서
그 동안 갑자기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되어
컴도 가까이 하지 못하고
환경지킴이 활동도 접어야 할 것 같다네.
그리운 친구들도 불러다
양재천이 내려다 보이는 거실에 앉아서
단풍으로 곱게 단장한 산도 구경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싶었는데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고 말았다고 아쉽다네.
그래 친구야 ...
그대의 아픔이 너무나 투명하게 내 가슴의 현을 울리네
하지만 아쉬운 일이 어디 한 두 가지 뿐이랴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쉽고 그립고 허전한 것을 ~
이제 마지막 남은 2007년의 한 달...
날씨는 을씨년스럽고
시절은 어수선해도
마음의 샘가에 밝은 등불 하나 밝혀두고
누에가 고치를 짓듯 길쌈을 매면
내 향기 저절로 사위에 가득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음률에 취하고
이제 더 이상 태양과 꽃들을 바라보지 않아도
가슴속에서 그들이 빛나고 웃음지으리니
오늘이 비록 마지막 소풍이라 하고
또 이 한 달이 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라 한들
나에게 차고 넘치는
이 풍요와 감사의 마음을 빼앗아 가지는 못하리.
아쉽고 그리웁고 허전함은
본래 부터 우리의 가슴속에서 살고 있는 동반자이니
구태어 그것들을 떼어내려고
힘들어 할 것은 없을 듯 싶으이...
어딘가에서 미소 짓고 있을 내 친구여
오늘이 벌써 그대를 만난지 일년이 지나는 날이군요...
언제나 행복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함께 걸어요.
은총이 가득한 낙원의 오솔길을 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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