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계곡.숲속길의 명상

말도 힘이 없어 보이니 무시해요 ~

 

맥반석 찜질방에는 어김없이

6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손아귀에 쥐어질 만한

작은 장구 모양의 모래시계를 들여다 보고 있다가

인사를 한다.

 

지난해 12월 부터 수영 강습이 끝나면

곧바로 들리는 맥반석 찜질방이다

 

내가 입장하는 그 시간이면

거의 언제나 처럼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모래시계를 들여다 보고 앉아 있는 여인...

 

나는 처음에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모래시계란다.

15분이 되면 위에 있던 모래가 아래로 다 내려가니

그때에 밖에 쉬러 나간단다.

 

나는 10분 견디기도 어려운데

땀에 흥건히 옷이 젖어도

끔쩍 하지 않고 버티다가 나가는 끈기는

영낙 없는 환웅의 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오늘 그녀는 처음으로

몇마디 말을 건냈다.

 

*오랫만인 것 같아요..*

*네, 제가 운악산에 갔다가 다쳐서요.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3주 만에 온것 같네요.*

 

그랬다.

운악산 작은 바위를 잘못 밟아

바위가 허물어져 내리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져서

팔꿈치께에 깊은 상처가 나서

물에 들어갈 형편이 안되었기에

요즘 계속 산으로 싸돌아 다녔던 것이다.

 

얘기가 몇 마디 진행되다가

스포츠 쪽으로 기울었다.

 

그 분은 처녀적에 승마를 했고

테니스, 골프 그리고 수영도 10여년간을 했단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승마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테니스가 운동효과는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단다.

 

마치 소녀시절로 되돌아 가서

꿈을 꾸듯 말하는 모습이

귀엽기 까지 했다.

 

그녀는 승마의 기쁨을 못잊어

8년전 승마장을 찾아 말을 탔으나

말이 자기를 얕잡아 보고

말을 듣지않아서 

그 뒤론 승마를 하지 않게되었단다. 

말이 영리한 동물이라서

나약한 자기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힘이 없어 보여서 말이 그녀를 무시했는지

아니면 그녀의 말 다루는 솜씨가 서툴러서 그랬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나이가 들면

주위의 모든 시선들로 부터

점점 위축된 모습으로 투영되는 것을 감지하면서

살아야하는 슬픈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녀가

자기의 화려했던 지난 날을 회고할 때는

정말로 그 시절로 되돌아 간듯이

얼굴이 상기되고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간직한 사람은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행복할 수가 있나 싶도록 ...

 

그러나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리라.

얼마 남지 않은 세월만 탓하고 산다면

그 사람은 그 짧은 시간이나마

불행하게 넘겨버리리라...

 

체력이 약해지는 세월이 다가 오면

물론 자기의 귀로를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다.

 

차분히 인생을 정리하면서

정겹고 화려했던 무대 뒤로 떠나야하리니

 

비록

내일의 바람이 불어와

내 발자국을 지워버릴지라도

 

세상이라는 모래 위에

내 흔적을 영원히 남기고픈 마음으로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내 디뎌야하리

********************

 

오늘도 꽃들위로

벌 나비가 나른다.

 

혼신의 힘으로

자기에게 얼만큼의 에너지가 남아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

얼마만큼의 생명이 주어져 있는지

모르는 채로...

 

나도 벌, 나비가  되자.

생명을 불사르자....

마지막 한 순간까지...

 

지금 이 순간도

추억의 책갈피속에 차곡차곡 꼽히고 있을지니

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위하여

아름답게 타오르자꾸나 ~

 

 

 

  뽀리뱅이의 예쁜 꽃속에서

보호색을 한 메뚜기 한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

 

  

 

 

 

 족도리풀(쥐방울과)의 꽃이

꽃술을 깊히 감춘채 비밀스럽게

 줄기의 아랫 쪽에 피어 있다.

 

 

 

 

 

   

 

 

 구불 구불한 남한산성의 모습...(서문에서 북문 사이)

 

 연주봉 옹성

 

 

 

 

 

   

 

 이제 갓 애벌레 티를 벗어난 여치류가

조심스럽게 꿀을 빨고 있다.

 

 

  

  개구리자리(미나리아재비과)

 

 

 

 

17205

'계곡.숲속길의 명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산보자의 꿈  (0) 2007.11.15
가을의 한 가운데서 ~  (0) 2007.11.06
별이 빛나는 밤에...  (0) 2007.05.09
그대에게 고운 향기로 남고 싶다.  (0) 2007.03.30
잃어 버린 길 ~  (0) 2007.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