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날은 지나갔네
뒷동산의 그림자가 땅거미 되어 앞 벌판에 길게 누우면
숲속에 모여 지저귀는 참새들 처럼
우린 뒷산마루 잔디밭에서 밤이 이슥토록
하늘의 별들을 헤아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었네
내 누이의 고사리 손가락에
제비꽃 꽃반지를 만들어 끼워주던 그날,
그리고 여리디 연한 찔레순을 꺾어
나누어 먹던 그날에도
여름날의 꽃들은 지천으로 피어
그 넓은 벌판을 달리며 밟아도 다시 살아 났고
그 숲의 꽃들은 꺾여도 꺾어도 다시 피어 났네
마치 철없는 아이인 내 손에 꺾이기 위하여 피어난 듯
그렇게 선뜻 몸을 맡기면서 미소를 지으며 스러져 갔네.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 다 지나갔다네
해가 지면 참새들은 어김없이 나뭇가지에 모여 얘기꽃을 피우지만
그리고 여름날의 꽃들은 아직도 벌판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지만
내 세월의 벌판에는 으스름 속에 백설만이
지나간 내 추억의 흔적을 하얀 미이라로 빚어 놓고 있다네.
청옥, 두타산에서
지난 여름에 미쳐 정리하지 못한
야생화들과 집에서 기르는 몇 가지를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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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리 바빴던지
이루어 놓은 것은 하나도 없이
나의 순수성과 정체성만 하나 둘씩 허물어지고
이제 남은 것은
얼룩지고 다 헤어진 돛 하나 뿐인 범선!~~~
청옥, 두타산에서
들판을 휘젓고 다니다 저녁녘에 집에 돌아 오면
어느 틈엔가 바짓가랑이며 팔뚝, 등에 몰래 달라 붙어서
한 참을 힘들여 떼어내야 했던 귀찮은 풀 ~~~
아주 작고, 꽃 같지도 않은 볼품없는 파리풀꽃
그러나 어느 화려한 꽃 보다 나비들이 제일 많이 찾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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