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자
또 가 보자
거기엔 나를 기다려줄
그 누가 꼭 있는 것도 아니건만
괜시리 이렇게
내 마음에 바람기를 잔뜩 담아
어린아이 처럼 설레게 만들어
떠나 보내는 그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
알 수 없는 내 마음의 행로여 ~
그대 설악의 단풍이여 ~
마지막 한숨의 아픔이여 ~
비선대에서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으로 통하는 능선에 올라서니
비로소 붉은 단풍이 홍조를 터뜨리며
나의 가뿐 숨을 가라 앉혀 준다.
오 !
나의 신부여 ~
나의 기쁨과 슬픔의 화신이여 ~
멀리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화채능선은
그 유려한 품안에
잦은 바위골 설악골 그리고 양폭과 오련폭포
칠선계곡과 천불동계곡을 넉넉하게 보듬어 안고
푸른 제복을 벗지 않으려는 갈잎들에게
붉은 속삭임으로 달래며
내일을 기약하자네 ~
건너편 울산바위가
올망졸망하고 앙증맞게 보인다.
이제 갈빛을 갓실은 황철봉이
저항령 계곡 건너편으로 나를 끌어 잡아당길 듯
버티고 앉아 있다
나의 계절도
이맘 때가 되면
이 단풍나무들 처럼
화려한 외출을 하고 싶어지는 걸까 ~
자꾸만 아쉬워지는
내 맘이여 ~
내 생이여 ~
순간에 가버리고 마는
너
단풍이여 ~
나의 계절도
너 처럼 순간에 지고
말리 ~
아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라지고 말리 ~
단풍잎 하나가 진다고
아무도 가슴 아파하지 않는다오
아직도 저렇게 푸른 잎들도 많지 않은가요
그리고 그 나뭇잎 위에선
여전히 태양이
내일의 단풍잎을 만들기 위해서
저렇게 빛나고 있지 않던가요 ~
그러나 나는 보고 싶어요
여기 이렇게 끝 까지 버텨서서
마지막 단풍잎이 져가는 모습을....
그리고
내가 가는 모습을
그위에 오버랩 시켜보렵니다 ..
이 단풍잎이
흙으로 변해 가는 모습 위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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