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위의 부겐베리아와 풍란
갑자기 가슴으로 스산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내 마음 조차 황폐화 되어버리는 걸 아닐까...
갑자기 어느 블러그의 주인 처럼
인사동의 Wine 한 잔이 생각 난다.
무작정 노을 조차 숨어 버린 무교동으로 향한다.
교보생명 앞에 늘어선 전경들의 모습이
가을과 겨울 바람들이 교대하는 연병장의 사열대 같기도 하고
그 바람에 불려와 후미진 모퉁이에 쌓여 있는 낙엽 더미 같기도 하다.
인파 ~
그러나 왠지 생기가 없어 보이는 상가들 ...
인사동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무료한 그야말로 Eye-Shopping을 마칠 무렵
한 통의 폰이 날아 온다...
대학 동창중의 홍일점이다(우린 그녀를 씨암탉이라 불렀다...ㅎㅎㅎ미안 미안!)
이번 주일에 있을 동창 녀석 아들 결혼식에
축의금을 부탁한다...
-그려 그려 고 정도야 못하겄냐 ...
이렇게 잊지 않고 40명 중에서 나를 선택하다니 ...기특한 것 -
전화는 이어진다.
자기 고딩 동창이며 같은 대학 영문과 출신 친구가 암으로 죽었다고 ...
지난 해 중국 장가계 여행 때
굳이 같은 방을 쓰자하여 추억이 새롭고
그 때문에 요즘 불면의 밤을 보내노라고 ~
그녀는 슬하에 3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회계사로 진출시켜놓고 넘 아깝다고 ~
그리고 부부 금실도 좋았고 남편이 넘 이뻤는데 안됐다고 ~
그렇다 ..아직 60도 안됐는데 ...
요즘 같으면 70은 넘겨야 좀 서운하지 않겠지 !
고통이 따르지 않는 평범한 삶이라면 말이지 ~
저나를 끊고 나니 갑자기 코 끝으로 각종 요리 향기가 새롭다.
나는 중국풍 이랄까 일본풍 이랄까
아뭏든 좀 특이한 건축양식을 한 2층 건물의 2층으로 올라 간다.
1층은 *좋은 사람들*이었던가 ..
그리고 2층은 *흐르는 물 처럼*이라고 씌여 있었다.
내부엔 호미며 쇠스랑 ,곡괭이, 둥근 한지 등, 각종 옹기들
그리고 싸립문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특히 크고 작은 분재들이 눈길을 끌었으며
인사동 골목이란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나는 그 브러그의 주인이 멋스럽게 앉아 있었을
*볼가*라는 와인 집을 찾을 수 없어서 좀 서운하긴 했지만
대신 산머루주와 생굴전으로
오늘의 허기와 찬바람을 이겨내며
또 다시 명멸하는 조명을 받으며 도심의 야경속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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