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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전시회

Coex 국화 전시회장에서

 

20790

 가을은 가히 국화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비워져 가는 들녘을 가득 채우며 등장한

맑고 깨끗한 꽃...

 

때로는 노란 옷을 입고

또 때로는 하얀 소복을 하고

시린 계절의 아픔을 잉태한 속죄양으로

단두대로 향하는 붉은 노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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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전주의 한옥마을이 인접한 은행나무 골목...

내가 몸 담고 있던 교수님댁

 

봄이면 후박나무꽃 ,목련꽃, 목단꽃, 철쭉꽃 그리고 난초꽃

유월이면 장미꽃 넝쿨과 작약꽃

또 가을이면 국화꽃이 정원을 수놓곤 했었다.

 

특히 가을 이맘 때면

교수님은 손수 국화 분재를 만들어

국화 전시회를 열곤 하셨었다.

 

수 십 개의 하얀 손가락을 펴서

가진 것을 다 놓아 주는 아름다운 모습...

 

나는 그 모습이 보고 싶어서

국화 전시회장을 찾아 보았다.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과 강화도 그리고 고창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휴일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가까운 Coex 전시장을 둘러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내 맘속에 있는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교수님의 숨결이 베인

그 섬섬옥수 보다 더 곱고 가느다란 긴 꽃술...

 

세상의 어느 빛나는 보석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순백의 정결함...

내 기억속의 그 국화꽃은 아무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찾는 그것이 꼭 샹그릴라 일 필요는 없다.

한 송이의 작은 꽃 하나가

그것에 필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다.

기억속의 소중한 것들은

꼭 아름다운 사랑, 우정 같은 것이 아니어도 좋다.

어쩜 하찮게 보이는

꽃 한 송이, 물고기 한 마리 일 수도 있고

아픔과 슬픔과 한 방울 눈물과 미소일 수도 있다.

 

오늘 나는

국화꽃밭에서

비록 내가 찾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진한 국화찻잔속에

내 기억 저편에 음각된 그 국화의 모습과 미소를 새겨 넣으며

과거의 세월을 마시듯 천천히 음복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던가...

하여튼 현재의 나의 상황을 애정을 가지고 지켜나갈 것이며

내 주위의 모든 이들과 나에게 속한 것들을

아끼고 잃지 않으리라...

 

나는 관계(상황)속의 존재이며

관계(상황)는 곧 내 삶의 증거이니까...

 

 

 

 

 

 

 

 

 

 

 

 

 

 

 

 

 

 

 

 

 

 

 

 

 

 

 

 

 

 

 

 

 

 

 

 

 

 

 

 

 

 

 

 

 

 

 

 

 

 

 

 

 

 

 

 이 꽃의 모습이 내 마음속에 새겨진 그 모습과 제일 가까운 꽃이다.

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다.

전시회장을 다 둘러 보았어도

그 꽃의 그림자는 역시 기억속에서

그렇게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오가는 행인들과

나 처럼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구경나온 관람객들의 표정속에서

한 없이 싱그럽고 깨끗한 미소가 잔잔히 묻어난다.

 

이 국화꽃들의 群舞를 연출한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설레고 희열에 젖었을까?

 

고층 콘크리트 건물의 숲

그리고 자동차들의 매연속에서 시들어가는 거리를

하늘거리는 국화꽃들의 이 작은 몸짓과 미소가

단숨에 천국의 화음과 천국의 숲속길로 바꾸어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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