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9일
처음으로 꼭 가 보고 싶었던 잦은바위골을 따라 나섰다가
추슬 추슬 내리는 이슬비 때문에
100M폭포 까지만 등정하고 하산 했던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휴일이 아닌데도 기어히 또 다시 그 길위에 서 봅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며칠간 내린 비로 인해
계곡물이 넘쳐 흘러
기염을 토하며 쏟아지는 폭포의 위용이 대단해서 좋았지만
오늘은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내려
그 때와 같은 폭포의 위용은 느끼지 못할지라도
잦은바위골과 희야봉을 거쳐 설악골로 하산하는데는
더 이상 좋은 날씨와 기상조건을 기대할 수 없는 최적의 상태여서,
예비되고 축복받은 산행이었다고 스스로 쾌재를 불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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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 ------------------------------- 잠실역 1번출구 버스 출발
아침8시 ------------------------------- 신흥사 주차장 도착
아침 9시 ------------------------------- 비선대 통과
오후 5시 하산 ----------------------------신흥사 주차장
공룡능선상에서도 대청봉과 화채봉에서도 또렷히 조망되는
세존봉
신흥사 마당을 지나는 나를 향하여
어서 오라고 반가히 손을 흔들어 주고 있어요.
비선대
장군봉(왼편)과 적벽(오른편)
이 두 봉우리는 암벽등반가들의 메카랍니다 ... ㅎ
우리는 이 천불동계곡을 향하여 1Km쯤 더 올라가서
오른편 잦은바위골로 입산해야 한답니다.
예전,약5~6년 전만 해도 이곳에
잦은바위골:1Km ...... 설악골:500M 라는
비선대에서 이곳 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었는데,
지금은 이정표는 서 있어도 골짜기의 이름은 명기하지 않았군요.
지금은 가을이 깊어 밤 기운이 상당히 차가울텐데
그래도 밝은 빛을 잃지 않고
등불을 켜고 설악의 계곡을 밝혀 주는 금강초롱, 그리고 바위떡풀 .....
구절초를 포함한 국화과의 꽃들이 그러하 듯
금강초롱과 바위떡풀, 그리고 산부추 역시 청초하기 그지 없어요.
어느 분인가 제가 밧줄타는 모습을 잘 잡아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ㅎ
고목나무 줄타기도 했던가?
기억이 잘 안나는데 .......... ㅎㅎㅎ
끼인바위가 있는 암벽도 타보고 ...
50M폭포를 향하여 오른편으로 꺾어 들면서 ....
요기도 위험지대라서 밧줄을 잡고 올랐구요...
행여 손톱 만큼의 실수라도 생길새라
꼼꼼히 챙겨주시는 대장님의 배려로 모두가 무사했던 하루였네요....ㅎ
이 바위들을 뭐라 명명하는지 잘 알 수가 없네요.
하지만 너무 멋져서
뭐라 이름을 붙여 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거인이 덩치 큰 아이들 앞에서
뭔가 훈시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상당히 기강이 잘 잡힌 조직원들인 것 같죠?
550M폭포
이제 50M폭포 주변의 응달쪽으로는
단풍이 제법 붉게 물들어 가고 있군요.
50M폭포 위에서 뒤돌아 보니
우람하면서도 멋진 암봉들이
그 작고 아기자기한 봉우리들을 뒤에서 감싸고 있는 듯 하군요.
마치 석각(石刻) 사슴뿔 같은 모양의 돌기둥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이제 100M폭포에 다달았군요.
그리 환상적이라고는 못할 지라도
너무 아름다워요.......
그 가느다란 물줄기,
한 번쯤 숨을 돌리며 떨어져 흩어지는 여백의 미(美) 까지 ....
불과 3개월만에 다시 찾아 온 이 나그네에게
세상에서 가장 붉은 선홍의 미소를 선사하는 그대의 진정(眞情)을
내 다른 또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으리오......
지상의 모든 희로애락이
한 뜸 한 뜸 매듭으로 엮어진 그대의 붉은 미소......
나도 역시 그대 처럼
내마음 깊은 곳에서 붉게 영글어 가는 내 열매의 미소로
그대의 선물에 답할 수 밖에 없으리니.......
15명의 사자들
그 누구였던가
사자와 같은 폼으로
자연스레 어울려 앉자고 말했던 이가!....
그렇게 기대를 했던
100M폭포와의 재회는
다시는 돌아 오지 않을 세월의 강물을 따라 흘러 가고.....
범봉에서 부터 뻗어 내린
작은범봉들의 모습이 야멸차고
그 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오른쪽 저 멀리에 범봉이 나타났어요.
가운데 ... 범봉
천화대릿지중에서 가장 빛나고 경이로운 봉우리......
그러나 가까이서 본 그의 모습은
공룡능선이나 다른 먼 곳에서 보아 왔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네요.... ㅎ
요기에도 기막힌 작품 한 컷이 예비되어 있군요...... ㅎ
멀리에 왕관을 쓴 것 같은 범봉
그 오른편으로는 작은범봉과 희야봉이 있겠죠?
우리는 이 단풍 비낀 바위를 계속 돌아 올라
드디어 오늘의 종착점...
작은범봉 등반의 마지막 전초기지격인
희야봉과 작은범봉 사이의 크랙에 안착하여 주위를 돌아 봅니다.
희야봉과 작은범봉사이의 크랙에서 올려다 본 공룡능선.
멀리 오른편에서 부터 마등령,나한봉, 1275봉등이 도열해 있어요... ㅎ
위 사진 중앙에 패인 홈이
작은범봉으로 오르는 주된 루트인 것 같군요.
이 작은범봉을 넘어 3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
범봉 아래에 도착한다 하니 상당히 힘든 코스죠?
그리고 작은범봉 완등에 4시간 정도 소요되고
범봉 한군데의 완등에만도 역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니
암벽등반의 어려움이 가히 상상이 되네요.
작은범봉과 희야봉의 크랙에서 다시 오던길로 내려 와
희야봉으로 향합니다.
크랙의 언저리에는 작은범봉을 등정하기 위해 급조된
2동의 비닐 텐트가 텅 비인 채로 덩그마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그 주위에는 추위와 허기를 이기기 위해 섭취하고 버린
라면과 수프 껍질등 쓰레기들이 나를 슬프게 만듭니다.
그래도 희야봉 언저리에서는 붉은 단풍이 곱게 웃으며
조심해서 잘 다녀 가라고 등을 토닥거려 줍니다.
희야봉에서
작은범봉(앞)과 범봉(뒷편)
희야봉에서의 조망
멀리 울산바위와 달마봉
그리고 천불동 입구등 외설악이 내려다 보입니다.
이 동판 추모비는
작은범봉으로 오르는 암벽 언저리에 새겨져 있습니다.
희야봉 정상에서
작은범봉과 범봉(희야봉에서)
저런 암벽에도 비박할 자리가 마련되어 있네요.... ㅎ
직은범봉 뒷면
희야봉에서
몇겹의 성벽 처럼 서 있는 바위 울타리가 경이로워요.... ㅎ
물결치듯 흘러내린 암벽 언저리의 단풍들이여!~~
바위에 심을 박고 아무리 흔들어도 대답이 없던가?
차라리 시간을 사뤄
소지(燒紙)의 재로나 흩날릴 것을!~~
어느 날 문득
비를 만나면
나락의 끝으로 스며들어
윤회의 고리를 잡고 일어서서
새싹을 틔워 봐야지 ......
희야봉 가족들
맨 오른쪽 끝이 정상이네요.......
이제 왕관바위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야 할 차례네요...
참으로 아기자기한 능선길이네요.... ㅎ
이 능선의 어딘가에
아름다운 석주길의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려 있겠죠?
왕관바위 능선길
참으로 아름다운 천상에 핀 한 송이 꽃이여!~~~
희야봉(왼편)과 작은범봉(오른편)
작은범봉 정수리 조금 뒤로 범봉 정상이 약간 보이고
작은범봉 오른편으로 공룡능선상에 연결된 봉우리가 보입니다.
희야봉, 작은범봉,범봉
가까이서와는 너무도 다른 희야봉의 또 다른 얼굴 ...
이곳에서 올려다 보니
마치 천상의 왕관 처럼 보여요.
설악골 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천연의 바위 성루!~~
왕관봉과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석주(石柱)들이 피로를 풀어주어요.
성자를 알현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요.
그의 메시지는 자연과 시간을 관통하기 때문에
아마도 힘이 실려 있을거예요....... ㅎ
왕관봉 가는길
왕관봉과 거북바위
구름체꽃
자기가 떠나가면 행여 설악이 아파 할까 봐
헤어진 몸을 가까스로 추스리면서도
돌아 서지 못하네요.......
금방이라도 촘촘히 두른 나래를 펴서
구름속의 안식처로 날아가면 되련만
설악의 그 무엇이 그리 아쉬워
자기 빛이 다 바래지는 줄도 모르고
저리 아파하고만 있을까
왕관바위봉과 거북바위
멀리에 화채능선이 달리고
그 아래 천불동계곡이 잠잠히 흐르고.....
왕관바위 못미쳐 설악골로 빠집니다.
설악산의 등반객들은 왕관봉을 거쳐
범봉과 공룡능선상에 이르는 암능길을 천화대라 부릅니다.
왕관봉의 옆면을 근접해서 클로즈업 해 봅니다...
왕관봉 가장 깊은 곳에 붉은 단풍 한 낱.
내 심장이 분출하는 용암 처럼 뜨겁게 달아 올라
온 세상 가득히 홍염(紅焰)의 물결로 채우고야 말겠네....
염라길은 어디메일까
사뭇 궁금증을 떨쳐 버리지 못하면서
절벽의 밧줄을 응시하네 .....
나도바람꽃
내가 내려 왔던 왕관봉 능선을 올려다 봅니다.
왕관봉 뒷편
이렇게 적당한 스릴이 있어서 좋았던 산행 .....
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지막 눈빛으로
생명의 노래를 들려 주는
나도 바람꽃 가족들!~~~
부디 내년을
그리고 또 그 후년들도 영원히 기약할 수 있기를!~~~
지나온 천화대의 한 능선
안녕, 천화대!~~~
설악골로 내려오니 해는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어요.
이제는 산부추가 마지막 인사를 해요.
그래 알았어, 산부추야!~~
네 비록 남들 만큼 화려하지는 않아도
네 깊은 속 마음을 내 알거든!
이제 밤이 추워지고
서리도 내리겠지,
그러면 너의 빛도 스러지고
한동안 적막이 찾아 오겠지.....
그러나 서러워 하지 마
서릿발에 짓물려져 녹아 없어진 네 삭신은
너의 따스한 눈물이 피워 올린 또 다른 꽃으로 태어나서
다시 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한 시대를 풍미할 것이려니.....
이제 천불동계곡과 설악골이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렀군요.... ㅎ
비선대
비선대 다리 위에서 천불동계곡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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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건강을 주신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부족한 생명체가 당신의 완벽한 자연의 질서에 융화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당신을 마음에 품었을 때 저는 아름다웠고
당신께 받은 사랑을 나누어 주었을 때 저는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펼쳐 보여주신 그 기적 같은 현실에 감사드리며
당신이 제게 내려 주신 작은 소임을 보석처럼 여기고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오늘은 거의 삼십여 번을 오르내리면서도
한 번도 가까이 접근 조차 하지 못했던 천화대의 일부 구간을
미흡하나마 돌아 볼 수 있었던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언제 또 다시 가 보기가 어려운 곳!~~
그곳을 인도해 주신님께도 감사드리고,
산행에 함께하셨던 님들도 이날의 기쁨을 큰님의 큰 축복이라 여기시고
매사에 큰님이 주관하시는 질서에 순응하시기를 조용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