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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가을이 왔어요...

 

 

 

가을이 왔네요.

정말 많이 기다려졌던 가을...

 

뭔지 풍요로움을 가득 안겨 줄 것도 같고

어딘지 쓸쓸하고 스산한 아쉬움을 남겨 놓고

훌쩍 떠나버릴 것도 같은 계절.... 가을!

 

이 가을은 여늬 해의 가을 보다

숲속에 많은 열매들을 풍성하게 매달려 놓고 등장했어요.

 

도토리, 상수리, 다래, 밤들이

남한산성 나의 숲길과 덤불속으로

아침 마다 뚝 뚝 떨어져

가끔씩 애처로운 풀벌레들 노래의 맥을 끊네요.

 

여늬 사람들은 풀숲을 헤치며 도토리와 상수리를 줍네요.

또 어느 단체나 당국에선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돌려주세요!*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캠페인을 벌이네요.

 

그러나 너무 많이 매달린 열매들은

상대적으로 줄어 든 다람쥐나 청살모들이 먹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참,

그 많던 다람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예전에는 고 귀엽고 사랑스런 다람쥐들이

두 앞발로 열매를 쥐고

앙징스럽게 식사를 하던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었는데

요즘엔 그 모습을 찾아 보기가 힘들어졌네요.

대신 눈에 설턴 청살모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가을 열매들이 떨어지는 숲길을 걸으니

예전 내가 대둔산 안심골에서 벌을 키우던 때가 생각나네요.

 

내 처소의 천막은 밤나무숲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 가을 쯤에 알밤들이 떨어지는 숲속에

가끔씩 어린 아이들이 밤을 주우러 왔어요.

저는 처음에 밤을 줍는 것이 재미가 있어서 조금 줍기도 했지만

그 아이들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질 것이 마음에 걸려서

알밤은 줍지 않고 그냥 그 밤 떨어지는 소리와

풀밭을 헤집으며 밤 줍는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만 보고

흐뭇해 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이 가을

우리는 남한산성 수어장대 담장옆에 놓여진 벤취에서

두어 번째 아침식사를 했답니다.

 

내 사는 동네가 바로 남한산성 아래라서

동네에 같이 사는 님들이

정성들여 싸 온 아침식사를

저는 그저 염치없이 먹어주는 일만 하는군요.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을

모두들 이해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우리가 식사 장소에 도착하는 것은

아침 8시 부터 8시 20분경...

상수리나뭇잎 사이로 아침 햇님도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가끔 은실바람도 살랑거리며 식탁보를 건드리며 끼어달라고 조르네요.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불청객은 비들기떼들인데

우린 고수레를 하는 식으로

비들기들에게 적당량을 주고 냉정히 돌아서면

비들기들은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우리 주위를 떠나 날아가 버려요.

 

이 시간에는 아침 식사 시간이거나

직장. 학교를 보내 놓고 각자 집안 일을 할 시간이라

운동이나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좋아요.

 

가끔 조금 늦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한 둘 눈에 띌 정도랍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치 천상의 식탁에서 조찬을 하는

몇 안되는 사람들 축에 끼이는 셈이군요.

 

이제 갈대와 억새의 계절...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한 꽃무리가 대지를 수놓았다 떠나가면

또 다른 꽃무리가 온통 누리를 수놓고

그 순간만은 모든 다른 풀과 나무들은

그저 현재의 꽃들의 열연을 숨죽이고 감상해 주는

열성적인 팬이며 품위 있는 관객이 되어주네요.

 

그러나 또 언제나 그랬듯이

가을은 너무나 짧은 순간에 떠나가 버리는 얄미운 계절 같아요.

 

더 오래 간직하고

더 마음의 오솔길을 따라 걷고 싶지만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 버리니

아쉬움이 더 짙게 남아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즐거웠던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버리면 야속하듯

가을도 꼭 그와 같아요.

 

갑자기 한 노랫말이 생각키워요.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 ~ 가을! ...가을!....*

 

고마운 가을 ... 고마운 대자연...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 ...

또 그리고 고마운 나무, 숲, 그 숲속의 작은 동물과 곤충과

그리고 풀들과 피었다가 시들어 간 숱한 꽃... 꽃들 ....

 

대지여...

빛나는 태양이여...

모두가 고마운 님들이군요...

 

모두 사랑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또 모래도 ...

 

영원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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