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매는 익었으되
몸에서는 별수 없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곪삭은 사랑이라도
옆구리에 매달렸으면 좋으려니 싶어질 때도 있지만
길 떠나기가 몸에 베인 나그네라
때론 외롭더라도
홀가분한 게 차라리 나으리라 ~
일상의 웃음 뒤에
더 짙게 드리워진 그늘 속으로
날 세운 바람이 좁은 가슴 통로를 저미며 달려나가는 소리...
열매를 바라보는 기쁜 눈동자의 한켠에도
이젠 채워져야 할 시린 바람의 자리가
서서히 넓혀져 가고 있는 걸 어쩌랴 ~
그래도
오늘은 가을의 서곡 속에서
상심하는 내 가슴을 달래 보내려는 듯
여리고 해맑은 가을꽃들의 미소가 극진하다......
그래
너희는 찬 이슬과 매서운 바람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떨쳐버리고
순수의 기도로 이승을 마감할 채비를 한단 말이지 ~
그래 그래야
네가 맺은 열매도
이 땅을 온전히 지켜낼 오롯한 결을 간직할 거야 ...
부끄러운 나의 아픔 위로
겹쳐 내리는 가을 꽃들의 순수의 미소 ~
그 미소 속으로
돌아 올 기약 없이
행로를 열어 가는 시린 발길이여 ~
'들꽃 하나 이슬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리 한강 시민공원의 코스모스와 가을 정경(2) (0) | 2006.09.15 |
---|---|
구리 한강 시민공원의 코스모스와 가을 정경(1) (0) | 2006.09.15 |
초가을 남한산성의 작은 꽃들(2) (0) | 2006.09.06 |
초가을의 남한산성 작은 꽃들 (0) | 2006.09.06 |
여름과 가을이 엇갈리는 산성에서 (0) | 2006.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