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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번개와 동행한 아침 산행길 ~

18865

 

번개 천둥과 동행한 아침이었다.

 

남한산성 서문까지 올라 갈 때는 좋았었다.

날씨는 칙칙했지만

햇빛이 나지 않아서 그런데로 시원해서 잘 나왔다 싶었다.

그러나 서문에서 연주봉 옹성을 향해서 몇 걸음 옮겼을 때 부터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걸음을 멈칫하게 했다.

 

비에 젖은 꽃들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나온 길이라

왠만하면 발길을 되돌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연주봉 옹성 근처까지 왔을 때

갑자기 번개불과 천둥이 나를 재로 만들어 버릴 듯이 에워쌓다.

나라는 존재는 그야말로 풍전등화 보다 더 가여웠다.

 

魂飛魄散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얘기하나 보다.

쏟아 붓듯하는 비는 능선길 마저 폭포수로 돌변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비가 아니라 바로 번개와 천둥이다.

내가 산을 내려 오는 동안에 본 사람은 2명이었다.

1명은 여성이었는데

우산을 접어서 손에 쥔채로

그 억수 같은 비를 다 맞으면서 하산을 하고 있었고

다른 1명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는데

중턱의 소나무 밭 벤취에 우의를 뒤집어 쓰고

얼굴을 양다리 사이에 묻고

우산을 받은 모습으로 바짝 쪼그리고 앉은 모습이

분명 이 두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게 나의 최후가 아닐까.

 

머릿속은 온통 죽음과 삶의 문제로 꽉찼고

나의 삶의 전 과정이 순간에 스쳐지나갔다.

이런 순간에 바로 바울이 예수의 사도로 돌변했던

상황이 아니었던가?

 

번개는 계속해서 나의 가슴과 마음 까지 마구 불에 태워

가루로 만들어 없앨듯이 설쳐댔고

천둥은 번개와 함께 고막과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을 것 같다.

그야말로 외수 없는 死地 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나는 생각했다.

모든 사물은 균형을 향해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물의 흐름 처럼.

 

지표가 더워져서 온도가 상승하면

공기중의 찬 기운을 안은 기류가 지나다가

불연속선을 만들며

나는 지금 그 불연속선상에 놓여 있어서 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불연속선은 균형을 이루어 서로 합일이 되려는 일종의 전쟁이다.

이 전쟁과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다.

 

인생의 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크게는 사회의 이념과 이념의 대립..

결혼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자라온 환경의 차이..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그 차이가 크면 클 수록

더욱 더 커야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단두대의 상황에서 내려 온 것은

20분쯤 지난 후 였다.

 

번개가 친 후 천둥소리가 한참 후에야 들린다.

이것은 불연속선이 멀어졌다는 신호다.

이제 지표의 더워진 공기와 하늘의 기류의 온도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었다는 징조이리라.

 

아 !

나는 이제 살았다.

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 먼지 보다 가여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는 다시 살아 있슴을 감사하며

깨끗한 일상이기를 그려보며

가벼워진 발길을 떼어 본다.

 

이 한 발자국이 얼마나 소중한지 ~

 

 메꽃

 

 누리장나무

 

 서문 입구

 

 달맞이꽃

 

 

 닭의장풀이 빗속에 흐릿하게 잡혔다.

 

 박주가리(박주가리과)

 

 층층이꽃(꿀풀과)

 

 자주조희풀(미나리아재비과)

 

 

 각시원추리(백합과)

 

 쉽싸리(꿀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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