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6일
늘푸른수목토일산악회를 따라 외설악산으로 산행길에 나선다.
토왕성폭포 전망대와 울산바위를 가는데
시간을 충분히 주면 두 곳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울산바위를 선택하고 나서 생각하니
아무래도 그 두 곳을 모두 다녀 오기는 무리인 것 같아
이번에는 울산바위 한 곳만을 오르기로한다.
강동역 7시 40분
설악산 신흥사 입구 9시45분
이날은 평일인데다 눈도 내리지 않아
나들이 행렬도 많지 않아서
도로는 막힘 없이 시원스레 열려 있고,
주로 일요일에 산행길에 오르던 나는 오랫만에
홀가분한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권금성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멀리 세존봉이 인사를 건넵니다.
신흥사 청동좌불대상의 어깨 너머로
울산바위가 긴 기다림의 무료함에서 이제야 깨어나
방가운 눈빛으로 맞습니다.
내원암골을 가로지른 다리
그리고 마등령 오르는 능선상의 장군봉 위 유선대와 세존봉봉!.....
울산바위 서봉
이 서봉은 아직 제가 등정하지 못했네요....
대부분의 설악 능선들에서 마주 건너다 보이는 울산바위...
5~6년전에는 달마봉에 올랐다가
이곳을 마저 오르려고
긴 울산바위 행렬의 꼬리를 붙들고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냥 포기하고 돌아섰었고,
그 후로도 또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네요.
그래서 울산바위에 오르지 못한 세월이 어언 7~8년이 훌쩍 흘렀네요..... ㅎ
멀리 햇살 아래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는 집선봉 뒤로
칠성봉과 화채봉이 겹쳐 보이고 .....
정말 오랫만에
울산바위 인증샷을 올려봅니다.
울산바위 아래 내원암골...
그리고 마주 보이는 능선 너머로
황철봉과 저항령, 마등령 쪽에서 흘러드는 저항령계곡이 있겠지요... ㅎ
건너다만 보고 내려 가야 하는 서봉
제2전망대와 서봉
저는 제2전망대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냥 내려 오다가 얼핏 올려다 보았네요.
워낙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으니까요..... ㅎ
연화대라 불리는 바위 위에서 태양이 눈부셔요.
철계단이 새로 놓인 동봉과
오를 수가 없는 건너편 서봉.....
뭇 존재들이 만지기라도 하면
행여 그 고운 속살이 더러워질까
그대는 그렇게 수직의 몸을 곧추세우고
수만년을 버텨내고 있던가?
성결한 그대...
부디 상처를 입지 말고 그 고운 모습 영원히 간직하길!~~
다시 또 저 멀리 대청, 중청의 품안에 포근히 안겨 있는
칠형제봉 릿지, 범봉이 으젓히 솟구친 천화대 릿지,
그리고 세존봉이 치솟아 있는 마등령 <->금강굴 능선이
역광에 눈을 못뜨고 비몽사몽간에 간신히 나를 바라보고 있어요.... ㅎ
미시령과 황철봉에서 흘러 내린 내원암골
다시 이마에 눈부신 햇빛을 받아
온 설악 가득히 고고한 그만의 깨달음의 시어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ㅎ
연화대와 외설악
한 줌의 흙이 그립지도 않던가요?
하늘 우럴어 외쳐라도 볼 일이지
왜 그리 입다물고
그 긴 세월의 염원만 나이테에 담고 있나요?
울산바위 아래.....
계조암과 흔들바위
예전 이곳엔 작은 간이 가게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산야초 차 종류와 간단한 담근술 등을 마신적이 있었구요.
이 가게 주인은 한 독일인 여행객이
이곳 설악산에서 열흘 정도 머물면서 두루 돌아 본 결과
설악산은 자기가 돌아 본 세계 어느 산 보다 아름다웠노라고
극찬하고 돌아 갔다는 얘기를 들려 주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턱수염이 덥수룩하고 산을 닮아 있던 그 사람도
어디론가 떠나가고 없네요.
누군가가 흔들바위를 밀어 보고 있어요.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여인에게도
이 흔들바위는 몸을 맡기고 흔들려 보일까요?
바위 정수리에 뿌리를 내린 그대,
그대 생명의 신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쉬움에 돌아 보는
울산바위, 계조암 그리고 흔들바위........
무더운 여름날
울산바위에서 내려 오다가
흐르는 계곡물을 끌어 만들어 놓은 자연 냉장고의 시원한 막걸리를
구수한 아줌마들의 호객소리에 이끌려 들어간 숲길 노점에서
파전이며 도토리묵 무침,또는 감자전과 함께 걸쭉하게 들이키던
그 여유롭고 자유스러웠던 가난속의 풍요를
이제 또 어디에서 느낄 수 있으랴!~~
자연 환경을 보존하려는 당국의 의도는 좋으나
그런 서민적인 풍류를 아주 깡그리 없애버리기 보다는
자연적인 취락지역의 풍치를 곁들인 집단시설로 개조하여
서민경제와 여행객의 편의를 돕는 효율적인 시설로 존치시켰으면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예전에 비해 휑하게 비어져 있는 계곡을 내려 오는 내내
못내 서운한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아요.
벌써 6~7년은 흘러 갔을까?
달마봉을 넘어 울산바위에 오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
줄어들지 않는 줄을 원망하며 돌아서 내려 오다가
이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SR님과 YS님......
그때,
이곳은 낙엽과 풀잎이 서로 엉크러진 풀밭이었고
그리고 성벽을 감싸안고 오르는 넝쿨식물과 이끼의 천국이었어요.
이 천국에서 달마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단 둘이서 서로의 모습을 담아 주고 있던 두 여인.....
그 모습이 아직도 내 가슴 한 켠에서
푸른 세월의 이끼에 덮혀
아스라히 이 겨울의 강을 건느고 있네요.
다시 천불동과 만나는 지점에 이릅니다.
멀리 사라져 갔던 그리운 꿈의 시간이
우리 곁으로 홀연히 다시 돌아 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가?
기다림은 또 다른 기다림 속으로 사위어 가고!~~
가슴 하나만 파도 위에서 덧없이 세월 따라 흐릅니다.
산행후식 후 속초 대진항에서 .
산을 통한 우정은 순수한 것
자연속에서 맺어진 인연은 아름다움 그 자체!~~
언젠가는 다시 또 한 번
그 그리운 얼굴,
내 곁으로 사뿐히 날아 와 앉겠지.....
언제 다시 오랴!~~
이 순간, 이 공간!~~
오늘 우리는 아름다웠고
티 없이 순수했고
우리의 세포 하나 하나는
가장 영롱한 햇살 프리즘의 세례를 받았나니!....
그리움이 어린 축복의 햇살 세례!
감사했어요.
함께한 님들!
설악산 울산바위!
그리고 속초앞 푸른 동해 바다여!~~
이 모든 인연이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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