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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강진 주작산...

 

오늘은 진달래의 명소로 알려진

덕룡, 주작산을 향해 길을 떠나 봅니다.

그러나 시간상 덕룡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주작산만을 만나 보기로 합니다.

 

이곳 잠실에서 아침 6시30분에 출발했는데도

산행은 11시45분경에야 첫발을 떼게 되었네요.

들머리 오소재에서

 

아침까지 5mm 안팎의 적은량의 비가 내리다가

낮 부터 개인다는 예보는 적중하여

운행 도중에 간간히 차창을 수놓던 이슬비는

산행 들머리에서는 완전히 개여

오늘의 산행을 축하해 주는 듯했어요.

 

오늘의 코스는

오소재->암릉지대->작전소령->주작산->수양관광농원(휴양림 입구 주차장)까지네요.

 

산행시간은 평일 같았으면 5시간 정도면

아주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코스지만

진달래가 만발한 오늘 같은 휴일에 여유를 부리며 산행하려면 

6시간 정도는 잡아야 할 것 같네요

 

이번 산행에서

진달래꽃으로 치장한 주작의 유혹에 빠졌던 나는

6시간도 더 걸려서

결국은 산행 후식도 못먹었을 뿐 아니라

산행 내내 간식도 못 먹어 공복감을 느꼈을 법도 한데

한껏 멋을 부린 주작의 자태에 취해서

배고픔을 전혀 못 느꼈으니

_ 금강산도 식후경 _이라는 말은

이번 나의 경우엔 통하지 않는 경구인 듯 싶습니다.

 

 

이런 암릉에 도전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알피니스트들이시군요..... ㅎ

 

 

잡목들의 스크린으로 사알짝 얼굴을 가린

암봉군이 한송이 꽃처럼 피어나 있군요.

 

 

산의 저지대 양지바른 능선에서는

이렇게 철이른 철쭉꽃이 활짝 웃으며 반겨 주어 고맙군요.

 

이웃에는 두륜산 자락의 끝이 건너다 보이고.....

 

진달래꽃 뒤로 두륜산

 

이제 부터 지나가야 할 주작산 암릉...

그 뒤에 희미하게 덕룡산의 봉우리가 우릴 내려다 보고 있군요....ㅎ

 

왼편으로는 작은 자연암릉성이 눈길을 끌어요.

암릉성 끝에 마련된 사랑방터에서는

벌써 부터 오찬석이 마련되어 식사가 한창이네요.... ㅎ

 

바위 틈새 마다 어렵사리 뿌리를 내린 진달래꽃들의 자축연(自祝宴)에

홀연히 날아 든 초청장 하나 달랑 들고 찾아 온 이 나그네는

그대들에게 드릴 것도 없이 빈손으로 왔다가

그대들의 흥에 함께 취해 어울렸다가

가난한 마음의 행복주머니에

그대들이 채워준 행복 한 줌 가득 채워 넣고 

뿌듯하지만 한편 아쉬움을 안고 돌아 갈 수 밖에 없나니 ......

 

 

 

 

그저 묵묵히 한 고갯 마루를 넘을 때 마다

잊혀져 갈 그대의 얼굴이 아쉬워 돌아 보고

마주 바라 다가 오는 그대의 미소 띈 얼굴이 한없이 사랑스러워

이 순간, 한 발짝 한 발짝에 내 마음을 묻으며 지나가노니 .....

 

오!   산벚, 그리고 진달래꽃이여!

잎을 채  틔우기도 전에

마음 부터 열어 나를 맞는 그 성급함을 내 어찌 탓하겠어요.

 

물론 맨가지 위에 꽃을 피우자면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르는지 잘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찬바람 사이로 상기된 볼 내밀고 달려오는 나를 보듬어

이렇게 그대 맘속 가장 아늑한 곳에

그윽한 미소, 향기 더불어 초대하고 싶어하는 그대....

 

그대 마음이 그러한 걸

내 어찌 외면할 수 있겠어요.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

 

연이어지는 바위고개에 때 맞춰

어릴적 읊조리던 <바위고개> 노래도 흥얼거려 보고.....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보며....

 

 

꽃의 동산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것은

존재의 의미를 궂이 따지지 않더라도

행복한 순간이었노라고 .....

지금은 비록 꽃에 대해서

회상어린 시선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할지라도

아직도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우리가 꽃피던 시절 보다 더 강렬한 빛으로 타오르는

그 무엇인가를 느낀다오.....

 

 

 

 

앞서 이길을 지나간 님들의

사랑스런 눈빛이 머물렀을 꽃잎들과 더불어

시간을 잃어버린 나그네들은

자기 위치 조차 잊어버리고 ....

 

 

 

 

앞을 보나

뒤를 돌아 보나

어디를 둘러 보아도

여기는 역시 포토죤

 

 

 

 

분홍색의 진달래꽃에 뒤질세라

하이얀 산벚들도 혼신을 다해 자외선을 발산하고 ....

 

 

 

 

 

 

 

 

이 날카로운 암릉의 틈바구니에도

이렇게 근사한 분지가 형성되어 있군요.... ㅎ

과연 자연의 신비가 느껴지는 정경이네요.

 

 

 

 

나도 모르게 되뇌어지는

자연에 대한 찬사와 경외감!~~~

 

재정적으로나 노동력의 뒷받침에 대해

행정당국에도 이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군요.

 

리드미칼하게 도열한

일정한 크기의 바위들의 한 끝을 밀면

도미노 처럼 스러지며

신묘한 선률이 울려 퍼질 것만 같아요.

 

 

바위능선으로 이어진 주작산 뒤로

덕룡산의 한 자락이 솟아 있군요.

 

끝없이 늘어선 돌기둥들의 집함체!~~

그것이 바로 주작산이로군요..... ㅎ

 

잘 살펴 보면

짐승의 모양을 한 바위들도 많겠어요.

 

 

 

 

아마도 대여섯번은 넘어 왔을 고갯마루....

그러나 아직도 이런 바위 봉우리는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돌기둥들이

마치 하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네요.

 

 

 

저는 이 벼랑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수십년을 버텨 왔어요.

그런데 당신이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찾아와 주셨군요.

 

하늘이 내게 안겨 준 약속!

세월이 나에게서 새빛으로 피어나는 그날,

바로 오늘 같은 날 나를 찾아 오시겠다는 그 약속을!~~~

 

나는 이제 여한이 없어요.

 

내 자태와 잘 어울리는 비원인 이 능선에서

제가 간직한 모든 아름다움을

그대에게 모두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또 한 고개를 넘어야해요.

 

이제 그대와의 이별의 시간도 가까워지겠지요.

언제 다시 찾아 올지 모르는 이 당신의 나라....

 

그래서 나는 이 한발자욱 한발자욱이

더욱 소중하답니다.

 

아!~~

당신!~~

내 가슴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리나요??

내 가슴이 내어지르는 환호소리가!~~~

 

새로운 천국의 계단앞에서

저는 할 말을 잠시 잃었습니다....

 

서방 정토를 향해 기원하는 도솔천의 은자(隱者),

그리고 잃어버린 어린양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모 마리아의 영토!~~

 

모든 아름다움이 스러지면

다시 살아나는

혼돈속의 한 결!~~~ 

 

 

 

 

 

 

 

 

 

 

 

 

 

 

 

 

 

 

 

 

 

 

 

 

 

 

 

어디로 올라 온 것일까?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 가라는 한 행상의 목소리가 애절하군요.

그래서 막걸리를 한잔 할까 하다가 아이스케키로 낙찰을 봅니다.

4시간이 넘는 오늘 산행중에 처음 드는 음식이군요.......... ㅎ

 

 

이제 두륜산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오른쪽 산비탈을 향해 조금 오르막길을 탑니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주작산이군요...ㅎ

 

 

마치 천상의 바위 분재 같은 모습의 이쁜 암봉

 

이제 내려가는 길의 맨 끝에서

왕관 모양을 한 돌꽃 한 송이가 나를 맞네요.

 

그래 오늘 고마웠어.

주작의 왕관 돌꽃이여!   

안녕!~~~  안녕!

지나온 암릉길을 돌아 보며 ....

 

 

금붓꽃

 

이제 호젓한 주작산을 향해 오릅니다.

 

흐드러지게 핀 산벚꽃

 

같이 오르던 님들도 기척이 없어

그냥 표지석만 담고 내려 옵니다.

 

주작산 아래 왼편 멀리에서

언젠가 시간이 되면 찾아 오라며

덕룡산이 윙크를 합니다....

 

산 바로 아래로는

특이하게 생긴 붉은 색채의 바위봉우리 두 개가 봉긋 솟구쳐

눈길을 강하게 잡아 끕니다.

 

오호라!~~~~

오묘하고 영험하게 생긴

이 두 붉은 암봉의 이미지를 따서

주작산(朱雀山)이라 부르게 되었구나!~~~~  ㅎ

~~~~~~~~~~~~~~~~~~~~~~~~~~~~~~~~

길이 멀고 능선은 험난하여

감히 그 누구도 쉽사리 접근키 어려웠을 주작산!~~

그러나 뜻이 있는 누군가의 의지로

길이 열리고

산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그 아름다움이 화려하게 피어 났으니

부디 영원히 오래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