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9일 일요일
봄을 맞으러 남쪽나라 해남을 찾는다.
6~7년전 어느 봄날에 송지면 마봉리를 들머리로 해서
도솔봉과 문바위재 미황사로 내려 왔었는데,
오늘은 무작정 산악회를 따라 왔었지만
그 반대편으로 내려 오게 되어 정말 다행스러웠다.
그러니까 미황사를 가운데 두고
지난번의 산행이 오른쪽 날개였다면
이번엔 그 왼편 날개를 타고 올라 미황사로 내려 오게 되었으니
이번 산행으로 달마산 산행을 완성시킨 격이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아직 느껴 보지 못할 파릇한 봄기운이
널따란 벌판에 가득 차 있고
그 건너에 달마산 줄기가 길게 날개를 펴고 우릴 맞는다.
아직도 차가운 바람에 실려 오는 눅눅한 기운은
혹시 비라도 안고 오지 않을까 염려가 앞서기도 하지만
오늘은 남도지방에 비소식이 없다는 뉴스를 믿고 근심을 접어둔다.
마치 갓 시집온 새악시 처럼 연지, 곤지 바른 광대나물이
길가에서 방갑게 튀어 나와 내 발길을 가로막는다.
송촌저수지 입구에서
노루귀
아쉬워라....
봄의 전령사중의 하나인 노루귀가 방가히 맞아 주었으나
내 카메라가 그 귀여운 모습을 감당해 내지 못했구랴!~~
저수지를 지나고 임도와 동백나무숲을 지나
이제는 삼거리에서 바람재를 향해 오릅니다.
바람재로 오르는 능선은 예삿 능선이 아닙니다.
날카로운 모서리로 무장한 바위군들과의 힘든 사투를 치뤄야 했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달마봉은 까마득하군요..
그 달마봉 뒷편에 사자봉과 떡봉도 어렴풋이 보여요.
능선의 좌우로는 이렇게 작은 바위 능선들이 뻗쳐 있어
마치 연체동물의 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네요..... ㅎ
농바위재에서 일부 동행님들이 점심을 들지만
저는 그냥 식사를 하지 않고 전진합니다.
지나 온 길 ...
달마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히 잡히는 듯합니다.
달마봉에서 흘러 내린 줄기는
그야말로 기기묘묘한 형상의 작은 암봉들이
구슬 처럼 꿰어져
가히 달마산의 보석 목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네요.
하늘을 찌를 듯한 돌기둥들의 기상도
세월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허탈하게 해체되는 몸짓으로 시간속의 존재임을 고백하고.....
달마봉에서
달마봉에서 바라 본 문바위재와 도솔봉쪽 능선
돌아다 본 달마봉
문바위재의 문설주격인 사자봉
문바위재에서 내려다 보니
멀리 윗쪽 오른편으로 미황사가 자리하고 있다.
미황사로 내려가는 문바위재 주변
사자봉!
문바위재를 굽어 보며
사자봉
사자봉 뒤로 저 멀리에
도솔봉이 건너다 보인다.
문바위재 주위의 정경들
홍천 팔봉산의 해산굴 정도는 아니지만
이곳에도 이런 굴이 있군요....... ㅎ
문바위재에서 미황사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이곳 삼거리에서 달마산 정상과 문바위재로 갈려지는군요...
미황사 일주문에서
우리는 저 능선의 왼편으로 올라 왔군요...ㅎ
5~6년전에는 그 오른편 능선을 타고 와서
문바위재에서 이곳 미황사로 내려 왔었는데 ...........
참으로 절경이군요.................ㅎ
한 쪽 능선을 걷지 못해
늘 마음속 한 편이 허전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순간이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답다는 말 밖엔
떠오르지 않는 달마산의 모습...
마음을 닦으려는
그 누군가의 처절한 구도의 모습이 점철되어 있을
이 청량하고 순수한 집 안.....
행여 추사와 초의의 조근 조근한 목소리
한 결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가슴 저미고 발끝으로 조용히 서성거려 본다.
달마산!~~
그대를 만난 내 마음속 화원에서 꽃이 만발하듯이
이곳 미황사 경내에서도 동백꽃이 날 반겨 웃네,,,,
지난 겨울의 혹독함을 벗어나고픈 성급함에
사찰 경내의 봄나물을 뜯으며
봄날의 따스함을 만끽하는 아낙네들!~~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고파 찾아 오는 사찰 경내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나물 채취 같은 행위는 삼가는 것이 어떨까?
봄까치꽃(큰개불알풀)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를 강하게 이끄는 무형의 부드러운 권유!~~~
나도 모르게 따라가
눈길이 닿는 그 곳에서
언제 부터
나를 기다려 주었는지 알 수 없는 님의 절절한 미소!
하루 종일 꽃을 찾아 헤매었으나
그저 봉오리 인채로 낯꽃을 보여주지 않던 그대가
이제 내 떠나려는 이 순간에야
가슴문 열고
못다하고 다물어 버렸던 미소의 꽃말들을 쏟아 붓어 주는구나!~~
10여년 전
보길도 바닷가에서 해풍속을 헤치며
소녀의 가슴과 낯빛으로
동백꽃 가로수길을 따라 걸어가던 헤설프고 귀여운 아이!~~
이렇게 호젓하고 간절한 순간에는
왜 항상 그 아이가 생각나는 것일까?
달마산을 완성하고 떠나는 이순간에
그 아이의 눈동자를 기억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 아이의 소리가 가슴에 울려퍼져서 안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