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산(雲門山)
구름문이 달린 산...
그리고 구름문으로 들어가는 절...
과연 그곳은 어떤 곳일까
항상 아련한 향수 같은 그리움을 안겨주던
그런 산과 절이었다.
무박으로 10시간을 걸어야하는
험난한 산행이라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의 호기심을 꺾을 수 없었다.
산은 항상 거기에 있으되
가슴으로 만나지 않으면
나와의 관계에서 멀어져
그 깊은 의미와 깨우침을 얻을 수 없는 것...
처음으로 산행에 동참하게 된
*그랜드 산악회*회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 전하며...
**************
가지산(迦智山)
석남사 쪽 으로 입산하여
상운산과 가지산. 운문산. 범봉. 억산을 경유하여
석골사로 내려가는 코스로 정하였다.
대체적인 산행 거리는 20여 킬로 미터이고
산행 시간은 550분 정도로 산정했다.
잠실에서 밤 11시에 버스로 출발하여
언양 휴게소에 4시경에 도착...
라면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떼우고
6시경에 산행을 시작하는 일행들...
나는 마지막 꼬리로 붙었다.
길 한켠에서 중생들의 깨달음을 위하여
생전에 진력을 다했을 부도들의 본신인
고승들께 가벼이 목례...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가지산인줄 알았더니
막상 올라가 보니 한참 뒤에 앉아 있었다.
겹벚꽃인가?
자태가 수려하여...
산행 초입 부터 이렇게 화사한 꽃님을 보게되다니
오늘 산행의 전도가 밝을 것 같다.
석남사는 여승들만 있는 절이란다.
어느 절이나 비슷하지만 이곳은
아주 정결하고 청정한 기운이 느껴진다.
잘 정돈된 로변의 모습도
처녀의 치장한 차림새 같다.
광대수염(꿀풀과)의 청초한 모습위로
아침 햇살이 은총 처럼 내리고 있다.
조촐하고 다소곳한 *석남사*의 모습이
봄빛속에 고즈녁하다.
그곳 수도승들의 마음에도
이 봄의 빛과 향기가 아름답게 어우러지길...
아직 꽃을 피워올리지 못한 *둥굴레*(백합과)가
다가올 자신의 화려한 변신을 떠올리며
꿈에 부풀어 있다.
이제 먼산의 아래 부터 봄의 전령사들이
푸른 옷을 깁기 시작했고
이 작업도 불과 열흘 정도면 마무리 되지 않을까?
7~800미터 이상의 곳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만발하고
봄빛이 여의치 못해
아직은 겨울과 봄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잠을 못잔 탓일까...
찌푸러진 모습이 안쓰럽기 까지 하네요...ㅎㅎㅎ
여기엔 加智山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석남사의 출입문 문간에는 迦智山이라고 씌여 있다.
10년간이나 산악회의 산악대장을 했다는
내 옆자리의 그녀를 가지산 정상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선두 대장이고
나는 천천히 올라가는 편이라 못만날 줄 알았는데...
서로 한컷 씩 찍어 주기로 한 산악회원...
이제 운문산을 향하여 내려갈 길 양옆으로
진달래와 소나무가 간간히 정겨운 눈빛을 보낸다.
*처녀치마*(백합과)가 봄바람에 한껏 치마를 부풀리며
무도회의 처녀 처럼 우아한 자태를 뽑낸다.
안나 카레리나의 모습이 이랬을까?
아무리 봄빛과 봄바람이 유혹해도
치마를 너무 높히 팔랑거리지 말아다오.
물론 혼자 흥에 도취되어 그러는 줄 내 알지만
뭇 남정네들의 설레는 가슴도 좀
살펴 봐야지...ㅎㅎㅎㅎㅎ
봄볕속에 앉아
저 멀리 산야를 봄빛이 점령해 가는 모습을
저으기 바라보는 소나무가 멋스럽다.
이제 8부능선 쯤에서 한창을 맞은
노란제비꽃들이 봄볕속에 다정하다.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길고 고도가 비슷해서
야생화들이 자생하기엔 적격인 거 같다.
괴불주머니
현호색
줄딸기
가지산의 줄기를 벗어나서
운문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아랫재라를 고개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 내리막이 경사가 상당히 심한데
그곳에도 야생화가 상당히 많았다.
*봄구슬봉이*(용담과)
각시붓꽃의 화려한 모습
억새밭이었을 이곳엔 아직도 억새의 잔해들이
미풍속에서 미세한 떨림으로 현을 켜고 있다.
*좀쥐오줌풀*(마타리과)
운문산에서 뒤돌아 본 가지산..
봄구슬봉이
*범봉*에서 바라 본 억산의 *까진바위*
높이가 100여 미터도 더 되어 보이는 바위가
까발리고 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일까?
*노란무늬붓꽃*(붓꽃과)
까진바위위의 소나무가 아스라히
멋진 폼을 자랑하고 있다.
마음에 새겨두고 자기도 하나의 산임을 기억하라고
*억산*이라고 했나?
오르기가 힘들어 _억 !억! _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오르기 때문에
의성어를 따서 억산이라고 했나?
하여튼 까진바위 옆으로해서 너덜지대를 통해
가파르게 오르는 내 숨소리가
내 귀에도 아주 크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까지 산행시간이 7시간여나 되었으니
힘이 다 소진된 상태가 아닌가?
게다가 잠도 못자고....
다행히 오늘이 토요일이라
단독산행을 하는 사람이 있어
서로 한컷 씩 촬영했다.
운문사쪽의 풍경...
오늘 내가 걸어 온 길은 경상북도 청도군과
경상남도 밀양시의 경계를 이르는 능선이다.
까진바위 위를 내려다 본 정경
까진바위 옆 허리에 보금자리를 튼 소나무들...
멀리 왼쪽으로 가지산과 맞은편 운문산이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한다.
나도 마음속에 그들의 모습을 음각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안녕...안녕......*
물참대(범의귀과)
석골사쪽 계곡 ....
이 계곡으로 오르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운문산을 향해 오르면 밀양의 얼음골이 있다.
석골사 옆의 폭포..
완주는 했지만 상당히 힘든 코스였다.
특히 사진을 담으면서
산꾼들을 따라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붙잡지 못할 것 같은데...
서두르지 말자 하면서도
시간 앞에서 안절 부절 못하는
어리석은 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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