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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나의 소풍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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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풍길의 초입은

아직도 겨울의 말미에서 서성거리지만

햇볕은 따사로운 눈길과 미소로

내 가슴 속에서 수런거리며

봄의 이랑을 매느라고 분주한 모습이다...

 

 3415번 버스 종점에서 부터 시작하는

남한산성(청량산) 서문으로의 산책로는

평일에는 그리 붐비지 않지만

주말이면 시장통 처럼 활기가 넘친다.

 

 지금은 만남의 장소로 알려진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에

뻥튀기기 좌판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여인과

조금 안쪽 왼편으로는

역시 김 미역등을 펼쳐 놓은 좌판 옆 벤취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조금 안쪽으로 20여 미터만 더 들어 가면

*슬기네 찻집*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여기서는 이 골목에서는 유일하게

칡즙과 오미자차, 알로에, 쌍화차, 더덕즙, 양파즙등을

다리거나 기계로 짜서 팔기도하고 배달도 해 준다.

 

 높은 산에서 주로 참나무과의 나무에 기생하는겨우살이가

푸른 망사 주머니에서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고..

양파즙등을 다리는 약탕기가 보인다.

 

 봄 부터 가을 까지

강원도의 심산을 누비며

약초와 산삼을 채취하러 다니는 슬기 아빠와

가게에서 차와 약초들을 파는 슬기 엄마가

겨우살이를 옮겨 담고 있다.

 

아마도 슬기 엄마가 보기에 붉은 망사가

맘에 걸렸나 보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연탄난로 위에서

찻잔들이 뜨거운 물로 소독되어지고 있고

통나무 의자와 원목 탁자 옆의 벽에 진열된 약초술 앞에서

한 손님이 뭔가를 고르는 모습이다...

 

나는 이곳에서 주로 오미자차를 마시며

일행을 기다리거나 쉬어가기도 한다.

 

요즘엔 나와 같이 소풍을 자주 하던

인근 오금동에 사는 교사 친구가 다리가 부러져서

거의 혼자 소풍길에 나선다.

 

 이 골목에는 거의가 스포츠 의류 상점과

음식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지점 부터는

서울 송파구와 경기 하남시의 경계선이다.

 

그린벨트가 최근에야 풀려서 이기도 하겠지만

행정구역이 어중간하게 획정되어 있어서

송파구와 하남시 양편에서

똑같이 환경정화 사업을 미루고 있어서

주변이 아주 어수선하고 불결한 상태이다.

 

 

 

 이제 2~3년만 지나면

송파 신도시와 거여.마천 뉴타운의 개발 바람에 밀려

어디론가 떠나야 할 군부대 담장 옆으로

요즘 가문 날씨 탓에 더 탁해진 개울물과

관리가 잘 안된 개울이 조금은 흉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언제나 봄을 팔고 있는 할머니의 노점 포장가게...

 

이 가게는 개울 위에다 세운 가건물로

일종의 무단 점유인 셈인데

동네 자치센터에서 마련해 준 것이다.

 

오늘 따라 봄나물들이 더욱 싱싱해 보인다.

아마도 오늘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雨水여서 인가?

 

이 할머니는 어제도 쑥을 샀더니

거스름 돈 2000원을 나물이 담긴 비닐봉지 속에 몰래 넣으셨다.

그래서 내가 도로 할머니께 돌려 드리고...

할머니는 안받으려 하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둘 사이는 이렇게 작은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 예사이지만

그래도 둘 사이에는 남 몰래 흐르는 교감의 강이 놓여 있다.

 

 이런 오물들을 보면 왠지 가슴이 아프다.

 

 강정과 유과등을 만들어 파는 가건물 가게와

폐자동차에서 몇 낱의 야채를 부근 밭에서 가져다 파는

행상 옆을 산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그 행상들의 작은 바구니에는 작은 소망들이 담겨져 있다.

그 작은 바구니의 물건들이 하나 둘씩 줄어 들 때 마다

그 비어져 가는 허름한 바구니 속엔

하나 둘 씩 보석 보다 더 영롱한

그들의 미소와 소망이 담겨져 간다.

 

 

 이런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과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동네 가운데

*청운사*라는 절과 *어우러진 교회*라는 교회 건물이

그런 세상사와는 무관한 듯

초연한 자세로 산행길목을 지키고 있다.

 

나는 바란다.

그 교회와 절에도

아주 작은 사람들의 소리와 바램이 떨어져

새싹으로 피어 나기를 ~

 

 이곳의 대부분은 그린벨트에 묶여

30여년 이상을 미개발 상태로 있었으나

최근 그린벨트가 해제되어 신축된 상가 건물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곳에 새로 진출한 신흥세력들과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낡은 건물에서 손님을 맞아야하는 음식점들은

아무래도 특별한 홍보 효과가 없이는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위의 돌무데기 집이나 벌교집은

물론 나름데로의 노하우는 있으나

나주 개미집 만큼 알려지지 않은 탓에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나주 개미집은 어떤 루트를 통해서인지

SBS 등의 방송 요리 프로그램에 소개 되어 손님이 많단다.

일종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다른 식당들은 그저 묵묵히 자기 솜씨데로만

그리고 자기 운으로만 돌리고 천직 처럼 매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모르겠으나

몇년 전 만 해도 텐트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뻥튀기와 아주 간단한 등산장비를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던 일 가족들 ~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자녀들을 위하여

딴 곳에 거처를 마련했을까?

 

아직도 짓눌린 가게는 일어 설 줄 모르고

값싼 등산장비와 한 보따리에 1000원씩 하는 뻥튀기를 팔며

풋풋한 눈빛을 보낸다.

 

나는 먹지도 않는 뻥튀기를 사다가

내려가는 도중에 아는 사람들께 나누어 주기도 하고....

 

 요즘엔 너무 날씨가 가물어서

콩가루 보다 더 미세한 흙가루가 등산로를 덮고 있다.

평년의 몇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강수량이

심각한 건조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이상기후...

한꺼번에 집중해서 내리는

비, 눈, 폭풍 그리고 이상 고온 현상과 저온 현상들 ~

 

 멀리 남한산성성곽 안에 있는 두그루 의 리기다 소나무...

나는 이곳의 바위 위에서 저 두 그루의 나무들을 올려다 보며

인간의 양면성을 생각하면서

항상 양쪽이 평형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즉 우리의 신체는 좌우 양 대칭에 의해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의 인생도 선과 악 그리고 어둠과 밝음에 의해서 유지되고

가정도 아내와 남편이라는 쌍두 마차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가리라 마음 먹었었다.

 

 저 성곽의 나무들을 바라 보았던 바위 ~

 

 아직은 끝나지 않은 겨울날씨지만

한없이 자애로운 햇볕이

아직도 수척해진 겨울 나무들을 부축여 세우며 봄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어느 유명 화가의 기하학적 회화인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기막힌 조형미가

이 얼음의 문신위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니...

 

 제주도가 고향인 김영주 할아버지...

 

나는 이 다리가 삭고 낡아서

일장천 약수터와 남한천 약수터을 개발하는데 지대한 공을 들이신

그분에게 부탁하여

이 부근 3곳의 다리를 보수토록 하였다.

 

산행인들이 다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래서 2~3년 동안은 걱정없이 다녀도 될 성 싶다.

 

그런데 요즘 그 할아버지가 나를 찾아 오지 않으신다.

내가 아파서 연락을 안했더니

그 분이 잊으신 건가?

아니면 어디 편찮으신건가?

 

 이곳에도 길을 넓히려고 계획을 세우나?

오솔길의 가운데 서 있는 나무에 누군가가 톱자욱을 냈다.

아마도 잘라 내려는 낌새다.

 

행정관서에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베드민튼장을 만든 한서 산악회에서 그랬을까?

아무튼 개발의 이름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에는

지나치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내 심사가 편치 않다.

 

 한서 교통(버스회사) 산악회원들이 만들어 놓은 베드민튼장....

 

 20여년간 내가 생수를 떠다 먹던 *일장천* 약수터...

 

 

 

 

 이른 봄이 되면

개구리와 도룡뇽이 새끼를 치는 웅뎅이...

그러나 지금은 매마른 웅뎅이에 눈이 쌓여 있다.

과연 봄이 되면 물이 고여서

새로운 생명체들을 길러 낼 것인가?

 

개구리와 도룡뇽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것인가?

 

 일장천 보다 늦게 만들어진 *남한천*약수터

 

그 입구에 누군가가 작은 돌들의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남한천*약수터...

일장천 보다 수량은 풍부하지만

수질 면에서는 장담을 못하겠다.

 

 

 황혼 비낀 서녘 노을이 곱다.

 

 수어장대 쪽에서 바라 본 일몰 ~

 

 

 이제 겨울이 정점을 찍는 소리가 들리니

성급한 내 마음은 벌써 봄을 영접하려 한다...

그러나 아직도 봄은 멀리 있다.

환절기의 기후는 변화무쌍하여

어느 쪽의 얼굴이 진짜 얼굴인지 모르기 일수니까..

 

물론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소리는 거부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옳바른 생각이다.

하지만 역시 차분히 기다리는 성정이 필요한 것은

안정된 인생의 여정은

항상 되바라지지 않은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피어나서 추위에 시들어 버리는

잎들과 꽃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우리 인생에서는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사랑이여 오라 ~

봄이여 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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