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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불암산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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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랫만이다.

 

 

내가 아직 청년 시절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보금자리를 틀었던 상계동...

그게 바로 이 불암산 아래 아니었던가 ~

 

그당시만 해도 등산이 그렇게 성행하지 않은 시대라

나 역시 바로 이 산을 옆에 끼고 살면서도

정상 까지는 한번도 올라 가보지 않았으니 ...

 

30년이 흐른 지금에야

겨우 그 시절 지나쳐 버린 아쉬운 시간을 붙잡으러

여기에 오르다니 ~

 

 

 

중계동 옛 버스 10번 종점에서

택시에서 내려

비취 파라솔에 의지하여 한낮의 땡볕을 피하면서

멸치며 열무, 마른 나물 나부랭이들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께

등산로를 물었다...

 

길을 물은 댓가로 멸치 한 주발을 3000원에 사들고

바로 옆길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아직도 이렇게 낡은 집들이

달동네를 형성하고 있었고

그래도 길 한 켠을 내집 마당 처럼 사용하면서

각종 화분을 골고루 갖춰 놓고

너무도 편하고 자유스런 모습의 화원을 가꿔가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만의 특권이리라 ~

 

 

아직도 연탄재가 대문옆에 쌓여 있고

비가 새는 듯 지붕위에 방수천을 덮어 씌웠으나

호박꽃과 채송화와 담장이가 정겹고

뒷산 나무 숲이 호위병인양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동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숲이 보내주는 바람을 타고 앉아

올려다 보이는 섬 같은 고급 아파트의 위세도

깊게 패인 흙빛 주름살 속으로 한줄기 얇은 웃음으로 흘려 버리고

눈 한번 찔끔 감고

라면 한사발 ..미싯가루 한 공기로 진수성찬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겠지

그들에게도 바램은 있겠지

 

비록 작은 소망이지만

이루어만진다면

큰 꿈을 꾸다 못이룸에 아파하는 저 고급 아파트의 주인들 보다

더 기쁜 선물이 되겠지 ~ ~

 

부디 가난한 이들에게

작은 꿈이라도 영글고 확실한 수확이 돌아가기를 ~ ~

 

 

 

원래 상계동 친구가 가르쳐준 길은

바로 이 표지가 가리키는 데로 가라는 것이었건만

멸치 파는 곳에서 객꾼들이 알려주는 데로 왔더니

많은 소롯길과 갈림길을 더듬어 오게되었다.

 

 

 

 

 

남양주군 쪽이 보인다

 

헬기장 주변의 나무와 코스모스

 

 

 

바위 위를 트레킹하는 모습들이 경쾌해 보인다

내 모습도 저랬을?

 

헬기장 주변엔 소나무 아래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이 많았다.

 

 

 

 

 

재미있게 패인 바위

 

 

 

 

 

 

 

 

불암산의 규모는 작았지만

 

아기자기한 면이 돋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험하거나 그렇다고 너무 쉬운 코스도 아니어서

일반 사람들도 적당히 쾌감을 느끼면서 오를 수 있는 좋은 코스였다.

 

 

 

 

 

 

 

 

 

 

 

 

 

 

 

 

마침내 정상이 지척이다

 

태극기가 피로를 싹 감싸안고 가버렸다.

 

 

 

 

 

 

건너편 작은 봉우리에서

캔 맥주를 하나 마셨다.

10번 종점에서 사들고 온 멸치를 줬더니

진짜 멸치 오랫만에 맛보게 됐다면서 되풀이 감사하단다.

 

 

 

 

 

 

가을 하늘 ...불암산 정상에 자랑스럽게 펄럭이는 태극기 ~

아 !  영원하라 ...대한 민국이여 ~

태극기가 있어 하늘은 푸른 기운을 더하고 ~

 

 

 

 

정상에 오른 자랑스런 딸을

대견스러운 듯 바라보는 아빠 ~

 

 

 

 

 

뒤돌아 본 정상

 

정상이란 항상 누구에게건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나 어느 정상이건 자만하지 않는 자의 것이 될 것이다

 

정상을 정복했다는 기쁨을 맛보려 하기 보다

항상 자연과 친화하려는 의식속에 진정한 기쁨이 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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