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들꽃
별 헤던 숱한 밤마다 그리움은 싹터 왔고
꽃샘바람 먹장구름 밀려 가면
산새들이 몰려와
교향악으로 합창으로 또 때로는 쏠로로
사랑의 기쁨을 심어주고 갔네
그러나 난 아직도 사랑을 모른다네
빨강인지 파랑인지 노랑인지 몰라서
이웃들의 매무새를 기웃거리다
또 하루 해를 넘기기 일수라네
어느 날인가는 그님이 왔었네
나에게 잠간 다정한 눈길을 주던 그님은
이내 더 예쁜 미소의 다른 꽃에 눈길을 돌렸네
슬픔으로 허약해진 내 가슴을 짓밟고 지나가면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의 심장은
이미 내곁에서는 겨울 바람이었다네
그러나 난 겨울 바람이어도 좋다네
내가 사랑의 빛깔을 모르는 것 처럼
어쩜 그이도 나와 같이 사랑의 모습을 모를지 모르니
어느 꽃에서건
상처를 주지 말고
꿈 처럼 행복을 느낀다면
난 더 바랄 것이 없다네
난 내가 그이의 기억속에서
아주 지워지는 것만이 두려울 뿐
차거운 그이의 눈빛도 상관치 않는다네
그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슴의 증거이니
언젠가는 다시
어느 고운 인연의 님이
내 곁을 지나가다 머무를지도 모르니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내 자리를 지켜야지
또 다시 나비의 날개짓 소리가 들린다
벌들이 나는 소리가 가슴을 떨리게한다
내 마음의 향기를 준비하고
저이들이 충분히 가져가도록
꿀과 꽃가루도 마련해 두어야하겠지
내 모습은 예쁜가
거울 앞에 선
들꽃들의 모습이 앙증맞고 수선스럽다.
이곳에서도 역시 흰제비꽃이
젤 먼저 나를 맞는다 ...고운 님 !
괴불주머니도 호젓한 산길 숲에 숨어서
나의 눈길을 차분히 받아 주머니에 넣고.....
양지꽃들은 다소곧이
산새들 노래에 젖어든다...
너무 예쁜 노란제비꽃에 취해버린 나...
이렇게 들꽃들은 최선의 정성으로 아름답게 차리고
자기의 길에서 가장 소중한 누구인가를 기다린다.
참으로 눈물겨운 아름다움이다.
노란제비꽃의 뒷모습까지
나무랄 데 없는 포즈이다.
정상 부근에서 봄볕을 쐬러 나온 도마뱀이
나를 지켜 보며 ` 빨리 좀 가줘! `하고 소리친다.
문경시 마성면의 오정산(804m) 정상
산은 완만하고 아직도 심심찮게 진달래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환영의 미소를 보낸다.
언제나 봐도 후즐구레한 모습...
언제쯤 내 맘에 들까 ?
산일엽초
태극마크 물길
낙동강의 지류인 이곳에서
강물이 한껏 멋을 부리며 굽이쳐 흐른다.
마치 수양버들 처럼
아리랑 가락 처럼
또는 태극 문양 처럼
휘감기면서 휘돌아 가는 모습이
우리 전통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정겹다.
솜나물
산벚꽃
각시붓꽃
한껏 멋을 부린 각시붓꽃이
왜 이제 왔느냐고 도도하게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당당하기만하다.
이 처럼 예쁘게 피어나기 위해
얼마나 혹독한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까!
바위말발도리(범의귀과)
너무나 청초한 그 자태가
마치 오정산의 선녀와 같았다.
숲 그늘에서 나를 배웅하는 애기똥풀이
수줍으면서도 화려하게 웃고 있다.
하산 도착 지점인 진남 휴게소의 개울 건너편에
산벚이 흐드러지게 웃고 있다.
오늘의 산행은 뒷동산에 소풍이나 산책 나온 것 처럼
편하고 무리가 없어서 좋았다.
도착 지점이 태극마크 물결 처럼
강물이 휘돌아 가는 묘한 지형이라
특이한 경관을 연출한 점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좀 아쉬운 점은
진달래가 한창이었을 거라 기대했었는데
기대에 못미치는 점이었다.
그러나 진남 휴게소를 조금 지날 때
산허리에 흐드러지게 핀 산벚들이
까르르하고 웃음을 보내주어서
서운함을 잊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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