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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환경

꽃매미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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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산책길에

넓고 푸른잎을 자랑스럽게 미풍에 나부끼는

가죽나무 군락지가 있었어요

 

군락지라야 참나무나 소나무 군락지 처럼

그렇게 넓게 분포되어 있지는 않았구요

그저 30~40그루 정도의 단촐한 가족 이었답니다

 

그 가죽나무 가족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 든 것은

불과 2~3년 전 쯤이었어요

 

이름도 생소한 꽃매미(중국매미)떼가

어느날 갑자기 미인의 다리처럼 미끈한

그 가죽나무의 등줄기에 붙어서

수액을 빠는 모습이 제 시야에 들어 왔었습니다

 

그것이 가죽나무 수난의 시초가 될 줄은 미쳐 몰랐어요

 

검정외투에 속에는 빨간 피부를 가져서

약간은 거부감을 느끼게 했던 꽃매미는

하루가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바로 옆의 다른 가죽나무로 급속히 옮겨 붙었습니다

 

그리고는 찰거머리 처럼 가죽나무 몸체에 붙어서

종일 수액을 빨아 대는 겁니다

 

가죽나무는 온통 그 꽃매미떼에게 제 몸을 맡긴채

저항도 못하고 모든 영양가를 다 내 놓고 말았어요

 

그리고 나서 다음해에 봄 부터는

피해가 덜해서 아직도 푸르렀던 다른 나무들에도

꽃매미떼가 몰려 가 달라 붙어서 수액을 빨아 먹은 때문에

단 2년 만에 그 부근의 모든 가죽나무는

전멸을 하고 말았네요

 

그 탐스럽고 아름답고 정겨웠던 가죽나무는

이제 앙상한 시체가 되어

흉물스럽게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슬프게 울고 서 있어요

 

불쌍한 가죽나무들 ~

한 때는 나의 마음을 그렇게도 싱그럽고 풍요롭게

따스히 맞아 주었던 너의 모습을

이제 어디에서 다시 찾아 볼 수 있을까?

 

 꽃매미가 수액을 빨아 먹어서

죽어 있는 가죽나무에 붙어서 짝을 맞추는

풍뎅이류의 다른 녀석들

 

이녀석들도 징그럽게 생기기는

꽃매미나 마찬가지네요

 

 

 벌레들이 파낸 가죽나무의 속살 부스러기들이

나무 아래 다른 풀잎위에 떨어져 있네요 ... 

 

 꽃매미와  또 다른 곤충들의 공격앞에서

처참하게 만신창이가 된 가죽나무의 시신....

 

 누군가가 죽은 가죽나무의 껍질을 벗겨 보았군요

꽃매미들은 이렇게 가죽나무의 몸체 속에서 기생을 하다가

또 다른 가죽나무를 찾아서 거처를 옮겼나봐요

 

또 어디에 있는 가죽나무들이

꽃매미떼의 난도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렇게 처참한 죽임을 당하고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려와요 ....

 

 꽃매미!.....

나무의 잎이나 갉아 먹을 일이지

꼭 이렇게 수십년이나 된 아름다운 나무들을 죽이면서 까지

너의 배를 채우고

네 종족을 퍼뜨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4대강을 파헤쳐서

자기들 잇속만 챙기려는 기생충 같은 부류들과 너희들이

어찌 그렇게 닮은 꼴이드냐

 

인간들만이 살아 남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가죽나무와 꽃매미의 사이에서 일어난 일과

무엇 하나 다르단 말이냐 .....

 

불쌍한 가죽나무

4대강을 생명의 터전으로 하는 풍전등화의 자연 생태계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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