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여수동의 연꽃
인천 사돈벌 누나의 딸이 인터넷에서
분당 여수동에 연꽃이 한창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여
나하고 만나기로 했는데 사정이 변경되어 오지 못한단다.
할 수 없이 무더위에 혼자 찾아 보기로 했다
누나의 딸은 중학교 미술교사로
동양화 전공이나 야생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1년에 1~2회씩 야생화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연꽃을 진흙 속에서 순결하게 피어난다고 해서
특히 귀하게 여기고 사찰의 건축 문양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선 밭에다 큰 고무 물통을 놓고 거기에 물을 부어 연꽃을 재배하는 농장이다
한쪽에는 논도 있어 작은 수련이 피어 있기도 하다
벙긋 열리는 예쁜 연꽃 입술 사이로
한없이 여리고 부드러워 보이는 연 열매가
세상을 두려운 눈으로 숨어 엿보고는
또 금방 연 잎을 뒤집어 쓰고 숨어 버릴 것 같다
이미 꽃이 지고
열매를 맺었나 하면
활짝 피어 있어 다정한 쌍둥이로 얼굴을 맞대 보기도 하고
이제사 봉오리를 내 밀기도 한다
이 순결한 연꽃들은 하나 같이 발돋움하여
저 인간 세상을 향하여 순백의 미소를 흘려 보낸다
저 건너 아파트의 사람들은 느낄까?
이 연꽃들의 하얀 소망을 ~
그들의 마음에 뿌리 내리고 싶어하는
이 연꽃들의 속삭임을 ~
나는 개인적으로 연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딸의 이름에도 연꽃 하(荷) 자를 넣었다
연꽃 처럼 깨끗하라고 ~
연꽃은 장미 처럼 화려하지 않다
제비꽃이나 들국화 처럼 섬세하게 아름답거나 청초하지도 않지만
목련 처럼 순백하고 단아하다
연잎은 너그럽고 여유롭게 꽃봉오리를 보살펴주고
꽃잎은 그런 연잎의 영향으로
자신도 너그러움으로 충만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일찍 노년기를 맞은 꽃은 넉넉한 열매의 무게를
아직도 건장하게 꽃을 피우는 이웃의 어깨에 기대어 지탱하고
아직 채 꽃잎을 틔우지 못한 어린 봉오리들은
탐스런 꽃봉오리들을 닮으려 궂이 보채지 않는다
연꽃들은 자신들은 하늘의 뜻에 따라 자연 속에서 나서
자연 속으로 사위어 갈 것을 언제나 쉽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러니 비록 꽃잎이 시들어도 항상 불만이 없고 애잔해 보이거나
초라해 보이지도 않는다
열매는 젊은 꽃봉오리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의 젊음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자기의 젊은 날이 이처럼 존재했기에 지금의 자기가 있으니까
논 속에서 작은 수련들이 청초하게 미소 짓고 있다
잠자리나 나비가 우화를 기다리듯
한송이의 연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마지막 힘을 기울이는
봉오리가 터질듯 긴장감을 던져주고 있다
적당한 간격으로 박혀 있는 연밥에서도
넉넉한 연의 품성이 엿보인다
보석 보다도 더 소중하게 보듬어 안은
이 연꽃의 옹골찬 전위여~
이 세상의 어떤 위험으로 부터도 씨알을 지켜내리라는 굳은 의지가
새록새록 베어나는 것을 어쩌랴 ~
부디 끝날 까지 열매를 잘 보존하기를 ~
행여 다칠세라 철옹성 처럼 씨앗을 지키는
연꽃잎의 처절한 열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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