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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숲속길의 명상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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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 주세요.

저의 탐욕이 넘쳐서

제 마음 밭을 아름답게 가꾸지 못했고

이웃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점

모두가 저의 잘못이예요.

 

저는 언제나 느끼고 있답니다.

당신이 제 마음속과 또 곁에서

항상 보이지 않는 손으로 저를 보살펴 주고 계시다는 것을 ...

 

그런데도 저는 순간 순간 당신의 길에서

너무 오랫 동안 멀리 떠나 있었고

그럴 때 마다 당신의 상심하는 모습이 떠오르곤 했어요.

 

때론 제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이웃을 배려하지 않은 상황들이 많았구요.

 

다른 사람의 조그마한 실수를 알고 있는 것이

마치 큰 자랑거리 인양

또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으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들이 제 자신의 흠에 대해서

사소하게 나마 예기할 때면

이를 추호도 용납하지 못하고 상대를 미워했어요.

 

그렇지요.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생각나요.

모든 일을 자기 편한데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는 것이지요.

그 때문에 모든 다툼이 생겨나게 되는데도

저는 한 발짝도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용서해 주세요.

 

베이컨이 말했던가요?

사람들은 모두가 愚像을 믿고

그 우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편견에 젖어 있다고...

 

어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의 마음 속에 우상을 간직하고

그 우상이 이끄는데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역시 마찬가지 이구요.

 

어쩜 그 우상이라는 것을

그 사람의 인생관 또는 세계관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러니 저에게 내재해 있는

또 다른 나인

저의 觀念을 밝고 맑게 간직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겠지요.

그런데도 저는 너무 게으른 탓에

나 속의 나를 아름답게 가꾸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觀照의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에

제가 겪는 갈등도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이렇게 나약하고 모순 투성이며

우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느끼고 있기에 그 잘못을 고치려는 동기는 부여된 것이니까요.

 

오늘 밤도 동짓달 열 사흘 달이

제 동산을 밝게 비취이고 흘러 갈 것입니다.

거기 스산한 삭풍 아래 숨죽이고

어머님의 품을 펼치며

씨앗들을 보듬은 낙엽들 모습이 성스러워요.

우리 모두는

이렇게 씨앗도 되고 낙엽도 되나봐요.

애잔하기도 하고 또 성스럽기도 한 우리네 모습이네요.

 

용서하세요.

시간이여!

공간이여!

 

제가 당신들의 한 부분을

이렇게 값 없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당신들께 얼마나 누가 되었는 지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사람들은 말하네요.

45억년 전의 빅뱅(BIG BANG)으로 우주가 탄생했다고...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無에서

무슨 현상이 일어날 수 있겠어요?

우주의 탄생에 대해서는 아직 까지도 가설일 따름이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어요.

 

그러나 과학자들은 말하네요.

남성에게 고유한 Y염색체를 추적한 결과

최초의 아담은 약 6만년 전에

아프리카의 동부에서 태어났다고...

즉 현세 인류의 시조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 것이죠.

 

그 때로 부터 6만년을

낙엽과 씨앗의 관계를 유지하며 걸어 왔어요.

 

한 세대(Generation)를 약 20년 ~ 25년으로 가정했을 때

약 3000~2400세대 동안을 잘도 견뎌 왔네요.

참으로 가상한 일이죠.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며 여기 까지 당도하였으니 ...

 

하지만 용서하세요.

제가 배불리 먹고 따뜻히 자고 예쁘게 차려 입고 지내는 동안

푸른 하늘은 찢겨지고

바다와 대지는 신음하며 자정능력을 상실해 간다네요.

지금 당장 440여 종의 곤충들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고

한 번 파괴된 자연환경과 사라진 종들은

복구하기가 힘들고 다시 환생시키지 못할텐데...

 

모두가 제 잘못 이고 우리의 잘못이예요.

우리 개개인은 지구에게는 작은 암세포이고

많은 공해를 내 뿜는 대기업이나 공장들은 큰 암덩어리랍니다.

 

용서하세요.

대자연이여... 그 질서여...힘이여...

제 마음속의 絃에 제 자신의 무게를 실어 뜯어 보렵니다.

대자연의 교향악단원으로서 제 파트에 최선을 다 하렵니다.

 2060년 경에는 인체의 생리적 현상도 한계점에 다다른다죠?

그때 까지 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제 후손들도

최선을 다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가 한 뿌리이며

한 공동체의 일원이니

내가 뿌린 씨앗들은 내가 거두어 들일 것이며

그 모든 원인으로 빚어진 결과도 내게로 돌아 오겠죠?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인간의 욕망* 때문에

저 한 사람 또는 소수의 개인들 만으론 해결하기가 어려웁겠죠?

집단과 기업과 국가간의 경쟁도 

멈추지 않을테니까요. 

 

용서하세요.

영육간에 저는 당신께 누만 끼쳤군요.

제가 뿌린 악취와 오물을

충분히 정화시키지도 못하고

당신을 힘들게 했어요.

 

이제 부터라도 꼭 필요한 것만 취하겠어요.

많이 놓아 주고

천천히 사위를 둘러 보며 걷고

함께 길을 가는 이웃들에게도 다정한 눈길을 주어야겠죠?

 

이제 부터라도 기도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하게 하시고

제가 뿌린 원한의 씨앗은 해원하게 하시고

제가 베푼 만큼만 돌아 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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