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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환경

참나무의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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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나의 정원 같은 남한산성의 숲속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 굉음의 정체는 바로

*참나무 시들음병 약제처리*를 위해서

참나무에 전기 드릴로 구멍을 뚫는 작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들의 작업의 대상은

참나무 중에서도 잘 생기고

튼실한 나무만 골라서

지상에서 30~100cm의 나무 줄기를 빙 둘러 가면서

열 대여섯 곳에다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그 구멍에다가

소위 참나무 시들음병 방제약을 投射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 순간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다음해의 봄이 되었지만

왠 일인지 주사약을 맞은 그 튼튼했던 참나무들은

하나 같이 새 잎이 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사약을 맞지 않은

못생기고 작은 참나무들은 푸른잎을 자랑스럽게 피우며

생명을 구가하고 있었지만

약제처리된 참나무들은 모조리 죽어버린 것입니다

 

 전기드릴로

참나무시들음병약제를 투사하기 위한 구멍들을

무수히 뚫어 놓았네요

 

그러나 이 나무들도 모두 죽어버렸어요

내가 사랑하였고

나하고 날마다 대화를 나누던

내 숲길을 굳건히 지키며

그렇게 자랑스럽고 튼튼했던 참나무들이............

 

 

 2008년 12월에 시들음병 예방차원에서 놓았던 주사가

모두 죽음과 학살의 주사로 바뀌고 말았어요

 

그리고 2009년 12월에는

그 예방주사를 맞고 죽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어떻게 그 많은 참나무들을 학살하고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단 말입니까?

 

 이 작업도 아마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리라 믿지만

이건 너무 큰 인간에 의한 재앙입니다

 

 

 아마도 약제가 맞지 않았거나

약제처리의 방법에 하자가 있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어떻든 약제처리된 참나무들은

봄이 왔어도 소생하지 못하고

1년도 안되어 다시 전기 톱에 모두 잘려서

이번에는 *참나무시들음병훈증처리*라는 명목으로

모두 비닐로 싸매 두었네요

 

 

 인간들의 잘못된 판단과 관리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불쌍한 참나무들이

비닐에 싸매져서

마치 하얀 무덤의 공동묘지를 형성하고 있는 듯 하네요

살아 있는 참나무들은 몇그루가 되지 않구요

이제 나의 숲도 휑하게 비워졌네요

 

 

 이렇게 잘려나간 참나무들의 단면을 보면

하나 같이 전기드릴로 만들어진 구멍 외에

벌레의 침투로 보이는 구멍은 발견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현장 감독인 듯한 사람에게 물었어요

그러나 그의 대답은 형식적인 것이었고

그저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 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림청 방제담당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왜 예방 차원에서 약제처리를 한

건강하고 큰 참나무들만  전부다 죽어 버리고

주사를 안맞은 나무들은 아무렇지않느냐고 ......

 

이것은 약제가 잘못 선택되었거나

약제 투약의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그 방제담당관은 직접적으로

자기들의 실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기들도 그 문제 때문에

다음에는 직접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투약을 하기 보다는

참나무 표피에 약을 발라서

병을 예방하는 방식을 써 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 숲길을 지켜주던

남한산성의 그 의연했던 친구들, 참나무들아!~

정말 미안하고 또 너무 잘 못했구나

너희들께 행한 이 어리석은 인간들의 용서받지 못할 죄를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속죄할 수 있겠니 !

 

죽어 있는 너희들은 말을 할 수 없어도

나는 알고 있단다

인간들이 너희에게 가하고 있는

숱한 사악한 일들을 ~

 

사실 인간들은 너무나도 무지몽매하여

자기들 위주로만 생각하다 보니

너희에게 이렇게 몹쓸짓을 해 놓고도

눈가림만하려고 전전긍긍하고 있구나!

 

잘 자거라

사랑했던 나의 친구, 참나무들아!

안녕! ~~~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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