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고
그 처해진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설계도를
내면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강산에서 태어난 나는
이 산하에 맞춤형의 인간으로 태어났을 것이다.
물, 공기, 흙, 나무 그리고 풀과 꽃들까지
어느 한 가지 나의 태생과 무관한 나의 환경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땅을 나와 동일시하며
내 몸 처럼 아끼고 사랑해야하는 것이다.
머언 외국 땅을 배회하며 살다가도
일단 운명의 시간이 다가 오면
고향에서 잠들고 싶어하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이같은 귀소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런 맥락에서 나는 내가 태어난 이 산하의 품속을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더듬어 보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이 곳을 밟지 못할 것이라는
애절한 심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 놓는 것이다.
나의 형상을 빚어 놓았고
또 키워온 이 아름다운 산하여 ~
고추냉이(십자화과)
큰괭이밥(괭이밥과)
금강애기나리(백합과)
파란여로(백합과)
항상 한 번쯤 오르고 싶어했던 청옥산 ~
이제사 올라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곳 까지 올라 오면서 느낀 바로는
정말 속세를 멀리 떠나서
심신을 청정하게 하기에
너무도 좋은 계곡이고 산세였다.
쥐손이풀(쥐손이과)
숫명다래나무(인동과)
둥굴렌(백합과)
정향나무(목서과)
일명 수수꽃다리 또는 라일락.
산앵두
둥근잎조팝나무(장미과)
두루미꽃(백합과)
장장 21Km가 넘는 산행길을 마감하며
마지막 두타산성을 내려 오면서는
마구 뜀박질을 하였슴에도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
그러나 항상 맘속에 꺼림직하게 남아 있던
이번 코스의 완결은
통쾌감 까지 안겨 주는
뿌듯한 산행이었다.
선조들이 *무릉계곡*이라 불렀던
이 산의 정취는
과연 산행을 마친 뒤에야
진정으로 맘에 와 닿았다.
저녁 반찬으로 나온 곰취장아찌와
모텔과 음식점 주인장들의
산내음이 물씬 풍기는 인심...
그리고 텁텁한 조껍데기 술은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거리였다.
그리고 무엇 보다
아침 산행을 시작할 때 내리던 안개비가
1200고지 이상에서는 맑은 날씨를 보여주어서
무릉계곡 안에 망망대해와 같은 雲海를 펼쳐 보인 것은
또 하나의 멋진 풍광이었고
이번 산행의 白眉라 할 수 있는
두타산성과 12폭포를 조망할 때는
날씨가 너무나 청명해서
더 없이 좋은 경관을 감상할 수있게 해 준
보이지 않는 님께 감사하면서
산행의 대미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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