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도 깊었다.
싸알한 바람에 밤 공기는 더욱 더 투명하게 느껴진다.
공원 잔디밭 위로
피곤한 나뭇잎들이 하나 둘씩
육신을 뉘이면
그모습이 서러워
무대 뒤에 숨어 울던 귀뚜리들도
소리를 멈추고
낙엽과 함께 땅속으로 귀향길에 오른다.
저만치 벤치위엔 연인들의 등이
반달 처럼 둥그렇게 굽어들고
세상은 오늘도
그만큼의 발자욱을 남겨 놓고
침묵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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