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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생.사랑

주왕산은 가을빛에 물들고 (주산지 -> 가메봉)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년)의 무대였던 주산지 ...


그곳에도 가을은 깊었을까?


내 가면

그 새벽 물안개가 날 반겨줄까?


그래서 새벽에 도착하는 버스를 골라

자정 무렵

강남 신사역 6번출구로 날아가는 낙엽 하나


<주산지에서>


낙엽이 가는 길


동자승은 호호 손을 불며

봄을 기다리지만


아직도 길게 늘어선

빙벽 뒤에선

툰드라 고원을 넘어선 기마병

그 채찍 소리만 섬뜩하다.

쌋어내고 싶은 오욕이 얼마나 되길래

꼬박 300년


그 긴 세월을

오직 참 세례로 채운단 말인가요...

그대, 왕버드님이시여.


내 잠시 그대를 대신해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안되나요?


물안개 옅게 드리운 주산지 호변에선

왕버들의 부르스가 한창인데,


무도회에 초대받은 낙엽은

옷섶에 초대장을 팔랑이며

현란하게 돌아 가는 무희들 사이로

미끄럴지 듯 흘러 듭니다.


잔잔한 새벽 물결위에 투영된

무희들의 고즈넉한 자태 ....


끊임 없이 이어온

세월의 베틀 위에서


아직도 북을 좌우로 넘겨 받으며

현란한 운명의 천을 짜내고 있어요.







주산지 입구 주차장 간이식당에서

따끈한 어묵으로 시장끼를 달래고

절골로 향합니다.


청송 사과....

써비스로 건내준

상큼 달콤한 한조각 사과의 감칠맛이

자꾸만 구미를 당기지만,...


가을 걷이가 끝난 논바닥 저 건너로

절골 입구가 은근히 손을 흔들어요.


<절골 초입>


옅은 운무가 일어

시야가 밝지 못합니다.


단풍은 평년 보다

다소 못한 듯하지만


그래도 이 절골 친구들은

자기의 최선을 다해서

오늘 제 앞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이곳에도 길 평탄 작업이 진행되고 있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것은 또한 다른 형태의

자연 파괴행위 일 뿐입니다.



내가 가을빛에 물들어감은

아직도 나에게

일말의 기운이 남아 있음이니






2년 전 이 즈음 ....

이 길을 함께 걸었던

청보리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불현 듯 오우버랩 되는

그리운 얼굴 하나 .....


세월의 강물을 흘러 가다

이렇게 올망 졸망 갇혀 버린 낙엽들 위에

그 우리 지난 세월의 흔적도

묻어나고 있을까?


그 어느님의 작품일까

투박하지만 범상찮은 돌탑하나...


그 마음에도

이 계곡물에 투영된 반영 처럼

아름다움으로 채워지기를 기원해 보노니....


계곡 언저리의 경관들과

푸르른 가을하늘이 들어 와 앉아 있는 작은 웅뎅이에

아침 바람도 행여 이 계곡의 평화를 깨드릴라

조신 조신 계곡물을 건느고 있어요..



흐름을 멈춘 계곡물 속에선

오랫만에

가을하늘과 계곡의 암봉, 수목들이 머리를 맞대고

도란 도란 얘기꽃을 피웁니다.


계곡물을 지그재그로 숱하게 건느는 나그네들은

자기들의 일상과도 비견되는 이 반복된 행위에 대하여

어떤 마음으로 이 돌 징검다리를 건느고 있을까?


너무 위협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빈약하지도 않은 풍광들 ...


끝없이 정겨우면서도,

우리와 적당한 거리에서 우리에게 늘 손짓하고 있는

우아한 계곡 ....


절골의 진면목은

바로 이 별나지 않으면서 그윽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그 평온함에 있다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절골의 나그네...

내일은 또 어느 길목에서

어느 나그네와 엇갈리며 걷고 있을까?

나의 뒷모습도

그 어느 누구에겐가 잡혀서

나의 이 페이지 처럼

그의 페이지를 찾이하게 될까?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


그들은 모두 이 우주가 보내준 축복의 존재들이기에

지나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축복과 행운의 눈 인사라도 보내야 할 것이다.





물속에 어린 반영이

실재 보다 더욱 예술적으로 보여요.



절골의 가을과 헤어짐을 너무 아쉬워하는

나그네들의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맑은 계곡물 웅뎅이에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절골의 가을 풍광을 수놓아 보여주네요.


고마워요.

친절한 절골...

그리고 그 권속님들 ....



물속에 투영된 나무들의 반영이 너무 환상적이어서

나도 몰래 마음을 몽땅 빼앗겨 버렸네요..... ㅎ



















대문다리를 지나

가메봉을 향해 오릅니다.


가을의 절정을 구가하는

가메봉 기슭의 관목들 .......


그 이파리들이 황금옷으로 단장을 했군요.


밤잠을 설치고 무박으로 나선 길 ......

무모한 나그네의 주왕산 산행길도

여기에서 꼭 반절을 마쳤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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