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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설악산 공룡능선의 작은 풀과 나무들

 

 

 비가 내린다

추슬 추슬 이슬비가 내린다

 

메말라서 허위적대는 공룡이 보기가 안쓰러워서였던가

이슬비가 가만 가만 선녀의 입김 처럼 내려

공룡의 등줄기에 감긴다

 

안개 같은 가을비 ~

 

나는 안다

이 공룡의 마음을~

 

열번 가까이 이곳을 들락거리면서도

키큰 바위의 멋진 모습에 홀려서

발 아래서 수줍게 웃어주는 자기 모습에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

이 무뢰함을 얼마나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이 공룡의 작은 생명체들은 ~

 

사실은

오늘도 그 멋진 바위들을 담으러 왔었지만

너의 그 서운함이 눈물로 이렇게 내 발길을 막나니

내 어찌 너를 못 본 척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

 

그래 오늘 만은

내 너의 모습을 안아다 내 곁에 두고

가슴에도 품어 보고 하리라 ~

11886

 새벽 5시에 기상하여

헤드랜턴을 켜고 소청산장을 출발하였다...

아직 어둠 속에서

나무들도 깊은 잠속에 빠져있다

녀석들의 잠을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아름답게 잠든 모습을 담아 본다

 

 회운각 산장에서 조식을 마치고 출발하자 마자

이슬 빗방울이 심상찮게 얼굴에 한두 방울 내린다

아름다웁게 펼쳐져야하는 정경들은

모두 안개의 베일속에 숨어 얼굴을 내 보이지 않는다...

 

 

 

 

그래 이제 알겠다

항상 멀리만 보지 말고

너도 보아 달라는 부탁의 눈물이겠지

작은 풀들아 ~

작은 나무들아 ~

 

그럼 오늘은

너희들과 얘길 나눠줄께

그동안 미안했다.

 

 

 

 

 

이제 곧 겨울이 오겠지

 

그럼 얼마나 추울까 ~

 

그 忍冬의 고난을

너를 옆에 두고 항상 생각할께

너도 추위에 얼어 죽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야 돼

 

추위에 오그라져서 ...

삭풍과 한길 눈더미에 눌려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너의 그 아픔을

내 어찌 하면 좋겠느냐  ~

어찌 해 주면 되겠느냐 ~

 

 

 

 

 

 

 

 

 

이제 작은 풀꽃들은 시들어지고

작은 나무들은 옹골찬 내면의 힘을 모아

그 무서운 추위와 맞서서

겨울을 이겨내리라 ~

 

오! 무섭도록 오롯하고 아름다운 작은 친구여 ~

공룡의 진정한 주인이여 ~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나그넬랑

반길 게 없다

 

너에게 손만 대지 않으면

괜찮다고 그러렴 ~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언데 어디서나 모두가

오염과 파괴가 있기 마련이니

 

그들이 가까이 오면

너의 생명도

부지하기 힘든 것 ~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는 인간들의 자유가

그대들에게 얼마나 큰 생명의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는지 ~

 

 

 

 

 

 

 

 

 

 

 

 

식물과 인간의 조상은 같다

 

생명의 근원 물질은 같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서로의 호흡을 통해서

상호 생명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모두가 내 이웃이다

서로 공생을 목표로 유기적인 조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이 이끼 한 조각도

나 처럼 오롯한 기운을 모아서

다가 올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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