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들꽃 하나 이슬 하나

초가을 남한산성의 작은 꽃들(3)

 

 

 

 

 

 

 

 

 

 

 

 

 

 

 

 

 

 

 

 

 

 

 

 

 

 

 

 

 

 

 

 

 

 

 

 

 

 

 

 

 

 

 

 

 

 

 

이제 열매는 익었으되

몸에서는 별수 없이

서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곪삭은 사랑이라도

옆구리에 매달렸으면 좋으려니 싶어질 때도 있지만

길 떠나기가 몸에 베인 나그네라

때론 외롭더라도

홀가분한 게 차라리 나으리라 ~

 

일상의 웃음 뒤에

더 짙게 드리워진 그늘 속으로

날 세운 바람이 좁은 가슴 통로를 저미며 달려나가는 소리...

 

열매를 바라보는 기쁜 눈동자의 한켠에도

이젠 채워져야 할 시린 바람의 자리가

서서히 넓혀져 가고 있는 걸 어쩌랴 ~

 

그래도

오늘은 가을의 서곡 속에서

상심하는 내 가슴을 달래 보내려는 듯

여리고 해맑은 가을꽃들의 미소가 극진하다......

 

그래

너희는 찬 이슬과 매서운 바람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떨쳐버리고

순수의 기도로 이승을 마감할 채비를 한단 말이지 ~

 

그래 그래야 

네가 맺은 열매도

이 땅을 온전히 지켜낼 오롯한 결을 간직할 거야 ...

 

부끄러운 나의 아픔 위로

겹쳐 내리는 가을 꽃들의 순수의 미소 ~

 

그 미소 속으로

돌아 올 기약 없이

행로를 열어 가는 시린 발길이여 ~

 

 

 

 

 

1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