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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숲속길의 명상

2007년 마지막 한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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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이

물끄러미 나를 응시하며

지난 한 해 무엇을 했느냐며 묻고 있는 듯 하다.

 

-그래 ...난 할 말이 없단다.

 12월만 되면 뭔가를 해야할 것 같은데

 괜히 허둥거려지며 일도 손에 잘 안잡히고...그래 .. -

 

다른 이들도 그럴까?

특별히 이뤄낸 일도 없고

틀에 박힌 일상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다만 했다는 일은

고작 실을 뽑아 번데기로 安住 할 고치를 만드는 누에 처럼

죽음에 대비하는 일에 불과하였다는 자책 뿐...

 

그래...그렇구나. 

다른 이들도 부지런히 또는 천천히 길을 가지만

모두가 은연중에 죽음에 대비한 일에 몰두하고 있는거야.

 

사람들은 말하지

- 나는 보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하여

  또 나는 내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평화를 위하여 - 라고

 

하지만 그 모든 명제들도

사실은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준비과정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네.

 

엊그제 나는 학창시절

홍일점 이었던 친구의 저나를 받았지.

 

그 친구는 지난 여름

자기가 팀원으로 활동하는

*양재천사랑환경지킴이*에 들어 와서

자기의 활동 모습을 한 번 보라고 하여

회원등록을 하고 들어가 보았으나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궁금했었는데...

 

오늘 저나에서

그 동안 갑자기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되어

컴도 가까이 하지 못하고

환경지킴이 활동도 접어야 할 것 같다네.

 

그리운 친구들도 불러다

양재천이 내려다 보이는 거실에 앉아서

단풍으로 곱게 단장한 산도 구경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싶었는데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고 말았다고 아쉽다네.

 

그래 친구야 ...

그대의 아픔이 너무나 투명하게 내 가슴의 현을 울리네

하지만 아쉬운 일이 어디 한 두 가지 뿐이랴

지나고 나면 모두가 아쉽고 그립고 허전한 것을 ~

 

이제 마지막 남은 2007년의 한 달...

날씨는 을씨년스럽고

시절은 어수선해도

마음의 샘가에 밝은 등불 하나 밝혀두고

누에가 고치를 짓듯 길쌈을 매면

 

내 향기 저절로 사위에 가득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음률에 취하고

이제 더 이상 태양과 꽃들을 바라보지 않아도

가슴속에서 그들이 빛나고 웃음지으리니

 

오늘이 비록 마지막 소풍이라 하고

또 이 한 달이 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라 한들

나에게 차고 넘치는

이 풍요와 감사의 마음을 빼앗아 가지는 못하리.

 

아쉽고 그리웁고 허전함은

본래 부터 우리의 가슴속에서 살고 있는 동반자이니

구태어 그것들을 떼어내려고

힘들어 할 것은 없을 듯 싶으이... 

 

어딘가에서 미소 짓고 있을 내 친구여

오늘이 벌써 그대를 만난지 일년이 지나는 날이군요...

 

언제나 행복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함께 걸어요.

은총이 가득한 낙원의 오솔길을 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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