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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봄과 새생명

 

양지 바른 길섶에

살포시 낙엽을 젖히고 얼굴을 내어 민 새싹이 귀엽다.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새싹들의 속살거림이 싱그럽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 심장의 고동소리도 들린다.

맥박도 잡힌다.

 

그들은 노래한다.

생명의 환희를 ~

소생의 기쁨을 ~

 

불어 가는 바람도

그들의 노래를 방해하지 못한다.

 

차가운 얼음속에서도

이 봄날의 영광을 위하여

인고의 쓴잔을 무수히 들었을 그들이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 부드러운 모습에서

더욱 더 옹골찬 생명력이 느껴지나니 .......

 

어둠을 말하지 말자.

슬픈 목소리로 인생을 얘기하지 말자.

 

죽음 뒤의 나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지라도

내가 차지하고 있던 만큼의 공간은

언제나 나의 것이었고

또 내가 사라진 뒤에도 역시

내 영역은 내몸을 이루고 있던

모든 미립자들이 흩어져 떠도는 공간에 가득할지니

 

생명이란

이렇게 떠도는 대자연의 기운을 따라

모여서 형상을 나타내고

흩어져서 사라진 것 처럼 보일 따름이나니

나는 언제고 우주안에 가득한 존재일래라...

  

 봄기운에 마치 마그마가 폭발하듯

용솟음치는 생명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드디어 겨울옷을 벗기 시작하는 초목들 ~

 

 

  이제 경칩이 지났다.

개구리만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눈을 부빈다.

 

모든 생명의 시작은

이렇게 여려 보이고 하찮게 보이지만

그 역동성은 그 무엇으로도 꺾지 못할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새생명들이 자연의 섭리에 의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 인간들은

희망과 사랑을 본능에 잘 접목시켜서

그 섭리에 어긋나지 않는 역할에 충실할 때

결코 어떤 외부의 힘으로도 꺾을 수 없는

아름답고 충실한 자아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그것이 곧 행복한 삶의 시작이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이자

참 자유인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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