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6일
수십년을 두고 설악산의 한계령을 넘나들었지만
그 관문의 남쪽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가리봉과 주걱봉 삼형제봉을 아직껏 올라 본 적이 없어,
항상 마음 한 켠이 허전한 느낌이었는데
마침 가리봉산행을 감행하는 산악회가 있기에
함께 오르기로 한다.
이곳은 물론 비탐방로로 지정되어 있기에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단다.....
잠실 6시30분 출발
9시 30분경에 안가리산리의 다리에서 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날씨는 삽상하고,
약간 세다 싶을 정도의 바람이 불어
야생화를 담기에는 조금 무리지만
아침 햇살은 밝아, 오늘 산행은 무난하다 싶은 느낌이다.
안가리산리 ....
9시 30분
가운데 무성한 나무가지 위로 쭈삣하게 솟은 삼형제봉과
오른편으로 주걱봉이 보인다.
주걱봉
삼형제봉의 위용
갈대는 나를 기다리다 세어버린 머릿칼을 날리며
빨리 가자, 앞장서 달려 가고 .....
수량은 적어도
폼만은 우람한 폭포도 만나 보고 ....
옆에 키 작은 아우를 데리고 서서
단풍 사이로 다가서는 나를 저으기 바라 보며 미소짓는 주걱봉! ....
멀리에서 보면 주걱처럼 생겼다지만
삼형제봉쪽의 옆에서 보니 너무 뾰쭉하다
삼형제봉을 오르지 않고
삼형제봉과 주걱봉 사이로 올라
주걱봉과 가리봉을 거쳐 필례약수로 하산키로 한다
주걱봉 둘레길
주걱봉 허리에서 건너다 본 삼형제봉
멀리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는
그저 하나의 회색빛 바윗덩어리로만 보였었는데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이렇게 고운 빛을 사려 안고 나를 반긴다.
수십년을 기다리다 이제야 만나 보는
나의 붉은 마음 못지 않게
너의 마음도 그렇게 그리움으로 불타오르고 있었구나!~~~
주걱봉을 올려다 보니
갑자기 어디에서 몰려 왔는지
희뿌연 구름이 봉우리를 감싸고 시간의 강물 따라 흘러가자 조른다.
주걱봉 옆구리에서 한계령 쪽을 건너다 보니
서북능선은 이미 구름의 베일에 가려
그 모습을 알아 볼 수가 없다.
주걱봉의 아우격인 봉우리...
옆에서 보니 정말 송곳 처럼 날카롭다
주걱봉 언저리(가리봉쪽에서 본 모습)
아우의 허리춤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다 본 주걱봉
이쪽 가리봉 쪽에서 보니 정말 주걱처럼 생겼다.
마치 금강산의 만물상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가리봉쪽 능선을 조망한다.
우리가 오르기 시작했던 안가리산리가 내려다 보인다.
외로운 잎새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햇살을 맘껏 품어 보고 있다.
주걱봉이 옆언저리 모습
주걱봉과 멀리 삼형제봉이 자그마한 바위봉우리로 보인다.
가리봉에서 한계령으로 흘러 내린 줄기가
6~7개의 곁가지 능선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낸 뒤로 가리봉이 보인다.
가리봉을 휘덮기 시작한 구름은
이젠 주걱봉까지 위협하고 있다.
날씨가 끝까지 맑았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지나친 욕심일 것 같다.
이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다.....
가리봉을 못보면
다음 기회를 또 기다려 봐야지!~~~
주걱봉과 한계령쪽 모습
주걱봉, 삼형제봉,,,,,
안녕!~~ 안녕!~~~
이제 한계령쪽은 완전히 구름과 안개의 바다다
단애를 이룬 가리봉의 옆구리에서도
생명들은 무성히 자라고 있다.
흔지 않은 만병초와 측백나무가
가끔씩 시야를 찾이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받아 들이고 싶지 않은 원시의 숲길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채로 그대를 방문하게되어 미안해...
하지만 그대를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나도 몰래 그냥 실례를 범하고 말았네,...
정말 미안해
이런 내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대를 찾아 왔던 내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가는 일일거야.
다만 나의 붉은 마음 하나만은 남겨 놓고 갈 터이니,
이것만은 받아 줘!~~~~
돌양지꽃
오! 가리봉의 황금의 눈
그대는 이런 황금의 눈으로 나를 기다려 주었었네,
그리고 마치 영원히 감겨지지 않고 피어 있을 것 처럼
그렇게 내 맘속 깊은 곳에서도 미소 짓고 피어 있겠지?.....
가리봉에서 필례약수쪽으로 하산합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습기를 먹음은 안개구름이 발길을 재촉하게 만듭니다.
10월의 진달래를 든 여인
노루궁뎅이버섯을 채취하는 여인
오늘 노루궁뎅이버섯에 대해서 처음 알게된 여인이
운 좋게도 노루궁뎅이버섯을 발견하고
어렵사리 참나무를 올라 버섯을 채취하네요...... ㅎ
천남성의 붉은 열매가
나의 가리봉 산행을 축하하며 붉은 미소를 보내줍니다....ㅎ
옻나무에 단풍이 물들면
그 어느 나무의 단풍잎 보다 더 아름답게 채색이 되어요.
노루참나물꽃이 한창이네요.
눈괴불주머니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필례약수의 어느 한 휴게소에서
초로의 텁석부리 쥔장과 나는
뜨겁게 달궈진 무쇠 난롯가에 마주 앉아 있었어요.
김oo님의 단편 *운두령*이라는 소설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이곳 필례약수의 한켠에 가게를 열고
이렇게 오고 가는 길손과 대화를 나누며
나머지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는
그 구수한 달변의 사나이 ........
그와 나는 서로의 가슴을 안주 삼아
그가 손수 담궜다는 잘 익은 약초주를 음미하며
한 동안 얘기를 나누었었습니다.
지금도 눈내리는 날이 되면
가끔씩 생각나는
필례약수, 그 텁석부리 사내, 그리고 그 화톳불 난로와
그와 나누던 분위기들이 모자이크되어
내 주위에 흩날립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도 희미해진 기억의 편린들!~~~
그 해체되어 가는 기억들 처럼
*필례약수입구*라는 안내판도
그렇게 흐릿하게 차창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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