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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비선대에서 마등령 까지 1

 

 

 

 

가 보자

또 가 보자

 

거기엔 나를 기다려줄

그 누가 꼭 있는 것도 아니건만

 

괜시리 이렇게

내 마음에 바람기를 잔뜩 담아

어린아이 처럼 설레게 만들어

떠나 보내는 그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

 

알 수 없는 내 마음의 행로여 ~

 

그대 설악의 단풍이여 ~

마지막 한숨의 아픔이여 ~

 

 

 

비선대에서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으로 통하는 능선에 올라서니

비로소 붉은 단풍이 홍조를 터뜨리며

나의 가뿐 숨을 가라 앉혀 준다.

 

오 !

나의 신부여 ~

나의 기쁨과 슬픔의 화신이여 ~

 

 

 

 

멀리 대청봉에서 흘러내린 화채능선은

그 유려한 품안에

잦은 바위골 설악골 그리고 양폭과 오련폭포

칠선계곡과 천불동계곡을 넉넉하게 보듬어 안고

푸른 제복을 벗지 않으려는 갈잎들에게

붉은 속삭임으로 달래며

내일을 기약하자네 ~

 

 

 

건너편 울산바위가

올망졸망하고 앙증맞게 보인다.

 

 

 

이제 갈빛을 갓실은 황철봉이

저항령 계곡 건너편으로 나를 끌어 잡아당길 듯

버티고 앉아 있다

 

 

 

 

 

 

 

 

 

 

 

 

 

 

 

 

 

 

 

나의 계절도

이맘 때가 되면

이 단풍나무들 처럼

화려한 외출을 하고 싶어지는 걸까 ~

 

자꾸만 아쉬워지는

내 맘이여 ~

내 생이여 ~

 

 

 

 

 

 

 

 

순간에 가버리고 마는

단풍이여 ~

 

나의 계절도

너 처럼 순간에 지고

말리 ~

 

아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라지고 말리 ~

 

 

 

 

단풍잎 하나가 진다고

아무도 가슴 아파하지 않는다오

아직도 저렇게 푸른 잎들도 많지 않은가요

 

그리고 그 나뭇잎 위에선

여전히 태양이

내일의 단풍잎을 만들기 위해서

저렇게 빛나고 있지 않던가요 ~

 

그러나 나는 보고 싶어요

여기 이렇게 끝 까지 버텨서서

마지막 단풍잎이 져가는 모습을....

 

그리고

내가 가는 모습을

그위에 오버랩 시켜보렵니다 ..

 

이 단풍잎이

흙으로 변해 가는 모습 위에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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