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생명을 다스린다.
물을 흘려 보내면서
생명들의 노래를 듣는다.
폭우가 내리면 홍수가 나서
생명들은 어려움을 겪게된다.
이럴 때 산의 나무들은 물을 갈무리해둔다.
자신이 안을 수 있는 만큼을 모두다 보듬는다.
물론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러나 산은 안다.
숲이 살아야
새도 짐승도 사람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산은 항상
편지를 띄운다.
사랑하는 님에게
그리운 바다에게...
오늘도 나는 새들의 노래가
냇물에 담겨져
계곡을 굽이쳐 흐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산의 마음을 읽은 바다는
어떤 편지를 띄워올까?
너무 오랫 동안 뜸을 들여서도 안되리..
너무 성급해서도 안되리..
격정과 머뭇거림은
모두가 서로에게 이로울 것이 없으니...
격정은 홍수를 불러 올 것이고
머뭇거림은 아름다운 빛과 향기를 잃을 지니
자연의 질서를 알고 행하면
사회의 틀속에서도
결코 흐트러짐이 없으리 ...
가야산 산행은 너무 오래 전에 했던 터라
감회가 새롭다.
해인사로 향하는 내 마음은
벌써 부터 소나무 숲길에 가 있다...
이번 산행은
해인사 반대편 백운계곡에서 시작했다.
5개의 다리중에서 첫번째 다리를 건느는
목요산악회 회원들..
난 역시 젤 꽁지에 붙었다.
길가에 둥굴레(백합과)가 시원스럽고 청초해 보인다.
호랑버들이 이제 호기롭게 흐르는 냇물에
제 모습을 비춰본다.
얼레지(백합과)의 멋진 폼들...
이 분은 연세가 좀 연배인 거 같은데
걷는 모습이 한결같다.
내가 한 컷 찍어드린다니까
극구 사양하신다.
들꽃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을 것 같은데
겸손해 하는 모습이
새로운 인생의 관조를 새기고 계시는 것일까?
날씨가 초여름 날씨라 땀을 많이 흘렸다.
이제 봄은 실종된 것일까?
이제 겨우 5월 초입인데 이렇게 덥다니...
오늘 대구의 낮 최고 온도가 26`c...
정상에 오를수록 암릉길이 이어지고
따라서 계단이 많이 나타난다.
디카에 정경을 담고 있는 회원...
정상 부근엔 멋진 모습의 소나무들도 많이 눈에 띈다.
산행대장...
내가 한번 올린 적이 있는 산행후기를 보고
호감을 가지고 얘기를 건네준 회원님...
멋진 추억의 한 장면이 되시길 빕니다.
출발 전날밤 출발인원이 마감이 됐다는 공고에
망연자실한 나에게
무조건 나오라고 해서 오늘 산행이 가능하게 하신
목산의 카페지기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 아픈 얼굴 모습을 자꾸 찍어주시면
제가 민망해요....ㅎㅎㅎㅎㅎ
안내도에는 상왕봉이랬는데
우두봉이라니....
하산길에 뒤돌아 본 가야산 정상
하산길의 모습들...
꽃마리(지치과)
애기나리(백합과)
이 애기나리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덩굴로 자라서 근처의 온 산을 파랗게 뒤덮는다.
그 모습이 마치 파란 융단 같다.
참개별꽃이 마지막 꽃잎을 피운다.
냉이꽃
광대수염(꿀풀과)의 다양한 모습..
5시간 가까이 산행을 한 후에
잠간 휴식을 취하며 땀을 씻는 회원들
이제 4월 초파일이 다가 오니
연등행사 준비에 절 마당은
철 구조물로 어수선하다.
예전에 이곳에 들렸을 때는
이 장경각에 직접들어가서 관람이 가능했는데
이제 출입이 통제되어
나무로 칸막이가 된 빗살 창문 사이로 찍은
대장경 목판 모습...
올 4월 부터 12월 까지
장경각 보수 공사로 이곳도 어수선한 상태이다.
해인사 입구의 부도전
붉은 병꽃이 상처난 채로
아름답기만 하다.
한창 때는 이렇게
얼마간의 허물은 덮어지는가 보다.
으름나무꽃(으름덩굴과)
산새들은 산의 고마움을 알까?
또 산짐승과 곤충들은 어떨까?
꽃들이 심혈을 기울이며
벌 나비를 불러 모아야 화사하게 웃을 수 있듯...
사람들도 이성과 함께 섞여 있을 때 온기가 더하듯...
산도 사람들의 눈길이 닿고
그 사람들의 가슴에서 감흥이 일 때
비로소 깊은 적막감에서 깨어나
생기를 발산한다...
다만 사랑의 눈길과
사랑의 손길이
부드럽고 감격스러울 때에만 그렇겠지만...
자연도 자기를 사랑하는 존재에게만
은혜를 내리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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